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3.18 02:31 / 기사수정 2010.03.18 02:31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성적 부진으로 힘들었던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올 시즌은 더욱 열심히 하자는 열망이 강했습니다"
2009-2010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의 양효진(20, 센터)의 소감이었다. 현대건설은 실업시절에는 '여자배구의 명가'로 군림했지만 프로가 출범하면서 늘 하위권을 맴돌았다.
특히, 2007-2008 시즌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늘 지는 것에 익숙했던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패배의식을 버렸다. 새로운 사령탑인 황현주 감독이 부임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의 소통은 더욱 활발해졌고 팀 전체는 '신뢰'로 똘똘 뭉치게 됐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케니, 현대건설의 기둥이 되다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우승을 하는데 가장 큰 수훈갑을 세운 선수는 단연, 케니 모레노(31, 콜롬비아, 라이트)였다. 프로배구 최고의 리그인 이탈리아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는 케니는 일본리그 JT마베라스(현 김연경이 소속되어 있는 팀)소속으로 득점왕을 기록한 경력이 있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케니는 파워와 기교를 동시에 지닌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2008-2009시즌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인 아우리는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지만 결정타 능력에서 2% 부족한 모습이 노출했다.
그러나 케니는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현재 케니는 5개의 공격부분(득점, 시간차, 이동, 후위, 서브)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블로킹에서는 팀 동료인 양효진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스케일이 큰 공격은 물론, 시간차와 이동 공격 같은 세트플레이도 매우 능숙하게 소화하는 점이 케니의 장점이다.
KBSN의 박미희 해설위원은 "케니는 배구를 제대로 알면서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상대의 빈 코트를 볼 줄 알고 순간적인 대처가 매우 뛰어난 케니는 탁월한 배구 센스를 지녔다.
또한,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그야말로 현대건설의 '복덩이'였던 케니는 현대건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전력'이었다.
케니를 받쳐준 든든한 국내 선수 - 양효진, 윤혜숙
국내 여자배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매우 크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 따라 팀이 웃고 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외국인 선수가 존재하는 점도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선수들의 역할에 있다.
팀의 에이스인 케니를 지원사격하는 멤버들이 있었기에 현대건설이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우선 블로킹 순위 1위에 오른 양효진은 현대건설의 중앙을 지키며 상대 공격을 무력화했다.
블로킹 1위는 물론, 속공에서도 1위를 차지한 양효진은 올 시즌부터 국내 최고의 센터로 성장했다. 국가대표 주전 센터인 그는 김연경(JT마베라스, 레프트)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통하는 선수이다. 블로킹 감각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약점이었던 스피드와 파워도 한층 성장했다.
양쪽 날개에서 케니가 많은 득점을 올릴 때, 양효진은 기습적인 속공과 알토란같은 블로킹으로 팀의 사기를 높였다. 그리고 현대건설의 '살림꾼' 역할을 한 윤혜숙(27, 레프트)도 안정된 플레이로 팀을 이끌었다.
리시브 2위와 수비 3위에 오른 윤혜숙은 리베로 신예지(21, 리베로)와 함께 현대건설의 수비를 책임졌다. 지난 시즌보다 한층 안정된 리시브와 수비를 갖춘 현대건설은 케니와 양효진을 활용한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펼쳤다. 공격과 수비에서 균형감을 이루면서 시즌 내내 1위를 사수했다.
패배주의를 버리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황현주 감독의 리더십
지난 2008-2009 시즌 1라운드까지 흥국생명을 이끌었던 황 감독은 새로운 팀인 현대건설의 지휘봉을 잡았다. 황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은 '자신감'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늘 지기에 익숙했던 선수들에게 패배의식을 버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황 감독은 강조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서로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이들 사이에는 탄탄한 '신뢰'가 형성됐다.
현대건설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세터 문제에 대해 황 감독은 "우리 세터들은 각기 장단점이 다르지만 그렇게 약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활용 여부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시즌 주전 세터로 기용된 한수지(21, 세터)는 토스 범실이 줄어들었고 방향을 잡지 못하던 지난 시즌보다 한층 성숙해졌다.
모든 포지션에 걸쳐 고르게 성장한 현대건설은 케니라는 베테랑 선수와 함께하면서 '강팀'으로 성장했다. 여자배구 5개 구단 중, 가장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추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황현주 감독은 "기쁨은 오늘로서 족하다. 아직 가장 중요한 챔피언 결정전이 남아있다"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여자배구 전통의 명가'인 현대건설이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우승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케니 모레노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양효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현대건설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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