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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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딜레마 Part 2-1 '변해버린 김남일'

기사입력 2006.02.22 19:32 / 기사수정 2006.02.22 19:32

이철규 기자
수비의 최전방, 공격의 시작 미드필드

최진철의 수비지휘능력과 파트너 문제가 이렇게 더디게 해결될 때, 상대 공격을 우선 저지해야 하는 미드필드의 운영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또한 공격의 시작이기도 한 미드필드의 선수구성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그 역할을 해주던 김남일의 변해버린 모습과 대체할 마땅한 선수가 없는 현실은 대표팀 미드필드의 구성을 고민하게 했다.

3미들 형태를 구성하는데는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분류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3미들이라 무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각 위치별의 선수들의 우선적인 임무와 그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기에 아직까지는 분류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삼각형 미드필드 형태

이 형태의 근본적인 목적은 측면의 두 공격수(이하 WF)를 최대한 살리는 데 있다. 한국이 과연 이 형태에 적합한 선수들이 있는가 생각해본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이 초반에 시험하다 포기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이하 CM)가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하 DM)와 함께 중앙을 공격으로 장악하며 상대의 수비조직(파란 원)을 끌어내고 공간을 창출하는 빠르고 짧은 패스들을 선보이는 것. 측면의 수비부담은 역시 측면 수비수(이하 FB)들이 좁고 길게 경기장을 오가며 측면에서 수비와 크로스를 맡는 역할을 한다.

이 형태가 안정감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이호나 김남일의 위치인 DM이 무척 중요하며, 믿을 수 있는 중앙 수비수 (이하 CB) 2명이 있어야 가능한 형태다. 미드필드의 역삼각형과 대칭되는 정삼각형을 이루는 세 명의 선수와 한 명의 측면 수비수(이하 FB)가 등 지고 길게 날아오는 공을 받아 경기하는 상대의 공격수(빨간 원)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DM은 옆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등 뒤에 움직이는 공격수와 호흡을 맞추는 빠른 발의 선수를 제압해야 하고, CM들은 파울과 몸싸움으로 어느 팀과도 밀리지 않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국은 과연 그것이 가능했는가? 1번의 달라진 김남일의 활동폭은 대표팀에 맞지 않고, DM에 믿을 수 있는 대체자원이 없었다. 2번의 최진철의 느린 발과 호흡을 맞출 수비수의 부재 역시 쉽게 실점하는 모습이었고, 3번의 FB의 공격가담 뒤에 그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CB-DM-CB나 FB-CB-CB과 같은 3백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종적 형태의 미드필드

김남일이 예전처럼 수비수 역할까지 소화하기에는 오랜 부상과 바뀐 경기모습 때문에 무리가 따랐다. 김남일의 경험과 희소성 때문에 제외시킬 수 없던 그의 공격성향과 패스를 살리기 위해서 잠시 종적 형태의 미드필드를 구상해봤다. 이는 반대로 양 WF들의 수비부담문제로 나타났다. 한국의 WF들이 수비적 능력이 그 위치에 있는 다른 국가의 선수들보다는 뛰어나지만, 전문적인 수비수들이 아니고 공격을 위해 다시 올라가는 과정에 이미 상대 수비조직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결국, 공격에서 최전방 공격수(이하 CF)의 고립을 풀어줄 만큼 김남일과 한 명의 CM이 충분한 공격가담에서의 빠르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파괴력은 WF를 희생시킨 만큼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만족할 만큼 수비가 안정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김남일이 종적으로 움직일 때 부상 이후 떨어진 체력에 문제를 보였고, 이호는 혼자 수비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몇 차례의 위험한 실수를 했다. 측면 역시 전문적인 수비수가 아닌 조원희의 수비문제가 지적 받아 수비조직의 불안감만 가중시켰다.

더군다나, 공격의 맨 앞에 서있는 CF의 강력한 공중볼 경합이 필요한 상황에 한국에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공격수가 아무도 없다는 것은 결국 이 형태를 포기하게 만들었었다.


횡적 형태의 미드필드

가장 기본이 되는 미드필드 형태로 3명의 CM이 모두 고른 기량을 보유하면서 항상 수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WF들이 중앙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미드필드 중앙이나 좀 더 위에서 측면 미드필더(SM)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팔방미인들이어야 가능한 상황.

이을용, 김정우, 박지성이 뛰었던 3-4-3의 모습이 이 미드필드 형태를 띄었었다. 이영표와 조원희가 활발하게 움직여주면서, 과거 아약스 시스템으로 불린 3-3-4/3-4-3의 기본전형을 보여줬었던 것.

세 명의 선수가 모두 패스와 공간확보, 수비임무를 띠고 움직이자, 차두리와 설기현이 좌우를 오가는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스위치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체력의 여유가 생겼었다. 가장 화려했던 공격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부분. 이영표와 조원희가 미드필드를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김동진의 CB로의 역할에 대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던 매력적인 형태다.

문제는 역시 수비에서 발생했다. 수비가 안정되지 않고 공격을 한다는 것은 다리를 자르고 손으로 걸으라는 것과 같은 것. 두 FB의 공격가담과 전문적인 수비력을 미드필드에서 보여줄 선수가 없자, 미드필드와 수비와의 간격이 넓어졌던 것이다. 다행히 실점하지 않았지만 이 형태가 아주 오랜 시간의 호흡을 맞추어야 충분한 위력이 나타날뿐더러, 교체선수들의 여유까지 감안했을 때 대표팀에 구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클럽이었다면 시도해 볼만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아드보카트의 차선책

‘중앙장악을 통한 적극적인 공격’ 이 감독이 가장 원하는 방식이었고,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도 그런 모습으로 월드컵 예선 탈락의 대표팀을 유로2004 4강까지 끌고 올라갔다. 이런 적극적인 공격을 위해 WF들에게 예전처럼 많은 수비부담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상대를 끌어내리기보다 중앙에서 공을 소유하고, 적극적인 공격을 나설 수 있게 체력부담이 큰 수비를 덜 신경쓰게 해주는 모습이다.

단단하게 중앙을 장악하고 수비를 안정시킨 뒤 공격으로 승부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말 그대로 중앙장악을 위한 선수와 시스템 구성이 핵심인데, 여전히 Part.1에 밝힌 문제와 김남일의 변화된 모습 때문에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Part.2-2에서 남은 한가지 방식을 알아보고 그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예측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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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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