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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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악재 딛고 6강 진출 이뤄낸 전남 박항서 감독

기사입력 2009.11.02 04:04 / 기사수정 2009.11.02 04:04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2009 K-리그 초반, 전남 드래곤즈를 주목한 것은 바로 단 한 선수, 이천수 때문이었다. 이전 시즌에 수원 삼성에서 임의 탈퇴가 되는 아픔을 겪기는 했지만 팀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과 뛰어난 축구 실력은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천수는 이전에 일으켰던 파문들보다 더 큰 파문을 두 차례나 보여주며 팀을 흔들어 놓았다. 시즌 개막전부터 '감자 세리머니'로 팬들을 실망시키더니 6월에는 이른바 이적 파동으로 팀은 물론 한국 축구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 때문에 전남의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내리막길을 걸었고 그걸로 전남의 2009시즌은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제자의 배신을 아픔으로 느낄 새도 없이 전남의 지도자는 곧바로 팀을 다시 잡는 노력을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남은 연승 행진의 신바람을 내면서 마침내 6강 진입에 성공했다. 눈에 띄는 스타 플레이어 한 명 없음에도 특유의 조직 축구로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하게 하는 마법 같은 지도력을 보여준 지도자는 바로 박항서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었다.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전남은 FC 서울과 1-1무승부를 거두며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2년 만에 K-리그 챔피언십(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6위'로 간신히 턱걸이한 성적이기는 했지만 전남의 챔피언십 진출은 온갖 악재와 위기 속에서 거둔 성과라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천수 파동 외에도 전남은 주력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시즌 내내 살얼음 같은 순위 싸움을 이어갔다. 국가대표 명수비수로 꼽히는 곽태휘가 지난해 11월 경기 도중,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장기 부상을 당한 데 이어 슈바, 정인환, 이규로, 윤석영 등도 잇따라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잠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끈기 있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주문하며 '스타가 없으면 조직력으로 맞서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미 지난 2007년, 경남 감독 시절에도 스타 선수 한 명 없이 4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낸 것처럼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그 선수들에 신뢰를 보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남 선수들이 주전급 선수들의 이탈에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뒤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 스스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특유의 용병술로 순위 싸움을 유리하게 이끈 것도 인상적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각 팀에 대한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갖고 적재적소에 인상적인 전략을 드러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됐던 지난 27라운드 포항전에서도 박 감독은 포항의 최신 공격 루트 동향을 연구하며 측면, 중원을 무력화시키는 맞불작전을 놨고, 결국 1-0 승리를 챙기면서 결정적으로 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종전이었던 서울전에서도 우승에 도전하는 상대의 공격을 1실점으로 잘 막아낸 뒤,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뽑아내며 6강 진출 확정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이제 박항서 감독에게 남은 목표는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경남 감독직을 역임하던 지난 2007년 4위를 차지하고도 포항에 승부차기에서 져 탈락의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당시 자신의 팀을 이기고 올라간 포항은 승승장구하며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려 더욱 가슴이 아팠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2008시즌을 지나 전남 감독 2년차에 일단 첫 목표를 달성한 박항서 감독이 그의 머리처럼 가장 빛나는 2009시즌을 마무리해낼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다.

[사진=박항서 감독 (C) 지병선 기자]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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