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7.26 20:47 / 기사수정 2007.07.26 20:47
[엑스포츠뉴스=문헌기자] 태극전사들이 2007 아시안컵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그것도 최악의 골가뭄과 함께 말이다.
이라크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한 한국대표팀은 이제 일본과 아시안컵 3,4위 전만을 남겨 놓았다.
47년 만의 아시아컵 결승진출에 실패한 한국대표팀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음은 물론, 핌 베어벡 감독의 호언장담 "(박지성 등 프리미어 리거가 없어도) 우승이 가능하다"는 말을 지키지 못해 팬과 언론의 질타가 빗발치고 있다.
조별예선부터 답답한 경기 끝에 경기당 평균 0.3골이라는 최악의 골가뭄으로 4강 진출에 실패한 대표팀은 이미 조별예선에서 바레인에게 1-2 역전패한 뒤 베어벡 감독의 경질설이 흘러나왔다.
이라크전에서 패한 베어벡 감독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인터뷰에서 "이미 거취는 결정됐다"며 짧지만,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혔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경기의 내용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베어벡 감독이었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인 공격력은 그 스스로 실망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3~4위 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베에벡의 거취를 묻는 것은 시기상조인 게 사실. 그렇다면, 그가 지난 1년 동안 대표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무엇을 발전시켰을까.
우선 수비를 들 수 있다. 아시안컵 기간 동안 베어벡 감독이 발탁한 미드필더 손대호를 비롯한 수비수 김치우, 강민수, 오범석은 김진규와 함께 335분 동안 무실점을 기록해 기록상으로는 만족할만한 수비력을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예선전서부터 수비수들의 경험부족이 드러나며 중요한 순간에 판단이 미흡했던 부분이 많았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경기서 내줬던 페널티킥은 한국을 조별예선 탈락 위기까지 몰고 가게 했던 큰 실수였다.
그럼에도, 베어벡 감독의 포백 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을 가지며 8강과 4강 경기에서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여 결승진출실패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감을 주는 부분.
게다가 김태영과 최진철등 듬직한 수비수들의 은퇴 뒤 한없이 흔들리던 중앙수비가 강민수의 발탁으로 김진규와 함께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는 움베르토 쿠엘류와 딕 아드보카트 두 감독이 시도했던 포백이 베어벡 감독의 임기에 완전히 한국대표팀에 장착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는 틀림없는 베어벡의 공.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대표팀은 줄곧 네덜란드식 공격축구를 구사해왔다. 거스 히딩크와 본 프레레, 딕 아드보카트에 이은 베어벡까지 같은 네덜란드인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이를 지닌 것을 볼 수 있었다.
베어벡 감독의 네덜란드식 축구는 김상식과 손대호 두 수비형 미드필더와 김정우와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기용해 확실한 중앙장악을 꾀했다. 덕분에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던 수비수들이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표팀의 골 가뭄이 시작되었다는 점.
게다가 선수들의 영리한 경기운영 역시 베어벡 감독이 집중적으로 주입한 비디오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패배를 무릅쓰고도 네덜란드와 가나 등 세계적인 강호와의 경기에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 경험을 쌓게 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덕분에 이번 아시안컵에 한국선수들은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미드필드 장악과 경기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비록 결승으로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베어벡 감독은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에 김남일, 송종국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주전선수들 거의 다가 빠진 상황에 그의 안정적인 전술로 인한 '골가뭄'만을 탓해 경질설로 압박하기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적어도 3,4위 전이 끝나기 전까지 베어벡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까.
[사진=경기중 아쉬워하는 베어벡 감독ⓒA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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