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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가 피겨 사상 최고 스케이터인 이유

기사입력 2009.10.18 15:16 / 기사수정 2009.10.18 15:1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직 활동 중인 선수에게 '역대 최고'라는 말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2008-2009 세계선수권대회와 이번 2009-2010 그랑프리 1차 시리즈 '에릭 봉파르'에서 나타난 김연아의 연기는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근래 김연아아가 출전한 2008-2009 4대륙 선수권과 세계선수권, 그리고 이번 '에릭 봉파르'에서 김연아는 피겨 역사를 새롭게 장식할 연기를 펼쳤다. 이 세 번의 대회에서 나타난 김연아의 연기는 '피겨 여자 싱글 역사상 최고'라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점프의 정확성과 다양한 콤비네이션 점프의 조화는 김연아 이전엔 누구도 하지 못한 것들이다. 또한, 김연아는 여기에 최고의 표현력마저 지니고 있었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선수들 중, 최고의 기술과 예술성을 가진 유일한 스케이터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토 미도리(일본)는 점프로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킨 선수였다. 여자 싱글 선수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켰던 이토는 아직도 가장 정확한 트리플 악셀을 뛰었던 스케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기술적인 면에서 이토를 따라올 스케이터는 없었다. '당대의 스케이터'였던 카타리나 비트(독일)도 점프와 기술에서는 이토에 쳐지고 있었다. 비트는 자신의 장점인 예술성으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석권했다.

80년대와 90년대 초까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던 이 두 선수는 '피겨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명백한 의미로 볼 때, '토털패키지'는 아니었다. 이토는 점프가 좋았지만 예술성과 퍼포먼스가 부족했고 비트는 실전 경기에서 트리플 러츠와 플립을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

비트는 토룹과 살코 등을 주로 구사했다. 80년대 여자 선수들은 더블 악셀과 트리플 토룹, 그리고 살코 등을 구사하면 세계정상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는 러츠를 뛰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리고 이토 미도리가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트리플 악셀'을 랜딩하며 피겨 역사를 새롭게 써나갔다.

카타리나 비트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섬세한 손동작과 매혹적인 표정연기에 있었다. 비트가 선보인 피겨의 예술성은 '명불허전'이었다. 하지만, 점프와 기술에서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선수들 중, 최고가 아니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미셀 콴(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콴은 비트의 뒤를 이어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선보였다. 기술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콴이었지만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라이벌이었던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에게 밀리고 있었다.



동시대에 활동하던 스케이터들 중, 기술과 예술성에서 모두 최고를 자랑했던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했다. 진정한 '토털패키지'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점은 무척 의미가 깊다.

김연아는 '토털패키지'로서 새로운 피겨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신채점제가 도입된 후, TES(기술요소)와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고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 선수는 일찍이 없었다.

피겨계의 원로인 김풍렬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오래전 카타리나 비트의 연기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기억을 김연아가 깨뜨렸다. 기술의 완벽함은 물론, 관객을 장악하는 능력도 김연아는 갖추고 있었다. 2007 세계선수권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선보일 때, 세계 각국의 피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몰려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구채점제의 방식은 달랐지만 기술점수와 예술점수에서 김연아같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령한 선수는 드물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연거푸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면서 세계정상에 우뚝 선 김연아는 피겨 역사상 최고의 '토털패키지'이기도 했다.

남자 선수를 방불케 하는 '점프의 질', 어떤 스케이터도 김연아처럼 뛰지 못했다

김연아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트리플 점프 5가지를 완성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꾸준하게 ‘점프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남자 선수와 흡사한 점프 비거리와 높이, 여기에 빼어난 성공률은 이러한 태도에서 기인했다.

국제 심판이자 피겨방송해설위원인 고성희 국제 심판은 "(김)연아의 점프가 지금처럼 완성될 수 있었던 요인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시킨 적극적인 태도에 있었다. 피겨 역사를 장식한 대부분의 여자 스케이터들은 아기자기한 점프를 구사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여자도 남자와 같이 파워풀하고 높이 있는 점프를 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토 미도리는 트리플 악셀로 여자 선수의 한계를 넘어섰지만 연아는 모든 점프와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힘있는 점프를 구사했다. 피겨 역사상 연아처럼 다양한 점프와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위력을 발휘한 경우는 드물었다"고 평가했다.

점프는 실전경기에서 깨끗하게 랜딩해야 비로소 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핵심을 김연아는 충실히 실행했다. 같은 점프라 할지라도 김연아와 타 선수의 점프는 '질'이 틀린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고성희 국제심판은 "진정으로 점프를 잘 뛰는 선수들은 소화력이 뛰어나다. 같은 점프를 구사하더라도 소화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점프는 달라 보인다. 연아의 점프를 보면 엄청난 스피드와 높은 도약, 그리고 넓은 비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자 선수들이 점프를 이렇게 뛰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피겨의 기술을 발전하고 점프의 질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예전에도 뛰어난 점프를 구사했던 여자 스케이터들은 많았지만 아기자기함을 뛰어넘어 파워풀한 점프를 모든 점프에서 구사했던 선수는 김연아가 처음이었다.

2009 '에릭 봉파르'가 막을 내린 뒤,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피겨 역사의 새로운 획을 긋는 김연아는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를 넘어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도 듣고 있다. 피겨 역사에서 김연아가 차지하는 위상이 정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피겨의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구사해 동시대 선수들이 따라올 수 없는 '토털패키지'로 성장했다. 또한, 뛰어난 프로그램 수행능력으로 세계신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운 업적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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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김연아, 미셀 콴 (C)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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