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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밴쿠버] '올림픽 한풀이'에 나서는 태극전사들

기사입력 2010.02.09 15:00 / 기사수정 2010.02.09 15:00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올림픽에서 따내는 메달은 하늘이 점지해준다고 말한다. 

타고난 기량,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펼치는 노력이 뒷받침되면 하늘이 감동하여 영광스러운 메달을 소유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을 모두 갖췄음에도 올림픽과 이렇다 할 인연을 맺지 못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캐나다의 제레미 워더스푼은 남자 5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34초 03의 세계기록을 보유하면서 67회의 월드컵 대회 우승을 자랑하는 등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올림픽에는 3차례 출전해 은메달 1개를 따낸 것이 전부다. 좋은 경기력을 갖춘 선수임에도 이러한 성적을 낸 것을 보면 올림픽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대회인지를 짐작케 한다.

그럼에도, 이 높은 벽을 깨고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해 '한풀이'를 하려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빛낼 이 태극 전사들은 그동안의 아쉬움을 완전히 깨고,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며 자랑스럽게 목에 메달을 걸기를 꿈꾸고 있다.



 
5회 연속 올림픽 출전, 이번만은 메달을 - 스피드 이규혁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 이규혁(서울시청, 사진▲)과 올림픽은 지독히 인연이 없었다.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면서도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시작해 나가노, 솔트레이크시티, 토리노를 거치면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직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꿈꾸며, 30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현역 생활을 하고 있는 이규혁은 물오른 감각을 바탕으로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만큼은 꼭 메달을 따내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색깔은 반짝 빛나는 금색이다.

지난 토리노 때 이규혁은 메달을 딸 수도 있었다. 남자 1000m에서 메달권 성적을 내면서 기대감에 부풀러 올랐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3위와 0.04초 차이로 뒤져 4위에 머물렀다. 해도 안 되는 것에 이규혁은 포기하려 하기도 했다. 더욱이 후배 이강석(의정부시청)이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자존심도 상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규혁의 전성기는 시작됐다.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이규혁은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나갔다.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3회 우승, 월드컵 시리즈에서 잇따른 우승하는 등 한창 좋았던 20대 초반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

성적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 눈에 띄었다. 지칠 법도 하겠지만 이규혁은 팀 내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할 만큼 기량이 최고 수준에 도달하며 단 하나의 꿈, 올림픽 메달 획득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번만큼은 해내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큰 실수만 없다면 '한풀이'를 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한 번의 경험, 이번에는 금맥 캔다 - 스피드 이강석-이상화, 쇼트트랙 이호석

이규혁의 라이벌이면서도 절친한 후배, 이강석(사진▲ 왼쪽)도 이번에는 금맥 캐기에 도전한다. 이미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500m 동메달을 획득해 1992년 알베르빌 대회 김윤만 이후 14년 만에 스피드 스케이팅 메달리스트가 됐던 이강석은 지난 대회보다 더 나은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한동안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강석은 올림픽을 앞둔 2009-10시즌 월드컵부터 다시 제 페이스를 찾으며 남자 500m 부분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상황이다. "토리노 때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의지처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강석과 더불어 지난 토리노 대회에서 출전한 바 있는 이상화(사진▲ 오른쪽)도 주목할 선수다. 토리노 대회 때, 1,2차 합계 5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이상화는 기복 없는 기량과 꾸준한 상승세로 최근 유력한 메달리스트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올림픽 전 마지막 국제 대회였던 스프린트 선수권에서 개인 종합 첫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에서의 전망을 밝게 했다. 1년 전과 다르게 기록 향상이 눈에 띄고, 이로 인해 무엇보다 자신감이 차올라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토리노 대회 때 '3관왕' 안현수에 밀려 개인전 은메달 2개에 머물렀던 이호석(고양시청, 사진▲)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1인자'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지난 2008-09시즌 남자 개인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안현수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한 이호석은 지난 올림픽에서 따내지 못한 개인전 금메달을 이번만큼은 1개라도 꼭 따고 싶어 한다.

드디어 얻은 기회, 꼭 목표 이룬다 - 쇼트트랙 성시백-조해리

비교적 오래 이어진 선수 생활에도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이는 선수도 있다. 바로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남녀부 1위를 각각 차지했던 성시백(용인시청▲ 사진 오른쪽), 조해리(고양시청▲사진 왼쪽)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을 한 방에 날릴 만한 좋은 성적을 꿈꾸고 있다.

성시백은 지난 토리노 대회에서 대표 선수 파트너로 쇼트트랙 대표팀에 참가했다. 유망한 선수였지만 선발전에서 아깝게 탈락한 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훈련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고교생에 불과했던 성시백은 안현수라는 걸출한 스타 선수와 함께 훈련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림픽 이후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차세대 에이스'로 거듭났다. 2007 동계 유니버시아드 5관왕을 시작으로 월드컵, 세계선수권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자연스럽게 '동갑내기' 이호석과는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고, 이번 올림픽에서 유력한 메달 기대주로 꼽히게 됐다.

2002년에 나이 제한, 2006년에 부상으로 잇따라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던 여자 쇼트트랙 간판, 조해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했지만 계속 해서 이어지는 부상으로 한동안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조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떠오를 '신(新) 병기'로 주목받고 있다. 2번의 아픔이 정신적인 성숙으로 이어져 누구보다 승리욕이 강한 장점을 갖고 있는 조해리는 '타도 중국'의 선봉장 역할에 서서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해 볼 만한 활약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들 모두 올림픽과의 악연을 끊거나 지난 대회보다 더 향상된 성적을 내기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수 생활 가운데 가장 위대한 도전이 될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을 푸는 데 성공하는 선수가 얼마나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관련 기사] ▶ [판타스틱! 밴쿠버] '최강' 쇼트트랙, 이번에는 어떤 작전?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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