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조은혜 기자] "운이 따르지 않는다기보다는, 때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박종훈은 시즌을 치른 지 한 달이 넘도록 아직도 첫 승을 못 올렸다. 1일 키움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최고투를 펼치고도 득점이 후반에 나오며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일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승리가 없는 투수는 박종훈과 KT 김민, 삼성 백정현 뿐이다. 이 중 7경기에 나와 39⅓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 중인 박종훈의 성적은 단연 돋보인다.
올 시즌 매번 타이트한 경기를 하고 있는 SK라고 해도 박종훈 선발 등판일 평균 득점지원은 2.27로 유독 박했다. '타자들에게 돈을 빌리고 안 갚았냐'는 우스갯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지만, 오히려 박종훈은 등판일이면 매번 용돈을 털어 동료들에게 커피를 돌리고 있다. 박종훈은 "형들이 이제 내가 사는 커피는 미안해서 못 먹겠다고 하더라"면서도 "커피를 돌려서 패전투수는 면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첫 승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박종훈은 지난달 13일 KIA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팀이 4-1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9회 올라온 김태훈의 블론세이브로 승리가 무산됐다. 공교롭게도 1일 키움전에서는 박종훈이 내려간 뒤 김태훈이 올라와 단 4구를 던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김태훈이 미안해하더라'고 귀띔하자 박종훈은 "나는 95구 던졌는데 자기는 4구로 승리한다고 나를 놀렸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도 이내 "태훈이 형이 잘하는 게 좋다"고 챙긴다.
그래도 어떻게 아쉽지 않을 수 있으랴. 박종훈은 승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신경 쓰이진 않냐는 물음에 "코치님에게 '코치님, 제가 잘하고 있는 거 맞습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치님께서도 생각을 많이 해보셨다면서, 못했다면 주변에서 어떤 것이 안 좋다고 말을 할테니 지금처럼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안 좋은 건 아닌 거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승이 없어도, 팀이 이겼으니까 웃는다"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내보였다.
7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고 해서 박종훈을 성적이 나쁜 투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박종훈의 물음에, 모두는 승리의 개수가 아닌 그의 성장과 씩씩한 발걸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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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