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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이원태 감독, 개성 있는 캐릭터로 그려낸 선악의 경계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5.20 13:00 / 기사수정 2019.05.20 10:0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한국 관객 분들에게 먼저 잘 선보이고 칸영화제를 갈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악인전'의 메가폰을 잡은 이원태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고 있다. 15일 개봉한 '악인전'은 개봉 후 19일까지 14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원태 감독은 "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며칠간은 좋았죠. 하지만 국내 관객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한국 관객 분들에게 잘 선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라며 개봉을 앞둔 긴장감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악인전'은 개봉 일주일이 지난 시점인 오는 22일 상영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의 관심을 칸영화제 참석을 통해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졌다. 개봉 전 "칸 레드카펫에 설 때 (국내 흥행이 잘 돼서) 편안하게 웃으며 설 것인지, 아닐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농담어린 말에 이원태 감독은 "정말 그래요. 마음 편히 웃으면서 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원태 감독은 '악인전'을 떠올리게 된 3년 전의 시간을 되짚으며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딱 시작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의 한계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죠. 밤에 혼자 있을 때 그런 것을 생각하며 분노를 느낄 때도 많았거든요. 정의를 위해서 법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법 때문에 오히려 실패하는 현실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이것이 정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정의와 선,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는데, 사실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이것을 저희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영화 안에 담아보려고 한 것이죠. 캐릭터를 똑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생각났고, 'Worst, The Worst, The Bad'라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명쾌해지고 선명해지는 느낌이었어요. 화이트보드에 저 단어들을 적어놓고 캐릭터 구상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을 때마다 마음을 되새겼죠."

방향을 조금 더 구체화시킨 것은 제작사 장원석 대표의 도움도 있었다. 이원태 감독은 "제가 화이트보드에 적어놓은 것을 보더니, 장원석 대표가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이라고 덧붙여주더라고요. 추상적인 것이 다시 구체화된 것이죠. 그리고 그게 그대로 '악인전'의 영어 제목이 되기도 했고요"라고 얘기했다.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느와르라는 장르의 특성을 2005년이라는 시대 배경 안에 적절한 색으로 녹여내는 일이었다. 톤 앤 매너에 특히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었고, 느와르 느낌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 카메라의 움직임을 좀 더 묵직하게 가져가는 등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나리오 속 활자를 스크린에 구현해 낸 마동석과 김무열, 김성규 등 배우들을 아끼는 마음도 함께 드러냈다.

이원태 감독은 마동석에 대해 "마동석 씨를 알고 지낸지도 오래됐는데, 그래서 더 잘 알고 볼 수 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캐릭터가) 유사한 패턴으로 소비된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아이콘처럼 된 느낌이 있어서, 장동수 캐릭터를 통해서 마동석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영화 속에서 장동수가 칼에 찔리는 것 역시 '어떻게 마동석을?'같은 의외성의 한 부분이죠. 냉정하고 집요하고 영리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김무열과 김성규를 언급하면서도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고마움과 미안함의 마음을 함께 전했다.

"한 얼굴에서 이질감 없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누굴까 했을 때 김무열이라는 사람이 떠오르죠. 정태석 캐릭터를 위해서 살도 급하게 찌우느라 고생했어요. (김)성규는 눈이 정말 좋았어요. 묘한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현실에서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싶을 정도였죠. 성규 씨가 해외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에 오디션을 봤었고, '오디션에 합격하면 (여행) 중간에 올 수 있겠니'라고 했었는데, 3주 만에 돌아왔거든요. 그런데 그 사이에 살도 빠지고, 완전히 K가 돼서 돌아왔더라고요.(웃음)"

이원태 감독은 소문난 스토리텔러답게 스스로를 활자중독이라 칭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에도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메모하며 순간순간들을 기억, 기록하고 있었다.

MBC PD 출신으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아름다운 TV 얼굴' 등을 연출했으며 '조선마술사'(2015)의 원작 집필, '오싹한 연애'(2012) 제작, 영화 '가비'(2012)와 '파파'(2012)의 기획 등을 거쳐 2017년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던 '대장 김창수'를 내놓았다. '악인전'은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결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함께 얻고 있는 중이다.

이원태 감독은 "'대장 김창수'와 '악인전' 두 작품을 놓고 보면 제 취향은 '악인전 에 가까운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대장 김창수' 때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그 간극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연출 스타일만 놓고 보면 '악인전'이 제게 맞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죠. 제 중심을 갖고 있되,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작품에 플러스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잘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관객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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