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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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공평해도 너무 공평하다

기사입력 2007.08.03 13:19 / 기사수정 2007.08.03 13:19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기자] 몇년 전에 축구 팬들 사이에 이런 우스개 소리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신은 공평하다.
중국에게는 13억 풍부한 인적 자원을 주셨으나,
또한 '공한증'을 함께 주셨고.
일본에게는 폭넓은 저변을 주셨으나
야나기사와와 같은 포워드도 주셨으며
한국에게는 엄청난 스피드와 무한한 잠재력을 주셨으나,
...대한축구협회도 함께 주셨다.'

벌써 몇가지의 버전을 읽어 봤지만 그때 마다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내용이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부분이야 다양한 버전들이 존재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만은 절대 다른 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말은 축구팬들을 위한 진정한 '블랙조크'가 아닐까.

핌 베어벡 감독이 떠나겠다고 했을때만해도, 다양한 이유를 준비해 그를 옹호하는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단번에 3개나 발생하는 국가대표 사령탑의 공백. 본프레레가 떠날때와도 비교하기 힘든 촉박한 시한(솔직히 이때도 9개월남기고 경질되더니 선정기간에만 거진 한달정도 걸려 난리가 났었다), 무엇보다 형님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선보이며 기대를 더하고 있는 올림픽 대표팀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베어벡 스스로가 못버티겠노라, 이미 가진거 다 쏟아부었노라 말하며 물러서는 것까지 붙잡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이왕 못잡는거, 얼른 눈을 돌려 새로운 사령탑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놈의 새로운 감독 선출이라는 문제만 닥치면 앞서 언급한 블랙조크가 도저히 지나가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홍명보는 안돼? 좋다 이거야

솔직히 상황이 가장 다급한 현재의 국가대표팀이나 올림픽대표팀을 생각했을 때, 일찌감치 쏟아져 나왔던 홍명보 대세론이 나쁘지많은 않았다. 비록 사령탑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두 팀 모두의 전력과 구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이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이니 말이다.
오히려 당장 경기들이 코앞에 닥친 올림픽 대표팀은 홍명보 코치가 지휘봉을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분석도 나올 정도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홍명보 코치는 안된단다. 아시안컵 3,4위전에서 경기장 난입으로 받은 퇴장이 문제가 됐다. 아직까지 징계수위가 결정되지 않아 혹시라도 발생할 차후의 문제가 있다는 것.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베어벡이 남았어도 마찬가지고,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젠데 징계 나올때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축협은 손만 빨고 있겠다는 소리로도 해석되는 문제가 아닌가?

홍명보, 박성화, 이상철, 조광래, 장외룡. 

결정 전까지 꾸준히 언급되어온 이름들을 요약하자면 대강 이 5명으로 압축이 된다. 그리고 홍명보와 장외룡 감독의 이름도 이해했고 넓은 의미로 조광래 감독의 이름도 납득은 간다. 그러나 부산 아이파크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지 한달도 안된 박성화 기술위원의 이름과 이미 이전에 올림픽 대표팀에서 자그마한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이상철 코치의 이름도 같이 들어있다?

이 정도면 날로 먹자는 소리로 안들리는 것이 이상할 지경.

외국인 감독 이야기가 한풀 꺾인 건 반갑지만(그리고 이제 당분간은 외국인감독들이 먼저 거부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내로 눈을 돌린 것도 반갑지만 이 명단을 보고 축구팬들이 환영할 이름이 몇이나 있을까.

특히나 최종적으로 낙점된 사령탑이 박성화 감독이라는 사실은 기가 막히다 못해 분노마저 일어날 부분. 그의 실력이 나빠서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아이파크는 럭비공같은 행동으로 유명했던 에글리 감독이 돌발적으로 사표를 던지고 사라지는 바람에 한바탕 혼란을 겪은 상황이다. 그 후임으로 박성화 감독이 7년만에 부산으로 복귀해 FA컵 8강 진출까지 성공시켜 슬슬 팀이 안정을 찾아가려는 마당에 올림핌 대표팀 감독이라니, 그럼 부산 아이파크는 리그 포기하고 그대로 주저 앉으라는 말인가.

게다가 구단에서 별 마찰없이 끝났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 구단주가 지시하는데 일일히 토를 달 프론트가 있을리 없지 않은가. 이래저래 지켜보는 팬들만 뒷목잡고 쓰러질 밖에.

정 안된다면 곧 재신임 과정에 들어갈 U-20 청소년대표팀의 조동현 감독과 U-17청소년 대표팀의 박경훈 감독을 한단계씩 끌어올려 선임하는 방법도 있었다. 조동현 감독은 현재 올림픽 대표팀에 뛰고 있는 선수들 중 많은 수를 청소년 대표시절 지도한 경력이 있고, 같은 맥락에서 박경훈 감독 역시 현재 U-20팀의 선수들 대부분을 지도한 경력이 있지 않은가.

비록 안에서 돌려막기란 말을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직접 부딪히며 선수들을 접한 감독들이 있는 마당에 굳이 이름값만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유자체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적어도 신용카드 돌려막기 같은 지금의 선임과정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사실 베어백 감독이 K리그 감독들과 사이가 나쁜 것도 이번 사퇴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분석이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K리그와 사이가 나빴던 원인을 제공한 건 누구였던가? 리그와 국가대표팀이 심심하면 신경전을 벌여야 했던 원인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가끔 현장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행정과 현실이 너무 동떨어졌다는 소리다. K리그가 1년에 몇번씩이나 일정표를 보고 분통을 터뜨려야 하고 대표팀이 선수 소집할때마다 진땀을 빼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일들을 마주할때 마다 현장과 행정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 사이의 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게다가 결국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박성화 감독이 결정된 덕분에 부산아이파크는 보름만에 또 사령탑이 사라졌다. 이제 또 죽어라 몸살을 해야할 K리그는 어찌하면 좋을까.

그러니까 신이시여! 이런데서는 좀 불공평해도 좋다니까요!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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