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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재미있는 메이저리그 투·타 천적들

기사입력 2006.02.09 05:51 / 기사수정 2006.02.09 05:51

이종길 기자
오티즈-버넷, 서재응-카브레라 등 천적 관계 색다른 볼거리 제공

수준급 타자들은 언제나 방망이를 평균 이상으로 휘두를까? 그리고 최고의 구질을 가진 투수들은 언제나 타자들의 압도해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타율을 가진 타자나 환상적인 볼을 가진 투수라 하더라도, 이들이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일정한 실력을 꾸준히 선보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수준급의 공들이 오고가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3할이 넘는 타율과 함께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장착한 타자라 할지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헛방망이를 휘두르며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징크스란 야구를 비롯한 어느 종목의 선수에게나 피하기 힘든 골치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징크스의 개념을 다르게 해석하면, 이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야구의 재미를 선사해준다. 어떤 한 투수에게 집중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강타자들의 모습이나 어떤 한 타자에게만큼은 무진장 얻어맞는 특급 투수를 보는 것이야말로 흥미진진한 야구게임을 보는 것, 이상의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3년간 깨지지 않고 있는 메이저리그 투수와 타자간의 특별한 관계에는 어떠한 선수들이 속해 있을까?

나, 수준급 타자 맞아?

▲ 데이비드 오티즈
ⓒ mlb.com
▲ 바콜로 콜론
ⓒ mlb.com
3할의 타율과 함께 47개의 홈런을 때려내, 작년 시즌 홈런부문 3위를 기록한 데이비드 오티즈는 보스턴의 4번 타자를 넘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할만한 중심타자이다. 특히 작년시즌, 메이저리그 최다인 148타점을 기록한 오티즈는 자신의 야구경력에서 현재 최고의 해들을 보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준급의 파워를 선보이고 있다. 결국 그를 만나는 웬만한 투수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장타를 맞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듬직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투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시무시한 오티즈도 정작 LA 에인절스의 '마당쇠' 바콜로 콜론만 만나면 바로 풀이 죽어버린다. 최근 3년간 18타석에서 오티즈는 콜론에게 볼넷을 하나 얻어냈을 뿐, 7개의 삼진을 당하며 안타 하나 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인절스의 최고 에이스라는 바톨로 콜론의 구질이 상당하다지만, 타점기계와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는 오티즈에게 이러한 기록은 숨기고 싶은 기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콜론의 위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루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로드 바라하스, 역시 콜론에게 완패를 당한 케이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바라하스는 최근 3년간 같은 지구의 콜론을 18번 상대하면서, 단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며 삼진만 5개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또한 진정한 강타자의 기준을 모두 넘어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트레비스 해프너 역시, 콜론에게 4개의 삼진과 함께 15타석동안 안타를 한 개도 때려내지 못하는 수모를 겪고 있어, 이들이 콜론의 기세를 탈출할 것인가의 문제는 올 시즌 재미있는 메이저리그의 볼거리로 떠오를 예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 라이벌전의 경우, 감독의 속을 더욱 타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뉴욕 양키즈와 오랜 기간동안 끊임없는 앙숙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보스턴의 경우에는 더욱이나 그럴 수밖에 없다. 보스턴의 3루수 빌 뮬러는 이러한 문제로 팀에게 상당한 고심을 안겨준 대표적인 장본인으로 꼽힌다. 뮬러는 양키즈의 간판 투수 마이크 무시나만 만나면 쩔쩔매며 땅볼을 쳐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23타석에서 3개의 볼넷을 얻어낸 것이 전부 일만큼 무시나의 구위 앞에서 뮬러는 고양이 앞의 쥐였다.

▲ A J 버넷
ⓒ mlb.com
▲ 호세 레이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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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할7푼3리의 준수한 타율에 6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작년 시즌 맹활약했던 뉴욕 메츠의 호세 레이예스 역시, 이러한 케이스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레이예스는 같은 지구인 플로리다와의 경기에서 A J 버넷이 나올 때마다, 허공에 방망이를 휘두르기 바빴기 때문이다. 레이예스는 최근 3년간 벌인 버넷과의 맞대결 17타석에서 3개의 삼진과 함께 단 한번도 진루하지 못하는 부진을 겪은바 있다.

필라델피아의 3루수 데이비드 벨 역시, 이러한 A J 버넷의 희생양 중 빼놓을 수 없다. 벨 역시, 버넷에게 16타수 1안타의 부진한 모습을 기록하며 상당한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은 올 시즌부터 이러한 악몽의 피해가 조금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A J 버넷이 올 시즌 아메리칸 리그의 토론토로 이적함에 따라 앞으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위안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내 공이 수박 만하게 보이나?

▲ 브라이언 로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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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무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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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예와는 반대로 투수들의 경우에도 만나기 싫은 타자들은 종종 있기 마련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압도적인 투수들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뮬러를 압도해냈다고 밝힌 마이크 무시나는 브라이언 로버츠와 카를로스 리만 만나면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26타수동안 14안타를 뽑아낸 브라이언 로버츠와 17타수동안 9안타를 작렬시킨 카를로스 리는 분명 무시나에게 무시할 수 없는 타자 이상의 존재였던 것이다.

작년 시즌 뛰어난 투구로 팀의 우승을 이끌어냈던 마크 벌리 역시, 자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타자가 하나 있다. 바로 시애틀의 일본인 타자 이치로 스즈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치로는 상당 구위의 벌리를 상대로 최근 3년간 19타석에서 1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절대적인 우세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치로는 벌리 외에 얼마 전 다저스로 이적한 애런 실리에게도 16타석에서 4개의 볼넷과 함께 10개의 안타를 뽑아낼 뿐더러, 클리블랜드의 특급 투수 사바시아를 상대로도 25타석동안 3개의 홈런을 비롯해 13개의 안타를 쳐내, 특급투수들의 킬러로 불리는데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예는 국내선수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박찬호 선수의 경우, 특히 에인절스의 괴물타자 블라드미르 게레로에게 상당한 약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게레로와의 최근 3년간의 대결에서 16타석동안 3개의 홈런을 포함해 8개의 안타를 맞은 바 있다. 하지만 박찬호에게 아메리칸 리그 소속인 게레로와의 대결은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보여, 올 시즌만큼은 이와 같은 악몽이 조금은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서재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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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안 엔카르나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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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시즌 놀랍게 성장한 서재응 선수도, 최근 3년간의 올랜도 카브레라와의 대결에서만큼은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재응은 16타석동안 10개의 안타를 내줄만큼 올랜도 카브레라에게 상당한 약점을 노출했다. 

한편 서재응은 얼마 전, 세인트루이스로 둥지를 옮긴 후안 엔카르나시온에게도 17타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은 바 있어, 올 시즌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 1순위로 그를 경계해야 할 지경이다. 최근의 대결에서도 2안타를 때려낸바 있는 엔카르나시온은, 올 시즌 다저스에서 입지를 굳혀야 할 서재응에게 강력한 위협대상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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