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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도로공사의 '절대적 존재', 밀라의 명과 암

기사입력 2009.12.25 19:58 / 기사수정 2009.12.25 19:5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5일 벌어진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도로공사는 세트스코어 2-3(25-27, 25-22, 22-25, 25-15, 11-15)으로 패했다. 거의 잡을 뻔했던 경기를 놓친 도로공사는 시즌 성적 2승 8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도로공사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기대를 거는 팀이다. 또한, 각 포지션에 걸쳐 믿을 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점이 도로공사의 약점이다. 비록, 팀 득점 순위에서는 흥국생명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체 득점 1위에 올라있는 밀라(31, 레프트)의 영향이 매우 크다.

공격성공률 팀 순위에서 도로공사는 34.89%(25일 기준)로 4위에 머물고 있다. 올 시즌, 도로공사는 여자부 최약체 팀으로 평가받았지만 매 게임 선전하는 이유는 밀라라는 전천후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밀라의 존재

밀라는 25일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홀로 34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공격 점유율은 무려 41%에 달했다. 밀라는 팀의 득점 절반을 홀로 책임졌지만 리시브와 디그에도 참여했다. 현재 일본 V리그에 진출한 김연경(21, JT마베라스)이 흥국생명에서 차지했던 비중보다 오히려 높게 보일 정도다.

이날 경기에서 프로통산 수비(디그+리시브) 5,000개를 돌파한 김해란(25, 리베로)과 노련한 임효숙(27, 레프트)이 버티고 있는 수비진은 탄탄하다. 문제는 밀라를 받쳐줄 날개 공격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보람(21, 센터)이 홀로 분투하고 있는 센터진도 다른 팀들과 비교해 매우 취약하다.

밀라는 서브를 제외한 모든 공격 부분에서 팀내 1위에 올라있다. 181cm로 그리 크지 않은 신장을 지녔지만 블로킹도 팀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기록을 볼 때, 팀 전력의 60~70%를 밀라가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렇게 팀 비중도가 높은 선수가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뛰어난 기량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밀라는 팀의 맏언니이기도 하다. 외국인 선수이지만 2년차에 접어든 밀라는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를 곁에서 지속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공격에만 치중하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활약하는 '멀티 플레이어'는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밀라가 빠지게 되면 도로공사의 팀 전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밀라를 받쳐줄 선수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완성하는 것이 도로공사의 과제

25일 벌어진 흥국생명과의 마지막 5세트에서 도로공사는 끝내 무너졌다. 믿을 만한 공격수 한 명이 있는 것보다 공격 패턴이 다양한 팀이 5세트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 시종일관 밀라에게 의존한 도로공사에 비해 흥국생명은 황연주(23, 라이트)와 카리나(24, 레프트), 그리고 중앙의 김혜진(20, 센터) 등을 고르게 활용한 세트플레이를 시도했다.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가 많았던 흥국생명은 쉽게 점수를 추가했지만 밀라에 의존했던 도로공사는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밀라라는 확실한 공격 루트가 있어도 다른 패턴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위력은 떨어지게 된다. 흥국생명의 유효블로킹과 수비에 번번이 막힌 밀라의 공격은 힘을 잃었고 그 틈을 이용한 흥국생명의 세트플레이는 빛을 발휘했다.

팀의 완성도와 선수들의 기량 차이를 볼 때, 흥국생명이 객관적으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4세트 막판에 보여준 도로공사의 플레이에서는 '희망'이 나타났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정다은(18, 센터)은 뛰어난 블로킹 감각을 보이며 알토란같은 득점을 올렸다. 또한, 주전 세터로 기용된 이소라(22, 세터)도 4세트에서는 다양한 토스워크를 선보였다. 현재 큰 공격을 소화해줄 공격수가 부족한 도로공사는 밀라를 받쳐줄 공격수보다 다채로운 세트플레이를 완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비록, 경기에 패했지만 4세트에 나온 도로공사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도로공사의 미래를 밝혀주는 것은 밀라의 개인기가 아니라 '팀 조직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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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밀라 (C)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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