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01 09:52 / 기사수정 2010.02.01 09:52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지난 판타지스타 上 편에서는 로베르토 바지오랑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번 판타지스타 下 편에서는 AS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를 비롯해 카사노와 지오빈코에 대해 알아보자.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판자티스타의 개념을 다시 알아보자,
판타지스타로 불리는 이 용어는 이탈리아 축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필수요소였다. Fantasia(창조성)라는 단어에서 보이듯이, 필드 위에서 무엇인가 기대하게끔 해주며 남들보다 특별한 재능을 통해 팀을 이끄는 구심점의 선수를 뜻한다.
단, 공격형 미드필더를 뜻하는 3/4의 트레콰르티스타와는 다르다. 판타지스타는 투톱의 일원으로서 최전방 공격수를 보좌하는 쉐도우 포워드를 뜻한다. (-세리에 매니아 닉네임 스마씨의 칼럼과 現 성남 홍보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이윤철씨의 '판타지스타에 대한 오해' 참고-)
▶ 그라운드의 진정한 로맨티스트, 프란체스코 토티
현재 이탈리아 축구는 암흑기에 가깝다. 대표팀의 경우, 세대교체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에서의 영광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동시에 2% 부족한 경기력과 선수 구성을 보여준다. 세계 3대 리그로 불린 이탈리아 세리에A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밀리며 3인자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설상가상 독일 분데스리가도 세리에A의 3위 자리를 탐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인 판타지스타에 대한 재조명이 요구될 것이다. 오랜 기간 이탈리아 축구를 지탱했던 판타지스타가 결정적인 순간에 팀을 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판타지스타의 발자취가 보이지 않는 점은 축구팬으로서 아쉽다.
이런 점에서 토티는 재조명 되어야 할 인물이다. 1976년생이란 나이 때문에 이제는 노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토티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선수이다. 단, 그가 이탈리아에서 보여준 멋진 리더십과 남자다움, 뛰어난 실력은 배제된 채, 불명예를 쓰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회상해보자. 대한민국 대표팀은 포르투갈을 격파하며 D조에서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붉은 악마들의 열정적인 응원 속에서 치러진 16강전은 상대가 브라질, 독일과 함께 월드컵의 역사를 지배했던 이탈리아였기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정환의 골든골에 힘입어 한국은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이탈리아에는 굴욕이었을 것이다. 특히 토티에게 더욱 컸을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과의 16강전에서 불필요한 파울을 하며 퇴장까지 당했던 그는 누리꾼들의 조롱에 대상이 되며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무시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토티는 위대하다. 어쩌면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보다 더욱 필드 위의 마지막 로맨티스트일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토티는 위협적인 패스를 통해 한국의 수비진영을 괴롭혔다. 크리스티안 비에리가 결정적인 기회를 모두 날려버리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면, 이탈리아는 토너먼트에 강한 특성상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가 결부된 상황에서 한 팀에 오랜 기간 남는 것은 힘들 것이다. 게다가 빅 리그란 곳에서 소위 잘 나가는 명문팀을 상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점에서 토티는 위대하다. 그가 보여준 위기 상황에서의 한 방과 수비진이 예측할 수 없는 위협적인 패스도 뛰어나지만, AS 로마라는 한 팀만을 위해 자신의 축구 인생을 바친 점은 감동까지 준다.
▶ 천재 악동, 안토니오 카사노
악동의 이미지가 강한 카사노이지만, 그는 분명 특별한 재능을 지닌 천재이다.
지난 上편에서 언급했던 로베르토 바지오가 그라운드와 작별을 하면서 직접 언급했던 이탈리아 최고의 재능인 카사노는 그라운드 위에서 플레이할 때는 비과학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예측 불가능한 패스와 골은 물론이고 화려하진 않지만, 정확하고 간결하며 우아한 드리블을 통해 필드 위에서 마술을 보여줬다.
카사노는 1999년 17살이란 어린 나이에 AS 바리 소속으로 인테르에게 2골을 넣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 보르도의 감독인 프랑스 출신의 수비수 로랑 블랑과 現 파르마의 크리스티안 파누치를 뚫고 17세의 소년이 득점을 기록한 것은 이탈리아 전역에 새로운 판타지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이후, 로마로 이적한 카사노는 토티와 함께 말 그대로 그라운드의 마술을 보여주며 축구팬을 흥분시켰다.
AC 밀란이 클라렌세 셰도르프와 호나우지뉴가 컨디션이 좋은 경우에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토티와 카사노는 우아한 드리블을 바탕으로 그라운드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예측할 수 없는 비과학적인 경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어갔다. 아디다스의 광고 문구처럼 그들에게는 불가능이란 없었다. 비록 로마에서의 말년과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이 순탄치 못했지만, 이탈리아로 돌아와서 부활한 점은 축구팬에게 큰 선물일 것이다.
현재 카사노는 삼프도리아를 떠나 피오렌티나로 임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피오렌티나가 아드리안 무투의 약물 복용 문제로 카사노를 대체 자로 영입한다면 챔피언스리그란 꿈의 무대에서 선전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게다가 대체 자가 더욱 뛰어난 능력의 보유자라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 작은 거인, 세바스티안 지오빈코
그라운드의 난쟁이 지오빈코는 운동선수치고 심각한 단신임에도, 엄청난 재능을 지닌 선수이다. 14세 때 유벤투스의 유스팀에서 폭발적인 활약을 선사했던 지오빈코는 먼훗날 이탈리아와 유벤투스를 대표할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164cm라는 작은 키에서 보여주는 폭발적이고 섬세한 드리블 능력과 예측 불가능한 패스는 로베르토 바지오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를 연상하게 한다. 비록 유벤투스의 상황이 좋지 못하며 주전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쥬세페 로시와 함께 아주리 공격의 미래를 이끌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관련 기사] ▶ [세리에A 톡]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 판타지스타 (상)
[사진=토티,카사노,지오빈코의 프로필 사진 ⓒ AS로마, 삼프도리아,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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