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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삼성화재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

기사입력 2009.11.19 11:35 / 기사수정 2009.11.19 11:3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8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배구 1라운드 경기에서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0(25-18, 25-16, 30-28)으로 누르고 시즌 4승을 올렸다. 2007-2008시즌부터 삼성화재는 주전선수들의 노쇠화와 얇은 선수층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7-2008시즌은 물론, 2008-2009시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안젤코(전 삼성화재)라는 특급 외국인 선수의 몫도 컸지만 국내 최강을 자랑하는 수비와 견고한 조직력은 삼성화재를 강팀으로 만들어 놓았다.

수비와 조직력을 내세운 삼성화재의 배구는 그동안 국내 리그를 제패해왔다. 세계 배구의 추세는 강서브와 빠른 토스를 활용한 '스피드 배구'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되는 빠른 플레이는 월드리그를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우리캐피탈의 외국인 세터인 블라도는 "유럽에서는 빠른 토스를 기반으로 한 스피드 배구를 예전부터 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정교함에 초점을 둔 배구를 하고 있다. 이런 배구는 80년대와 90년도에 세계 흐름을 지배했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흐름 자체는 빠르고 공격적인 배구로 가고 있지만 국내 무대에서는 여전히 수비와 조직력을 앞세운 배구가 정상을 차지해왔다.

오랫동안 숙성된 수비와 조직력, 여전히 V-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그 팀의 선수 구성에 따라 어떤 배구를 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배구 철학이 수비와 조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삼성화재의 선수들은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잘해야만 경쟁체계를 갖출 수 있다. 선수들의 신장이 작고 큰 공격을 해줄 '거포'가 없기 때문에 세트플레이를 자주 구사해야 한다"고 삼성화재란 팀에 대해 평가했다.

삼성화재의 주전 선수들 중, 외국인 선수인 가빈 슈미트(23, 캐나다)와 센터인 조승목(28, 센터)과 고희진(29, 센터)만 빼놓으면 모두 만으로 30이 훌쩍 넘은 노장들이다. 이들은 신장도 작고 힘있는 공격력보다 세밀한 플레이를 잘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팀 구성이 이렇다 보니 신치용 감독은 자신이 추구한 '기본기 배구'를 더욱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프로구단들 중, 가장 수비가 좋은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서 집중력이 살아나는 팀이기도 하다.

삼성화재의 선수 구성은 결코 좋지 않다. 레프트 포지션에서 빠른 공격은 물론, 오픈 공격과 어려운 볼들을 처리할 '공격수'가 부족하다. 또한, 주전 선수들을 뒤받쳐줄 벤치 요원도 열악하며 서브리시브가 안 됐을 경우,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는 위험부담도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신치용 감독은 이렇게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삼성화재가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할 거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 팀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오랜 기간 동안 서로 호흡을 맞추며 만들어온 '조직력'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 동안 꾸준하게 서로 호흡을 맞춰보고 많은 훈련을 소화했던 점이 튼튼한 초석이 됐다"

삼성화재에 있는 '배구 도사'인 석진욱(33, 레프트)과 손재홍(33, 레프트)은 서브리시브와 디그에 매우 능한 선수들이다. 여기에 '월드 리베로'인 여오현(30, 리베로)까지 가세한 수비진은 단연 국내 최고다. 탄탄한 수비진을 갖춘 삼성화재는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무기를 지니고 있다.

'명성'보다는 '삼성화재의 배구'에 잘 융합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선택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역습을 책임질 '거포'가 필요하다. 지난 시즌까지 이 역할을 해준 이는 안젤코였고 올 시즌부터는 새 얼굴인 가빈 슈미트가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실패를 맛본 다른 팀들에 비해 삼성화재는 레안드로부터 안젤코, 그리고 지금의 가빈까지 쏠쏠한 재미를 맛보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손꼽히는 선수들은 대부분 바른 토스에 익숙한 공격수다. 2007-2009시즌에 LIG 손해보험에서 뛰었던 기예므로 팔라스카(33, 스페인)는 국내에 들어온 선수들 중, 가장 화려한 명성을 지녔었다. 그러나 유럽의 세터와는 너무도 다른 국내 세터와의 호흡 문제로 인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신치용 감독은 빠른 토스가 아닌, 최태웅이 구사하는 높고 정교한 토스와 궁합이 맞는 공격수를 물색했다. 그동안 신 감독이 지명한 외국인 선수는 모두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빠른 볼을 때리는 선수보다 높은 타점을 이용해 때리는 공격수들이 삼성화재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다.

배구 구력도 짧고 '아직 미완성'인 가빈을 신치용 감독은 새롭게 조련했다. 207cm의 장신에서 내려치는 오픈 공격이 가빈의 특징이다. 큰 타점에서 내려치도록 최태웅은 높고 정확하게 가빈에게 볼을 올려준다. 두 명 이상의 공격수들은 뻔히 읽고 공격수를 쫓아가지만 번번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

레안드로와 안젤코가 국내에서 통했던 점이 이러한 '한국식 배구'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신치용 감독은 명성보다 삼성화재의 배구에 잘 융합될 선수를 찾았다.

결국, 개인적인 공격력은 물론, 성격적으로 팀에 융합이 되는 선수를 우선시했다.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 할지라도 국내 선수들과 원만하게 호흡을 맞춰가는 선수를 찾았다. 제아무리 타국에서 인정받은 선수라 할지라도 국내리그에 적응하고 팀에 융화가 될 수 있는 선수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가빈은 세계 정상급의 공격수는 아니었지만 삼성화재에 들어오면서 한껏 물이 오른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7cm의 장신 공격수인 가빈은 최태웅의 정교한 토스를 받아 상대 블로킹 위에서 내려치는 공격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신치용 감독은 정신력 강화가 팀 전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과학에서 정신력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팀워크는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올 시즌, V-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가빈 슈미트도 경기를 진행할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다. 또한, 삼성화재는 LIG 손해보험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KEPCO45를 제외한 모든 팀을 누르는 데 성공했다.

삼성화재의 배구는 V-리그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빈을 제외한 '거포'의 부재와 얇은 선수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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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삼성화재, 가빈 슈미트 (C)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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