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11.03 05:46 / 기사수정 2005.11.03 05:46
팀은 존폐위기, 지역 기반 기업들 여전히 '무관심'
지난달 막을 내린 제 86회 울산 전국체전에서 한국철도, 국민은행, 미포조선등의 실업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감격의 동메달'을 획득한 서산시민축구단이 2종클럽을 비롯한 대학-K2-K리그의 왕중 왕을 가리는 FA컵에서도 불참을 선언하며 사실상 2005년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선수, 감독의 땀과 눈물로 일궈냈던 전국체전의 영광도 잠시, 재정적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서산시민구단의 선수와 감독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의 마음은 그 어느해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언론에서는, 자신의 출신지역 팀이라는 애착만으로 이 팀을 되살리기 위해 2002년 이전 창단 준비과정부터 몸담아 이끌어 온 최종덕감독이 급기야 자신의 집마저 팔아 카페를 운영해 구단 살림에 보태고 있다는 눈물겨운 뒷이야기까지 드러나, 지켜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올해를끝으로 서산팀 감독에서 물러날 것을 선언한 서산의 최종덕 감독
서산시민축구단의 FA컵 불참 선언 사유 또한 재정적 문제였다. FA컵은 대한 축구협회의 주최로 펼쳐지는 국내 성인축구(대학,2종클럽, K2리그, K리그)의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로, 실업팀의 경우 K리그 팀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팀의 위상 제고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대회로 평가되어 실업팀들에게는 '기회'로 인식되는 대회이다.
하지만 재정능력이 부족한 팀의 경우에는, 상금등의 수익면에서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 대회 특징과, '한번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 형식의 대회규정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서산의 경우가 그렇다. 서산은 첫 경기의 대진부터 경상남도 남동부에 위치한 양산시로의 장거리 이동으로 적지않은 지출을 해야했고, 더욱이 첫 상대부터 전력이 훨씬앞선 K리그의 전남 드레곤즈인 점을 비추어 승산도 없다고 판단,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대회참가를 포기했다.
그러나 역시 아쉽다. 참가비만 있었다면 K리그 강호들과 정식으로 맞붙을 수도 있었고, 두경기만 이겨 8강에만 진출해도 팀의 위상을 어느정도 높일 수 있는, 이러한 기회를 제 발로 내차버린 팀의 속은 얼마나 쓰디 쓸까.
기업 하나만 붙어도 팀 분위기는 180도
만성적인 팀의 운영자금난을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기업의 투자다. 시민구단이라는 특성상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이 참여한다면 금상 첨화.
서산지역에 기반을 두고있는 기업들을 꼽자면 지난해 충남지역에 단단한 기반을 둔 대아건설을 인수 합병하여 규모면에서 급성장한 경남 기업과, 서산 지역출신 재력가가 설립한 효명 종합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서산지역에 공단이 들어선 KIA자동차, 현대 정유화학 등 대기업 또한 서산시민구단에 대한 스폰서쉽 체결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특히 경남 기업은, 서산뿐만 아니라 충청남도 전역에 단단한 기반을 두고 지역내에서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 대아 건설을 인수한 건실한 기업이다. 경남기업의 성완종 회장 역시 서산지역 출신으로서 서산 장학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경남기업이 서산 시민구단의 스폰서로 참여할 경우 '지역 기업'이라는 이미지 쇄신에 더없는 도움이 될것이다.
K2리그 팀에 대한 투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다.
서산시민구단의 경우 현재 연간 운영비 7~8억 규모에 내년 프로화로 전향을 한다 해도 10억 안팎의 최소 운영비를 책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기업의 참여가 크게 부담스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참여했을 경우 해당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사실상 스폰서쉽 체결을 꺼릴만한 이유는 크게 줄어든다.
예를들어 경남 기업이 대한축구협회에 후원하는 금액(연간 50억원 추정) 1/10가량만을 투자하더라도, 서산시민구단의 입장으로서는 운영면에서 지금과는 비교하기 힘들정도의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으로서는 앞서말한 '지역내에서의 이미지 제고'외에도 경우에 따라 엄청난 +α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근거는 바로 내후년부터 시행되는 K리그-K2리그간의 승급제.
2007년부터 시행 예정인 K2리그팀의 K리그 승급 계획상 내년(2006년) K2리그 우승팀은 1부리그인 K리그로 승격하게 된다. 이 경우 만일 서산시민구단이 리그 막판 선두권을 유지한다면 국내축구역사 사상 최초로 시행되는 승급제에 대한 언론의 주목으로인해 스폰서기업의 홍보효과가 배가될 확률도 크다.
특히 올해 전국체전 메달획득과 같은 저력을 내년에도 발휘할 경우, 언론의 주목으로 인한 홍보 효과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린 이렇게 축구했다" 장마철 인근 고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연습경기중인 서산
'지역 축구팬들의 관심과 사랑'은 팀 발전의 필요충분조건
서산만큼 K2리그 팀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은 거의 없다. 주말 경기가 펼쳐졌던 지난해 까지만 해도 경기당 평균 1000명 이상, 때로는 2000명이 넘는 관중이 꾸준히 입장해 지역팀의 활약을 지켜보고, 지지해주었다.
다분히 수치적이지만, 경기당 1000명이상의 관중수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이는 K리그의 비인기 팀으로 꼽히는 성남 일화나 부산 아이파크등의 홈경기 입장 관중수보다도 높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서산시민축구단의 팬들이 피부로 느끼지는 못할 수 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축구인들로서는 서산의 이러한 축구열기를 지켜보면 여간 흐뭇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올해부터 실업축구연맹측이 평일(금요일) 야간경기 개최를 선언함으로서, 서산의 축구열기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야간 조명이 없는 서산의 경우 금요일 오후 4시에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때문. 아니나 다를까 서산의 홈경기 입장관중수는 적게는 1/5 많을때는 1/10가량 줄어들어 '그들만의리그'가 펼쳐지는 가슴아픈 현상이 계속되었다.
올해의 아픔이야 어찌할 수 없는 것. 내년부터는 다시 주말경기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K2리그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은 반드시 예년 수준으로 되살아나야만 한다. 홈 팬들의 열성은 (앞서 말했 듯)구단에 대한 기업들의 스폰서쉽 체결을 향한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K2리그 특성상 성적이 좋은 구단 외에도 인기구단에 대한 언론의 발걸음 역시 이어진다.
좋은 예로 지난 2003년 국내 최대의 축구잡지인 베스트 일레븐이 서산지역의 K2리그 축구열풍을 "대한민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표현하며 주목해주었고, 그러한 효과는 지더라도 재밌는 축구를 구사한 2003년 서산팀의 플레이에 그대로 묻어났다.
서산, 내년 우승시 K리그 진출, 뿌리칠수 없는 유혹
내년의 경우 팬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년 서산의 성적 하나하나에 솔깃하게 될것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K리그-K2리그간의 승급제.
내년 서산이 우승하면 2007년 서산은 K리그로 승급되어 서산 종합운동장에서도 드디어 김남일, 박주영, 이관우등 국내 정상급 축구스타들의 플레이를 직접, 정기적으로 볼 수 있게된다. 물론 서산의 현재 상황으로는 내년 당장 승급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시행 후 언젠가는 한번 노려볼 만한 일이다.
서산만큼 인기 많은 팀도 없지만, 서산만큼 빈곤한팀도 없다. 자금난으로 국내 대회 일정조차 소화하기 힘들 정도라면 가히 존폐위기로 단정짓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지역 기반 기업들의 출자 이외에도시민주 공모 (구단차원에서는 2003년 재정적 보탬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 혹은 지역에 공단이 설립되어있는 대기업들에게의 투자 요청등 최악의 상황으로 몰린 마당에서 좀 더 효율적인 행정운영능력을 발휘한다며 서산구단은 다시 재도약할 수 있다,
최근 서산구단에 투자를 약속했다는 반가운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도 선거 직전 공약성으로 급조한 단기적인 투자가 아닌, 시 차원에서의 장기적 후원이 필요하다.
현재 K리그의 대전시티즌의 유니폼에 새겨진 It's Daejeon" 프린팅은, 대전광역시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연간 10억 이상을 후원하는 부분이다. 반면 서산시민구단의 경우 지난해부터 "서산 사랑"이라는 지역 명칭을 유니폼 앞면에 자발적으로 새겼음에도 불구, 지자체에서는 이렇다할 후원을 해주지 않은점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서산시청은 지구상에서 축구팀에 가장 인색한 지자체"라는 서산지역 축구팬들의 일침을 가슴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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