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11 14:38 / 기사수정 2010.02.11 14:38
[김준명 건강칼럼] 10년만의 폭설, 강추위... 희망찬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우리에게 찾아 온 손님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야 농사 잘된다.’, ‘눈 많이 오면 그해 풍년이니 올해 경제가 괜찮아 질 것이라’란 얘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속에서 인상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황당한(?) 이름의 질환에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변비와 설사가 반복해서 찾아오고, 툭 하면 배속에서 요동을 치는 그 무언가(?)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 눈이라도 오면 애인을 보채서 눈 속 데이트를 하고 싶지만 롤러코스터 ‘남녀생활탐구’ 방송처럼 ‘이런 젠장 그 눈치 없는 녀석이 하필이면 이럴 때 찾아와 나갈 수 없어요.’란 성우 목소리를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질환이다.
2주일 전에 이 골치아픈 녀석과 이별을 하고 싶어 찾아온 환자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 내원해서 질환 자체에 대해 제대로 몰라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병증을 설명해주고 치료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해준 뒤 본격적으로 치료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환자가 내원하기로 예약한 시간에 오지 않아 걱정했다. 예약 시간을 3시간이나 넘겨 오긴 왔는데... 늦은 이유가 지하철 때문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 덕택에 지하철이 끊기거나 연장되고... 외근 나온 뒤 회사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고 한의원으로 곧장 직행했는데도 지하철 플랫폼에서 1시간, 어렵게 탄 지하철도 제대로 오지못해 그 안에서 1시간 반이나 생고생을 했으니...
그런데 이 환자가 더 고생한 것은 꼼짝 못했던 2시간 반 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 때문이었다.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아랫배를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은 ‘어서 빨리 화장실 가라니까’로 들렸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꾹 참고 어렵게 지하철을 탔는데... 지옥철로 둔갑해 사람들에게 끼여 있을 때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오도가도 못하는 지하철... 그 속에서 요동치는 배를 부여잡고 극한의 고통을 참아내야만 하는 상황... 이 환자 말처럼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만 하는 그 심정... 이 얘기를 듣고 나서 직원들에게 부탁을 했다. 예약 시간 보다 늦게 오는 환자분들께는 더 신경을 써달라고... 새해 초부터 갑자기 찾아온 폭설만큼이나 환자들의 고통도 커지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글]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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