기사최종편집일 2024-09-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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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한해를 마무리 짓는 Champs Final

기사입력 2006.05.18 15:36 / 기사수정 2006.05.18 15:36

박재동 기자


낭만의 '파리'라는 이름에 무척 어울리는 예술축구를 구사하는 바르샤와 그에 필적할만한 속전속결을 구사하는 환상축구의 아스날. 이 들이 8만 명이 넘는 관중으로 가득 찬 스타트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만났다. 그들이 만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경기 전부터 숫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며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근 몇 년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내용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기대감은 유럽 전역에서 이번 결승전을 보기위해 수많은 축구팬들이 파리로 향한 이유와 일맥상통 할 것이다.

바르샤의 원정팬 머릿수만 헤아려도 파리 시내를 점령할 수준이니 숙소를 구하지 못해 야영하는 사람들도 있을 지도 모를 일. 두 팀은 한 해 동안 결승전까지 올라온 힘들었던 기억들부터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더니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치켜세우며 결승전의 섣부른 예측을 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팀은 서로 친분을 갖고 있는 동료 선수들이 꽤 있다. 모나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지울리와 앙리를 비롯해 마르요카에서 함께했던 에투와 로렌, 대표팀에서 한 식구인 융베리, 라르손 이 밖에도 같은 나라의 동료들이 여럿 포진되어 있는데 어찌 돌발적인 발언이 나오겠는가.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양 팀의 감독은 필승전략을 공표하면서 서로의 전략을 떠보는 등 은근히 벌어진 심리전이 치열하게만 느껴졌다.

두 팀의 공통점은 공격진에 전세계 축구팬들이 인정한 ‘축구외계인’ 한명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장점은 다르지만 언제나 팀이 가장 힘들어할 때 한방으로 위기에서 구원해주는 구세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아스날의 앙리는 얼마 전 리그 4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뽑아내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고, 바르샤의 호나우딩요는 자신이 해결하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 보다도 막강한 동료 선수들에게 “마인드 컨트롤” 마법 주문을 걸어 그라운드의 지휘자로써 팀을 이끌며 팀의 리그우승에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창(바르샤)과 방패(아스날)의 경기로 두 팀의 대결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르샤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10경기 무실점 기록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여진 기록과 달리 아스날은 기본적으로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팀이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파브레가스와 훌렙과 같은 멋진 드리블러들이 중원에서 휘저으며 앙리에게 킬 패스를 주고 앙리는 환상적인 마무리 골을 결정지어왔다. 

본격적으로 경기를 되돌아보자.

앞서 경기전망과는 달리, 바르샤와 아스널의 경기는 결승전이라는 이름이 걸맞게 치열한 전투가 치러진 격전지만큼 거친 경기였다. 서로 간에 거친 태클을 상대편에게 거눈 양 팀은 거친 경기 탓에 좀처럼 공간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양 팀의 두 ‘축구외계인’들은 협소한 공간에서도 절묘하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나가며 경기장의 열기를 달궜다.

그러나 그러한 소강상태에서 먼저 우위를 점한 쪽은 바르샤였다. 에투가 완벽한 찬스를 잡아 아스널의 골키퍼 레만을 재끼고 나가는 상황에서 레만이 에투를 방해했다하여 퇴장을 당한 것. 아스날은 결국 미드필더 피레를 대신해 서브 골키퍼 알무니에를 울며 겨자먹기로 대신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스날은 수적에서 불리했지만 여전히 바르샤에게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아스날은 앙리 한명을 남겨두고 수비위주로 재편했지만, 융베리를 주축으로 간간히 나오는 발 빠른 역습이 바르샤는 부담스러워 수비를 허술하게 대비하기도 힘들었다.

공격치중으로 바르샤가 느꼈던 이런 불안감은 결국 아스날 에보우에가 혀를 찌르는 오버래핑으로 반칙을 얻은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노장 캠벨 선수의 헤딩 선취골이 터지며 현실이 되었다. 바르샤 선수들은 선취골을 내준 후 불안에 실수도 잦아지고 완벽한 찬스에서도 실수를 여럿 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이 시작되어서도 경기의 페이스는 전반처럼 흘러갔다.


빗줄기와 함께 시작한 바르샤의 역전 드라마

그러나 후반 중반쯤 됐을까, 언제부터 내린지 모른 빗줄기와 동시에 바르샤의 역전 드라마가 시작된다. 바르샤 레이카르트 감독은 후반 중반이 되자 반봄멜, 올레베르를 빼고 라르손과 공격수나 다름없는 윙백 벨레티를 교체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레이카르트의 예상은 적중했다. 바르샤는 그 후에 찬스의 질이 점점 양질화 되면서 아스날을 압박했다. 결국 바르샤는 후반 77분경, 라르손의 절묘한 패스를 이어받은 에투가 알무니에 골키퍼와 골대의 좁은 공간 사이로 멋진 동점골을 터트렸다.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무득점 방어도 끝이나는 순간이었다.

동점골이 터지자 빗줄기가 더욱 굵어지기 시작하였다. 바르샤의 동점골의 여세와 굵은 빗줄기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아스날의 수비 발을 더디게 만들었다. 바르샤는 동점골 이후에도 압박의 강도를 놓치지 않았다.

드라마 같은 역전골은 너무 이르다고 할 만큼 3분뒤에 바르샤 벨레티의 발에서 터졌다. 벨레티가 낮게 깔아찬 슛의 물에 젖은 그라운드를 타고 공이 알무니에 골키퍼 다리 사이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그 순간 경기장의 반쪽은 아수라장이 되어 바르샤 팬들은 붉은색 홍염을 터트리며 우승을 확정지었다는 듯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바르샤의 우승을 축하하면서.. 그리고 그들이 부러웠던 이유

경기를 보면서 필자가 부러웠던 점은 극적인 승부만큼이나 경기장의 열기 또한 정말 대단했던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전이었다. 경기를 보는 종종 지난 밤 전북과 다렌스더의 초라한 경기를 회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똑같은 수준일 수는 없지만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대회에서 멋진 골을 선보이는 극적인 승부였는데도 너무나 대조적인 관중 수준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심지어 다렌스더 원정 팬보다 적은수의 전북 서포터는 리그의 현실을 대변해 주는 듯, 가슴이 아팠다.

박지성이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 답한 "한국 팬들이 사랑하는 것은 국가대표팀이지 축구가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이 너무나 가슴 깊이 저미어 온다. 바르샤의 푸욜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치켜 올리자 관중석에서 떠나갈 듯한 함성소리가 퍼지는 모습은 빈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우승컵을 치켜 올리며 자축하던 안타까운 성남선수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언제쯤이면 대한민국 명문 팀에 걸 맞는 서포터를 갖출 수 있을까? 이런 아쉬움은 아직은 소수지만 열성만큼은 유럽 못지않은 충성심을 가진 우리의 서포터를 보며 위안을 삼는다. 이기던 지던 나의 팀을 위해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서포터들과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가득 볼 수 있길 희망한다.



박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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