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10.27 10:02 / 기사수정 2005.10.27 10:02
화룡점정. 이승엽(지바 롯데, 29)이 지바 롯데가 그리던 '31년 만의 우승'이라는 용의 그림에 마지막 '눈'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최고의 피날레로 재팬시리즈를 마감했다. 이승엽은 26일 일본 야구의 심장부와 같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재팬시리즈 4차전에서, 4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팀의 득점을 혼자서 모두 뽑아내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지바 롯데를 우승에 올려놓았다. 첫 타석에서 선제 투런 홈런을 기록하며 5만여 한신 팬들의 기를 죽인 이승엽은 4회와 6회엔 통렬한 2루타로 고시엔 구장을 흔들었고, 마지막 타석이었던 9회에도 깨끗한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지난 2년간 상했던 자존심을 모두 털어버렸다. 비록 1차전과 2차전에서 8타수 8안타라는 재팬시리즈 신기록(종전 6타수 6안타)을 세운 이마에에게 밀려 시리즈 M.V.P는 내주었지만, 이승엽은 시리즈 타율 .545에 3홈런 4득점 6타점을 기록하며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이마에의 신기록에 밀려 M.V.P를 놓치긴 했지만 선발 출장한 3경기(3차전 9회, 대타로 한 타석 출전)에서 세운 기록들은 충분히 M.V.P 그 이상의 활약이었고, 일본 팬들의 머릿속에 '이승엽'이라는 이름과 한국 프로야구의 달라진 위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2년 계약이 만료되는 이번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일본 진출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마친 이승엽은, 역시 위기의 순간에 강한 그리고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스타였다. 특히,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펼친 발군의 활약은 '역시 이승엽'이란 생각을 들게 하였다. 이승엽은 위기에 강한 스타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숙적 일본과의 예선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의 자존심인 '괴물투수' 마쓰자카를 상대로 투런 홈런과 결승 2루타 등을 날리며 한국에 동메달을 선사했었다. 당시에도 이승엽은 예선전 내내 부진한 성적을 올리며 국내 팬들을 실망시켰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씩을 터트리며 스타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을 상대로 그것도 마쓰자카를 상대로 이루어낸 결과라 더욱 값진 메달이었다. 그리고 전 소속팀이었던 삼성이 21년 만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어내던 결정적인 순간에도 이승엽이 있었다.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LG와 접전을 펼치며 시리즈 전적에서 3승 2패로 근소하게 앞서며 6차전을 맞았었다.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6차전에서 LG가 9회 말 삼성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 9-6으로 앞서며 최종 7차전까지 승부가 이어지는 듯싶었다. 김재걸과 브리또가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1사 1-2루의 득점 찬스가 삼성에 돌아왔고 타석에 이승엽이 들어섰다. 마운드엔 미국에서 돌아온 '야생마' 이상훈이 버티고 있었고,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의 방망이가 줄 곳 침묵해 동점 및 역전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좌완 이상훈의 공을 받아쳐 우측 펜스를 넘기는 동점 3점 홈런으로 연결했고, 묘연할 뻔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의 추를 삼성 쪽으로 가져왔다. 곧이어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삼성은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고, 그 중심에도 역시 이승엽이 있었다. 또, 한국에서 뛰었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3년엔 한반도를 홈런 열풍으로 몰고 가며 왕정치 감독이 작성한 한 시즌 55개 홈런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었다. 당시 이승엽은 55개 타이를 이루고도 1개의 홈런이 터지지 않아 신기록 작성이 물거품이 되는듯했지만,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롯데의 이정민을 상대로 56번째 홈런을 쏘아 올리며 새로운 신기원을 열기도 했다. 이번 재팬시리즈에서도 롯데의 팀 타선이 대폭발하며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모두 대승을 거둘 때는 홈런 두 개만을 터트리며 거포로서의 능력만을 과시했지만, 팽팽하고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마지막 4차전에서는 혼자서 팀의 승리를 결정지며 그야말로 화룡점정의 마지막 눈이 되었다. 큰 경기에서 혹은 중요한 대회에서 내내 부진하다가 정말 필요하고 중요할 때 한 방을 터트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승엽. 일본에서도 그런 이승엽의 진가와 스타성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고, 지난 2년간 다소 희석되었던 자존심과 명예를 모두 찾았다. 26일 밤, 일본열도는 한국에서 건너온 '라이언 킹' 이승엽에 의해 완전히 정복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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