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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 안태경, '제2의 박찬호'를 꿈꾸다 ①

기사입력 2010.02.28 08:25 / 기사수정 2010.02.28 08:25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부산, 김현희 기자] 박찬호(37, 뉴욕 양키스)가 1994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2010년 2월 기준) 총 53명의 선수가 태평양을 건넜다. 

이들은 모두 ‘내일의 메이저리거’를 꿈꾼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하루 최대 17시간 동안 버스이동을 해야 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그들은 ‘제2의 박찬호’, ‘제2의 추신수’를 꿈꾼다.

이는 재작년 8월(2008년)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금 80만불에 사인했던 안태경(20)도 마찬가지다. 정수민(시카고 컵스), 오병일(롯데 자이언츠) 등과 함께 부산고등학교 마운드를 책임졌던 안태경은 한때 2009시즌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번 픽이 유력했던 선수였다. 좋은 신체조건(190cm - 93kg)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의 빠른 볼이 국내/외 스카우트들에게 큰 어필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2학년이었던 2007시즌에는 김태군(LG 트윈스)과 함께 화랑대기 우승을 이끌며 ‘우수 투수상 수상’의 영애를 안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타지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안태경은 자신의 ‘마이너리그 생활’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국 진출 이후에 대한 솔직한 심정과 그의 자세한 ‘야구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부산 모처에서 그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 부산 모처에서 만난 안태경 선수. 누가 봐도 운동선수임을 알 수 있을 만큼 그는 좋은 체격 조건을 지녔다.

▶ 나의 고교시절, 그리고 故 조성옥 감독님

- 미국 진출 이후 국내에서 편히 쉬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시간 내어주어 고맙다. 우선, '미국 진출 선수, 여기 안태경도 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을 소개해 주기 바란다.

안태경(이하 '안') : 미국 마이너리그에는 상당히 많은 팀이 있다. 루키리그 역시 마찬가지인데, 나는 그중에서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루키리그인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리그에서 뛰고 있다. 사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부상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격려해 주시고 또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 힘을 내고 있다.

사실 미국 가기 전에는 몸무게가 99kg에 달했다. 그래서 몸에 많이 부담이 되었고, 몸에 무리가 오다 보니 피칭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귀국하면서 93kg까지 뺐다. 지금은 몸 상태가 정상이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보여 드리고 싶다.

- 옛날 이야기부터 먼저 해 보자. 아직 ‘부산고 안태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007년 화랑대기 우승의 순간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3학년이었던 김태군이 MVP를, 2학년이었던 안태경 본인이 우수투수상을 받지 않았는가?

안 :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 당시 많은 구단에 ‘부산고에 안태경도 있다.’라고 어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1학년 때에 전혀 공을 잡지 않았다. ‘투수를 하지 않는다.’라는 조건 하에 부산고에 입학했기 때문이었다. 1년간 공에 손을 대지 않다가 2007년 대통령배 지역 예선에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고교시절 투수 데뷔가 1년 늦어진 셈이었는데, 사실 이것도 던질 투수가 없다 보니 내가 던지게 된 것이었다. 딱 1이닝만 던지고 나왔다. 전날 던지게 했던 투수들을 다음 날 경기에 절대 내보내지 않는다는 학교 방침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만큼 투수가 부족했다.

- 투수가 부족해도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않는다는 점은 최근 부산고교 감독님들의 공통된 지도방식인 듯 싶다. 그러고 보니 안태경 본인은 故 조성옥 감독님과 김민호 현 감독님의 지도를 모두 받지 않았는가?

안 : 1학년 때에는 조성옥 감독님께, 2~3학년 때에는 김민호 감독님께 지도를 받았다.

- 그렇다면 본인이 느꼈던 두 감독님의 지도 방식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안 : 돌아가신 조성옥 감독님께서는 자신의 노하우보다는 선진 야구를 배워 새로운 것을 가르치시는 스타일이다. 반면 김민호 감독님은 자신의 프로 시절 경험과 야구 노하우를 많이 가르쳐 주셨다. 그만큼 상반된 지도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두 분 모두 체력훈련을 강조하셨다는 점이다. 그래서 웬만한 부산고 출신 야구선수들은 지치지 않는다.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백차승(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모교 선배님들 역시 고교 시절에 혹독한 체력 훈련을 이겨냈다. 그렇기 때문에 빅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생각한다.

- 故 조성옥 감독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 : 감독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하고 나서 정말 많이 울었다. 나를 미국으로 보내 주셨고, 또 투수로 키워주신 분이 바로 조성옥 감독님이기 때문이다. 정말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이후 동의대학교가 감독님 없이 대학야구 우승을 차지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또 울었다. 감독님 소식만 접하게 되면 우는 날이 많았다. 그 정도로 감독님의 별세가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편찮으신지도 몰랐다. 그래서 작년 말, 귀국 하자마자 바로 묘소로 찾아가 참배를 드렸다. 스승님이자 아버지 같은 조성옥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꼭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다.

▲ 지난 해 대학리그 우승 직후 故 조성옥 감독을 향하여 ‘가상 헹가래’를 펼친 동의대 선수들. 옛 스승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태경은 매번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 부산고 동문들과 친구들 이야기

- 화제를 바꿔보자. 2년 터울로 나란히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두 포수, 김태군(21)과 김창혁(19)도 모두 부산고 출신이다. 안태경 본인도 두 선수와 나란히 배터리를 이루지 않았는가?

안 :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사실 (김)창혁이와 더불어서 (김)대유가 히어로즈 지명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가장 아끼는 후배 둘이 모두 프로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 프로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김)태군이 형과 배터리를 이룰 때에는 내가 참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선수로서, 또 팀의 기둥으로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반면 (김)창혁이는 처음에는 굉장히 부족했다. 그러다가 3학년 때에 기량이 급성장한 것을 보고 마음이 뿌듯했다. 하지만, 나는 (김)태군이 형보다는 연습 때에는 일부러 (김)창혁이와 호흡을 맞췄다. 볼을 많이 받다 보면 (기량이) 점점 나아질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많이 도와주고 싶었던 후배였다. 하지만 후배들은 이런 선배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웃음).

-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정수민, 롯데 자이언츠 지명을 받은 오병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다.

안 : (정)수민이나 (오)병일이 모두 1학년 때부터 ‘타고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신체 조건에 비해 서로 노력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나를 포함한 모두가 ‘열심히 하자’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친구이자 라이벌’은 사실 부산고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경남고 박민규(삼성 라이온즈)도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 아니었나?

안 : 사실 빠른 볼 자체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구, 특히 커브에 우리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 정도로 완급 조절이 빼어났고, 변화구 구사 능력이 탁월했다. 미국에 온 이후에도 인터넷 메신저로 자주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잘 하라고 격려하고, 경기 이후 ‘잘 했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박)민규나 (정)수민이, (오)병일이가 프로에 갔을 때에는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다(웃음). 그보다는 홍재영(경남고, 1년 유급 후 롯데 자이언츠 입단)이 1라운드에서 롯데에 지명 받았던 것에 크게 기뻐했다. 나의 ‘베스트 프렌드’인 (홍)재영이가 언젠가 롯데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며 대성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또 웃음).

- 2부에서 계속 -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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