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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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플래시백] 김동주 '감히 내 앞에서 또 고의 4구를'

기사입력 2009.10.02 15:04 / 기사수정 2009.10.02 15:04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지난 8월 5일 마산 구장에서 펼쳐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페넌트레이스 16번째 맞대결.

롯데는 3회말 2점을 선취하며 기선을 잡았지만 4회초 두산에게 대거 6점을 빼앗기며 역전을 허용했다. 2-6으로 끌려가던 롯데는 김일엽이 5회초 선두 타자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내는 바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는 이전 5경기에서 6할에 가까운 고타율을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던 김현수가 섰다. 볼카운트 1-0에서 이종욱이 2루를 훔쳐 1사 2루가 되자 롯데 배터리는 김현수를 거르는 작전을 폈다. 대기 타석에는 '두목곰' 김동주가 그라운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했을까. 김동주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20m짜리 3점 홈런을 터뜨려 롯데의 기를 꺾었다. 당당하게 다이아몬드를 도는 김동주의 표정에서 '감히 내 앞에서 고의 4구를 택하느냐'는 자신감이 묻어 났다.

2일 부산 사직 구장에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거의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묘하게도 김동주의 홈런포에 눈물 흘린 팀은 또 롯데였다.

두산은 1-0으로 앞선 2회초 이원석, 민병헌, 이종욱의 집중 3안타와 상대의 거듭된 실책 등을 묶어 2점을 추가했다. 이어진 1사 2,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김현수. 잠실에서 벌어진 1,2차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타격 기계'의 별명값을 하고 있던 그였다.

롯데는 어쩔 수 없이 김현수를 고의 4구로 거르며 만루책을 폈다. 더이상 점수를 빼앗기면 따라갈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발이 느린 편인 김동주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이닝을 끝내는 것이 롯데가 그린 밑그림이었다.

그렇지만 경기는 롯데의 의도대로 풀려 나가지 않았다. 김동주는 송승준의 초구 높은 공을 벼락 같이 때렸고 타구는 왼쪽 펜스를 넘어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만루 홈런이 됐다. '해결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동시에 롯데 선발 송승준을 처참하게 무너뜨린 한방이었다. 김동주의 표정은 두 달 전 마산 구장에서와 거의 같았다.

[사진 = 만루 홈런을 터뜨린 김동주 ⓒ 두산 베어스 제공]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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