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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16강행 키워드는 나이지리아

기사입력 2009.12.07 08:26 / 기사수정 2009.12.07 08:26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내년 여름 남아공에서 각 지역의 조별예선을 통과한 32팀이 전세계 축구팬들을 위해 멋진 경기를 펼칠 일만 남았다. 대표팀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고 그리스와 함께 B조에 속하며 죽음의 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조도 아닌 다소 무난한 조에 속했다는 평을 받았다.

꿈의 조편성이었던 '남아공-한국-알제리-슬로베니아'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표팀의 B조는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과 G조에 묶인 북한의 운명보다는 나은 것 같다. 대표팀은 이제 조편성 결과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고, 상대팀 전력분석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의 상대팀들은 어떤 팀들일까?

지상최강의 '루저군단',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톱시드 국가로 아르헨티나를 만난 것은 불운일까, 아니면 천운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때 아르헨티나와 한 조에 묶인 것은 분명한 불운일 것이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의 양대 2강, 전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강호인 아르헨티나는 메시, 테베즈, 아게로, 라베찌, 막시 로드리게스, 마스체라노, 사발레타, 에인세 등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180cm'이하의 단신이며 심지어 그들을 이끄는 감독은 디에고 마라도나, 의심의 여지없는 지상최강의 루저군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르헨티나를 천운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들과 경기하는 사커시티의 구장의 고도가 해발 1700m 높이에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지역예선 성적은 8승 4무 6패, 4위로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열차를 탔다. 그 6패의 이면을 살펴보면 에콰도르 원정패, 볼리비아 원정패, 칠레 원정패, 콜롬비아 원정패, 파라과이 원정패로 원정패가 5패나 된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바로 경기장이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상 남미 예선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유에는 바로 이 고산지대 경기장의 힘이 크다. 고산지대에 처음 가본 선수들은 분명 호흡 등 문제로 평소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래서 볼리비아 같은 국가도 아르헨티나를 홈에서 6:1로 잡을 수 있고, 이것이 남미 예선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는 '지옥의 홈 어드밴티지'가 되고 있다.

물론 대표팀도 고산지대 경기장이 우리나라에 없으므로 고산지대에 강할 리 없다.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고산지대에서 약하다곤 해도 그들에겐 최소한 경험이라도 있다. 하지만 분명 고산지대에만 가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해발 1700m의 사커시티에서 잡혔다는 것은 대표팀의 천운이 틀림없다.

유로 2004의 영광은 과거, 오토 레하겔의 그리스

2004년 포르투갈에서 유로대회에 열렸을 당시만 해도 유럽축구 변방인 그리스가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리스는 그곳에서 유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메이저 대회인 2006 독일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 유로 2008에서 3전 전패 탈락 등 쇠락의 길을 걷다 이번 월드컵에 천신만고 끝에 플레이오프에서 우크라이나를 누르고 오랜만에 본선 무대에 이름을 올린 그리스다.

'오토 대제' 레하겔은 유로 2004 우승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스 대표팀을 이끌고 있으며 그들의 주된 전략은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볼을 소유한 후 전방으로 롱볼을 연결해 역습을 성공시키는 전형적인 실리를 취하는 수비축구를 구사한다. 개인기가 특출난 선수 없이 조직력으로 승부를 거는 팀이며 선수들의 체격도 만만치 않아 이미 세르비아의 체격에 호되게 당한 대표팀에겐 꽤 까다로울 가능성이 높다.

지역예선 득점 1위를 차지한 그리스의 핵심 공격수인 분데스리가 소속의 테오파니스 게카스와 유로 2004 영광의 주역인 카라구니스와 카추라니스의 지원사격은 매우 위협적이다. 하지만 그리스에는 팀 스피드에 문제가 있다. 위에 열거한 선수들은 폭발적인 스피드나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제압하기보다는 정확한 패스와 위치선정으로 골을 연결시킨다.

즉 상대적으로 그리스의 경기 템포는 꽤 느린 축에 속한다. 대표팀이 이청용이나 박지성 등 순발력이 좋고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 수 있는 선수들을 투입해 경기 템포를 올린다면 상당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수비의 핵이라 불리는 리버풀의 키르지아코스 또한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할지언정 느린 스피드로 간간이 나오는 경기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토고와의 첫 경기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둔 것처럼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도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세 팀 가운데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그리스전에서 고전한다면,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해질 수 있다.

튀니지 누르고 올라온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넣은 선데이 올리세의 벼락 같은 중거리포에 반해 나이지리아의 팬이 된 축구팬들은 분명 적지 않을 것이고, 그런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 지역예선 B조에서 6전 3승 3무로 튀니지를 누르고 간신히 올라오며 8년만에 월드컵에 진출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모잠비크가 튀니지를 잡는 파란을 연출한 덕분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에 나이지리아 축구팬들은 모잠비크 선수들에게 포상금이라도 전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이지리아의 팀 컬러는 아프리카 팀답게 매우 탄력적이고 빠른 팀 스피드를 자랑한다. 마르틴스, 야쿠부 투톱에 이케추쿠 우체, 피터 오뎀윈기에가 측면에서 지원사격을 하며 중원은 첼시의 미켈과 헐 시티의 올로핀자나가 맡는다. 마르틴스와 야쿠부라는 걸출한 스피드스타 투톱을 지니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본선에서도 측면 돌파와 수비 뒷공간 돌파 등 속도를 활용한 경기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약점은 경기를 풀어갈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원의 미켈과 올로핀자나는 볼 점유율을 따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공격의 빌드 업을 책임지는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중원에서 대표팀이 볼을 뺏기지 않는다면 나이지리아는 선수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답답한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대표팀의 16강 진출 키워드는 나이지리아에 달려 있는데, 그것은 나이지리아전이 마지막 3차전이기 때문이다. 3차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2년 4강신화를 이룩해냈을 때도 2차전까지 1승 1무였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2차전까지 1승 1무였지만, 2002년에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승리를 거둬 16강에 진출했던 때와 달리 2006년은 스위스에 무릎을 꿇으며 고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B조의 상황은 절대우위를 점하는 팀이 없기 때문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서로 물고 물리는 결과가 나온다면 따라서 2차전까지 최소 승점 1점이라도 벌어두고 마지막 나이지리아 전에서 승리하며 승점 4점으로 진출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에는 하늘의 뜻이 조금 따르는 듯 하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인 펠레가 나이지리아의 전력을 두고 그 어느때보다 막강한 전력이라 평하며 결승진출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예언(?)'을 했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운까지도 필요한 지금, 하늘의 뜻은 대한민국 대표팀에 있다.

이제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까지 187일이 남았다. 모쪼록 상대팀의 분석을 게을리하지 않고 비슷한 국가와의 많은 평가전을 통해 대표팀이 남아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사진=이제 개막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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