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27 13:00 / 기사수정 2009.10.27 13:00
10월 26일 일요일에 펼쳐졌던 K-리그 29라운드 경기는 총 4경기였다. 이 많은 경기 중에 가장 눈길이 가는 경기는 단연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기였다.
이유인즉슨 이 경기에서 승점을 얻어야 인천은 6강을 안정적으로 노릴 수 있었고, 서울은 2위 굳히기 혹은 1위 탈환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인천은 리그 순위 7위인 '추격자' 경남과의 격차를 반드시 벌려야 했다. 그리고 서울은 포항한테 2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상황에서 만난 두 팀이었다. 그리고 이 날의 경기 결과는 0-1로 인천이 패하고 말았다. 특히 인천이 우세를 보였던 경기에서 패한 만큼 인천으로서는 더더욱 아쉬운 경기였다. 그런데 이 순간 필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이 패배를 안타까워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인천의 영원한 캡틴 '임중용'과 인천의 슈퍼 루키 '유병수'였다.
서로 다른 둘, 서로 같은 둘
이 둘의 표면적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다. '임중용'은 수비수이며 1999년에 데뷔한 베테랑이자 인천의 창단 멤버이다. 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유병수'는 공격수이며 올해 인천에서 프로에 데뷔한 풋내기이다. 그리고 당연히 결혼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의 선수이다.
이렇게 다른 모습을 가진 이 두 선수이지만 그들의 위치는 같다. 그들은 현재 인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임중용이 빠진 수비라인을 지금의 인천 팬들은 상상하지 못한다. 또한, 유병수가 뛰는 공격라인을 인천 팬들은 항상 기대한다. 그렇기에 인천의 팬들은 이 둘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런 두 선수가 공교롭게도 같은 경기에, 같은 사유로 출전을 하지 못하였다. 바로 경고 누적. 이 둘의 부재는 경기 시작 전부터 팬들의 걱정을 불러 일으켰다. 임중용이 없는 수비의 무게감은 적을 것이요, 유병수가 없는 공격은 그 날카로움이 무딜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잘 돌아갔던 그들이 없던 인천 그러나
다행이 이런 팬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인천의 경기운용은 매끄러웠다. 그렇다고 상대를 아주 가지고 놀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서울을 상대로 인천의 플레이를 잘 운용하고 있었다.
인천의 수비는 임중용이 없어도 탄탄하게 돌아갔다. 물론 순간적인 부분에서 흐름이 끊기거나 빼앗아 온 공격권을 지키지 못했지만 그래도 서울의 공격을 침착하게 잘 막아내고 있었다.
공격 역시 빠른 역습에서 나오는 공간 파고들기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수차례 서울의 수비진은 무너졌다. 만약 서울의 김호준 골키퍼의 빠른 몸놀림이 아니었으면 서울은 최소 2골을 허용했을 것이다.
얼마나 인천의 공격이 매끄러웠는지 경기 중간에는 서울은 공격을 시도하기는커녕 수비하기에 급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미려했던 흐름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시작부터 전개 그리고 절정 단계에 이르기까지 잘 돌아간 인천이었지만 결말에서 실패한 것이다.
▲ 서울의 수비를 따돌리고서 몸을 던진 슈팅은 김호준 골키퍼에 의해 막히고 만다.
서울의 수비를 따돌리고서 몸을 던진 슈팅은 '김호준' 골키퍼에 의해 막히고 만다.
패배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공격진을 보자. 인천은 이 날 경기에서 서울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위협적인 골 찬스를 만들어 냈다. 특히 강수일은 김호준 서울 골키퍼와 완벽한 1대1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골이나 다름이 없었던 장면이 수없이 연출되었지만 결국 인천은 골을 만들지 못했다.
그야말로 골 제작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마무리가 안 된 것이었다. 결정력이라는 작디작은 요소의 부재는 인천이 대승을 할 수 있었던 기회를 패배라는 결과로 바꾸어 놓았다. 만약에 이 날 절정의 결정력을 가진 유병수가 있었다면 이 마지막 마무리라는 단계를 최소한 하나는 완성 지었을 것이다.
또 수비진을 보면, 수비진은 순간순간 흔들리기는 했어도 그래도 무리 없이 서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점 과정을 보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서울의 데얀이 크로스한 공을 송유걸 골키퍼가 쳐냈었다.
그 공이 장원석과 송유걸 사이에 떨어졌고, 이 공을 누가 처리하느냐라는 판단을 서로에게 미뤘다. 이는 이 두 선수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서울의 이승렬이 골을 넣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결국, 판단의 주도권조차 판단하지 못한 채 골을 허용한 것은 그야말로 대실수였다. 오죽하면 페트코비치 인천 감독은 "어린 아이와 같은 골"이라고 표현했을까. 누가 뭐래도 사소한 사항인 '골키퍼와 수비수의 소통'의 장애로 인한 실점이었다. 만약 임중용 같은 베테랑 선수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위에서 말했듯 인천이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하지 않으려면 유병수의 대체선수를 키우고, 골키퍼는 경험이 많은 김이섭을 내세워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인천은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천의 사정으로는 유병수 선수의 대체 선수가 실질적으로 없었다. 또한, 한 시즌 안에 그런 선수를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즉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다만, 위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또한 송유걸에게 패배의 책임을 묻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분명 위에서 말한 사소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은 송유걸의 판단 문제도 있지만 수비수의 판단 문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이미 결과는 났고 인천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단 인천의 팬들이 알아야 할 것은 송유걸은 젊은 골키퍼라는 것이다. 골키퍼는 다른 보직보다 경험이 중시되는 보직이다. 또한, 하나의 모순을 가지고서 자라는 포지션이다. 골키퍼는 골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골을 허용하는 만큼 성장한다. 마치 사람에게 더 많은 칼을 대어 피를 더 많이 본 의사가 더 사람을 잘 고치는 것과 같다.
또한, 공격수들 역시 오늘 보여준 결정력 부족의 무게를 깨달았을 것이다. 넣을 수 있을 때 못 넣으면 패배로 그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결과의 무게를 말이다. 이러한 무게의 깨달음은 오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나오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오늘 못 넣어서 패배한 무게만큼이나 인천의 공격수들은 더 무게 있는 골을 넣어줄 것이다.
사람이 넘어지는 이유는 더 잘 서기 위해서이다.
▲ 유병수가 인천 승리의 모든 주역이 되면 안된다
다시 그들이 돌아온다. 그렇다고 맘 놓지는 말자
위에서는 인천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좀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런 패배의 긍정적인 면과는 별개로 현실의 결과는 냉정하게 다가온다. 이 날의 패배로 인천의 6강 진입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 날 성남은 경남에 4:1로 패해서 6강 경쟁팀인 인천, 전남, 성남, 경남의 승점이 42점(성남)과 41점(전남) 그리고 40점(인천, 경남)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은 경기는 딱 한 경기이다. 이제 한 경기에서 역시 사소한 요소로 인하여 1팀은 6강에 못 갈 것이다. 다행히 인천은 리그 마지막 경기인 부산과의 경기에서 유병수와 임중용이 돌아온다.
이 둘의 합류로 인천은 날카로운 공격진과 무게감 있는 수비진을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합류는 인천에서 발생할 작은 부정적 요소를 없애줄 것이다. 하지만, 인천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공격과 수비의 책임감을 이 둘에게만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그 어떤 선수가 자신의 의무를 남에게 떠넘기겠는가? 모든 인천의 선수가 자신의 책임을 알고서 경기에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복귀한 둘이 또 어떤 경위로 빠지게 될지는 그 누가 알겠는가? 패배를 만든 선수들은 임중용과 유병수의 역할을 언제든지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글 = 김인수UTD 기자( zkfltmak_1999@hanmail.net )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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