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3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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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더 높이 비상하라!

기사입력 2006.02.10 09:43 / 기사수정 2006.02.10 09:43

손병하 기자

활약이 반가운 선수, 이동국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 미국 LA에서 열렸던 LA 갤럭시와의 평가전에서 전지훈련 기간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3-0 완승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골 맛을 보지 못했던 스트라이커 이동국을 비롯하여 김두현 인천수가 각각 한 골씩을 기록하며 시원한 승리를 만들어 냈다.

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와 홍콩을 거쳐 미국에까지 이른 대표팀은 총 7차례의(비공식 포함) 평가전과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경기력을 선보여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이호 조원희 백지훈으로 대변되는 젊은 피의 눈부신 성장세와 이동국 정경호 이천수 등, 기존 선수들까지 상승세를 타면서 나날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온 김남일마저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고 있어, 전체적인 경기의 완성도나 전술적인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활약이 반가운 선수가 있다. 바로 이동국 선수이다. 지금까지 많은 축구팬 사이에서 '계륵'으로 통했던 이동국은 가진 능력에 비해 유난히도 인정을 받지 못했던 그런 선수였다.

과정에 비해 초라했던 축구 인생

▲ 쿠웨이트전의 이동국 선수 
ⓒ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지난해 7월,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서울과 포항의 전기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박주영은 감기 몸살에 시달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상암벌을 찾은 5 만에 가까운 축구팬들을 열광시켰고, 반면 이동국은 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박주영과의 맞대결에서 완패했었다.

비록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이 날 이동국의 움직임은 스트라이커로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고 부지런했지만, 과정보다 결과로 더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이 스포츠다 보니 이동국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동국은 지금껏 항상 이러한 길을 걸어왔다.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노력하는 선수지만, 항상 결과가 그런 이동국의 과정을 뒷받침해주지 못했었다.

게으름은 이동국이란 이름 뒤에 따라오는 수식어와 같은 것이었다. 경기장에서 적극적인 수비를 하지 않고 움직임이 적다는 지적은 히딩크 감독 이후 체력을 바탕으로 하며 많이 뛰는 '압박 축구'에 익숙해진 축구팬들의 입에 더욱 많이 오르내리며 다른 스트라이커들과 비교 대상이 되었다. 한국 축구에서 거의 유일하다 싶은 정통 타깃형 스트라이커에 대한 평가보다는 직접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의한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2000년, 레바논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 당시 심각한 무릎부상에 시달리던 이동국은 1무 1패로 탈락 위기에 처했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대표팀을 8강에 올려놓았고, 이란과의 8강전에서는 후반 30분 교체 투입되어 무릎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절뚝거리면서도 연장 후반 골든골을 터트리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었다.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이동국은 결승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었다.

당시, 100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한 대형 스트라이커라는 찬사를 들었던 이동국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동메달을 선사했지만, 스스로에게는 10년을 퇴보해야 하는 축구 인생에 있어 가장 가혹했던 순간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브레멘으로 이적했지만 이동국은 많이 망가진 몸으로 초라하게 귀국해야 했고, 많은 축구팬은 그런 이동국의 귀향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못했다.

이후 히딩크가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이동국은 '명장 히딩크 눈에 들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다.'라는 팬들의 지적을 받아야 했고, 팬들은 그 이유 역시 그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하지만, 히딩크가 이동국을 선택하지 않았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동국의 선수로서의 기량적인 측면이 아닌 이동국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었다. 히딩크가 쓴 자서전에서도 밝혔듯이, 이동국의 탑 스트라이커로서의 기질과 플레이 성향은 토탈 싸커를 표방한 압박 축구를 계획했던 히딩크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았었다. 분명 뛰어난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전체를 위해 이동국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었다.

굳이 부지런해야 할 필요가 없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의 이동국은 한국 축구의 색깔과 맞지 않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이지 못했고, 움직임이 적은 이동국은 우리가 졸전을 펼친 경기에서는 늘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동국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도 그의 골은 언제나 영양가 논쟁을 벌여야만 했다. 그만큼 이동국은 축구팬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선수였다.

▲ 지난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쐐기골을 터트린 이동국 
ⓒ 엑스포츠뉴스 장준희 기자

그런 이동국이 자신의 플레이를 고집하지 않고 팀과 감독, 그리고 경기 흐름에 맞추는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월드컵 엔트리에 들지 못해 눈물을 흘렸던 지난 2002년의 기억을 곱씹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추락하는 천재로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이동국은 이를 악물고 뛰고 있다.

LA 갤럭시전 이전까지 아드보카트호가 전지훈련 기간에 치른 6경기에서 이동국은 골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공격수 중 가장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대표팀의 최전방을 이끌었었다. 이동국은 더 이상 게으른 공격수가 아니었고, 이기적인 플레이를 고집하지 않았다. 그런 이동국이 갤럭시전에서 터트린 통쾌한 중거리 슈팅은 지금까지 과정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이동국의 축구 인생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될 만한 그런 골이었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나이가 들수록 체중이 조금씩 불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동국은 20세 초반의 사진과 현재의 모습이 반대로 다르다. 이동국의 과거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야윈 그를 발견할 수 있다. 세월의 무게를 반대로 이겨내며 다시 부활하고 있는 이동국. 이런 달라진 그의 모습이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서 '라이언 킹'의 멋진 포효를 기대케 하는 이유이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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