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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 5기' 이규혁의 아름다운 도전

기사입력 2010.02.05 08:34 / 기사수정 2010.02.05 08: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규혁(32, 서울시청)의 기량은 세계 최고다. 현재 이규혁의 스케이팅은 특정한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쏟아지는 기대감을 극복하고 게임 자체를 즐긴다면 이번 올림픽은 이규혁의 무대가 될 것이다"

현 춘천시청 감독이자 방송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제갈성렬 감독의 말이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이규혁에겐 5번째 올림픽이다. 지난 16년 동안 무려 4번의 올림픽에 출전했던 이규혁은 '무관의 제왕'에 머물렀다. 한국 빙속의 최고 기대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림픽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그는 한 때 은퇴까지 생각했지만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2009-2010 시즌에 들어서면서 절정에 다다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월드컵 시리즈 4차 대회와 5차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이규혁은 '올림픽 최종 모의고사'였던 2010 스프린터 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근래에 나타난 기록만 보면 이규혁은 '0순위 금메달 후보'다. 제갈성렬 감독은 "이규혁의 약점은 초반 100m의 속도였다. 그러나 현재 이규혁의 초반 스퍼트는 일취월장한 상태다.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은 모두 초반 스퍼트가 뛰어난데 이규혁도 그 선수들과 비교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 모든 구간에서 기복이 없는 점이 이규혁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빙속 대표팀의 맏형인 이규혁은 30줄을 넘은 '백전노장'이다. 올림픽에 4번이나 출전하면서 얻은 경험은 최고의 기량으로 완성됐다. 이 부분에 대해 제갈 감독은 "이규혁의 스케이팅을 보면 '달인'의 경지에 올라온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스케이팅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고 어느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노련미까지 갖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구간에서 최고의 스피드를 유지하려면 스케이팅 기술이 정교해야 한다. 빙판과 스케이트날 사이에서 이루어진 마찰이 좋지 못하면 흔들리게 된다. 제갈 감독은 "200m를 남겨놓은 상황에서도 이규혁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스케이팅 기술이 워낙 좋기 때문에 모든 구간에서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동료이자 경쟁자인 이강석(25, 의정부시청)이 있는 점도 이규혁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제갈 감독은 평가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500m 우승자이자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이강석과의 경쟁에 대해 제갈 감독은 "예전에 나와 김윤만(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1,000m 은메달리스트) 선수가 함께 경쟁했던 시절과 비슷하다. 같은 종목에서 좋은 경쟁자가 있다는 점은 기량 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규혁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다.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는 말을 남긴 그는 금메달 획득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제갈 감독은 "현재 통계적인 자료를 보면 이규혁은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하지만, 백분의 일 초로 승부가 가려지는 스피드 스케이팅은 변수가 많으며 올림픽의 결과는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단거리인 500m의 경우, 초반 100m에서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는 선수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다. 또한, 이러한 흐름을 끝까지 유지하고 가면서 모든 구간에서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며, "이규혁이 올림픽에 대한 부담감을 털고 게임 자체를 즐긴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올림픽에 5번이나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규혁은 5번째 도전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최종 훈련지인 캐나다 캘거리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 = 이규혁 (C) 엑스포츠뉴스 백종모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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