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1:42
스포츠

파리아스 존, 아시아를 집어삼킨다

기사입력 2009.11.05 00:43 / 기사수정 2009.11.05 00:43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흔히 축구에서는 어떤 선수가 어느 한 지점에서 주어진 프리킥을 자주 골로 연결하면 '○○○ 존(ZONE)'이라고 칭하곤 했다. 과거 왼발의 달인들인 하석주 존, 고종수 존이 그랬다.

그리고 포항 스틸러스의 홈구장인 스틸야드에는 특별한 '존'이 있다. 포항의 벤치 라인 가장자리에만 푸른 잔디에 원형 탈모가 생긴 것 같이 유독 잔디가 자라지 않고 비어있다. 바로 포항의 수장인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파리아스 존'이 그것이다. 

1967년생인 파리아스 감독의 올해 나이는 42세. 나이로만 보면 어린 축에 속하나 지도자경력이 20년이 넘은 베테랑 지도자이다. 청소년 시절에 부상으로 인해 축구화를 벗은 파리아스 감독은 20세 때 바스코 다 가마 청소년팀 코치직을 수행하면서 일찌감치 지도자 길을 걸었다.

그리고 브라질 청소년대표팀 감독, 당시 브라질 1부 리그 산토스FC 코치, 그리고 2부 리그 유니옹 바르바렌세FC 감독을 거쳐 2005시즌 포항의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2004년 브라질축구협회가 선정한 브라질 최우수지도자 4명에 지코 감독과 함께 포함되며 이미 그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現 강원 FC 최순호 감독의 뒤를 이어 사상 첫 브라질 출신 K-리그 감독으로서 포항에 부임한 파리아스 감독은 2005시즌에는 6위, 그리고 2006시즌에는 통합 3위(당시 전/후기 리그제)에 올라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K-리그 적응기를 마쳤다.

그리고 6강 플레이오프 제가 실시된 다음해에 파리아스 감독은 포항을 2007시즌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후반기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에 5위 자격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포항은 경남 FC, 울산 현대, 수원 삼성, 성남 일화를 차례로 꺾고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실 이 시즌에 포항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포항은 줄곧 상위권에 머물긴 했지만, 우승으로 이끌 (굳이 표현하자면) 스타 선수도 없었고, 국가대표 선수도 없었다. 하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황재원, 조성환, 김기동, 최효진, 박원재, 따바레즈, 이광재 등 내실있는 선수들은 하나로 묶어 쾌거를 이루어냈다.

파리아스 감독의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시즌에는 리그컵 대회에서 이미 하나의 우승컵을 품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마지막 라운드를 가졌던 정규리그에서 2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상대팀을 기다리고 있고, 오는 11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이티하드와의 일전을 준비 중이다.

올 시즌에도 포항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7시즌에 '깜짝' 우승을 일궈냈고 이듬해 FA컵에서 우승을 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울산에 발목이 잡히며 객관적인 전력에서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2007시즌이 끝나고 전술의 핵인 따바레즈와 작별한 것을 시작으로 올 시즌에는 조성환, 장현규, 박원재 등 주축 선수들이 J-리그로 이적하면서 전력누수가 생겼다.

하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 시즌에 영입한 데닐손, 노병준, 신형민, 김재성, 스테보, 김형일과 올 시즌에 영입한 김태수, 김정겸, 오까야마, 그리고 유창현, 조찬호 등 젊은 선수들을 기존의 선수들과 조합하여 '두터운'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다.

어떻게 보면 2007시즌 우승 이후 2008시즌에 약간의 부침(浮沈)이 파리아스 감독에게 큰 배움의 기회가 되었을 거라고 본다. 지난해 역시 K-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참가했는데, 결과적으로 K-리그,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이어진 리그컵 대회까지 모두 놓치게 되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생각보다 그리 유연한 감독이 아니다. 잘 알다시피 포항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핵심 전술은 '3-4-1-2'였다. 하지만, 따바레즈가 빠져나간 '1'의 자리를 메우기 위한 파리아스 감독의 지속적인 실험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 전술에 대한 고집은 두 대회를 동시에 소화하는 선수들의 체력적, 정신적인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달랐다. 기존의 전술을 시작으로 '4-4-2', '4-3-3'까지 다양한 전술을 적시에 활용했고, 유창현의 투입을 시작으로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경기에 중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파리아스 감독의 유연한 대처는 생각 밖의 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현재까지 FA컵을 제외하고 올 시즌 모든 대회의 우승컵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파리아스 감독은 스틸야드에서 이미 리그컵 대회 우승컵을 차지하며, 국내 프로팀이 참가하는 3개 대회를 모두 석권한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이는 이전에 故 차경복 前 성남 감독과 김호 前 수원 감독만이 차지하고 있었던 영광의 자리이다.

이제 파리아스 감독 바로 앞에 남은 과제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는 것이다. 과연 K-리그의 파리아스 존이 아시아 무대까지 그 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 만약 포항이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게 되면 연말에 열리는 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해 세계 무대에 설 수 있게 된다.

포항 스틸러스와 알이티하드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오는 11월 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관련기사] ▶ AFC 챔피언스리그

아시아 정복까지 한 걸음 남은 파리아스 매직 

침대축구-비매너를 보기 좋게 깬 '파리아스 매직'

[사진= 파리아스 감독, 포항 스틸러스 (C) 엑스포츠뉴스 DB 김금석, 박진현 기자]



박진현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