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02 13:50 / 기사수정 2009.10.02 13:50
올 여름 레알은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복귀와 함께 지난 갈락티코 1기에 이은 갈락티코 2기 정책을 선언하며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비 알론소, 라울 알비올, 카림 벤제마 등을 영입. 각 포지션에 수준급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갈락티코 1기가 2001-2002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를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리그에서 부진한 성적과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에게 스페인 패권을 내주면서 부진한 것과 반대로 현재의 갈락티코 2기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레알의 갈락티코 2기의 주연은 누구일까?
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난 2008년 여름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통산 3번째 챔스 우승에 큰 이바지를 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레알에 대한 애정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결국,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적극적인 만류 때문에 팀에 잔류했음에도 페레즈 회장의 부임과 함께, 갈락티코 2기의 핵심 멤버로서 레알 행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존재했다.
맨유에서 골 넣는 윙 어로서 대표팀 선배인 루이스 피구와 다른 모습을 선사한 호날두는 맨유 이적 초반 보여준 댄서의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그가 보여준 위험한 상황에서 보여준 강력한 중거리 슛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보여준 헤딩 능력, 위협적인 무회전 프리킥은 상대 수비를 곤혹에 치르게 했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상대 수비를 한 방에 무너뜨리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
이 때문에 그가 레알행을 선택했을 당시 회의론이 나왔다. 이번 시즌 레알의 사령탑이 된 페예그리니는 역공보다는 지공을 중시하는 감독으로서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축구를 구사하지만 맨유에서의 호날두는 철저히 역공에서 유리한 선수로 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2. 카카
밀란의 상징이자 에이스였던 카카가 레알행을 선택했을 때 모든 밀라니스타들은 슬픔에 잠겼다. 깔끔한 외모만큼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축구를 구사한 카카는 셰브첸코의 첼시 이적 후, 밀란의 모든 공격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혹사 문제에 직면하며 폼이 떨어진 상태였다.
트레콰르티스타로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임무를 맡으며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위에 위치한 꼭짓점인 카카는 셰브첸코의 공백과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 때문에 생긴 원활하지 못한 볼배급 문제 때문에 직접적인 공격 가담을 시도했다. 그의 능력은 2006-2007시즌 챔스에서 소속팀 밀란을 우승시키는데 결정적인 이바지를 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셰브첸코의 부재는 카카의 역할 증가를 야기했고 지친 그는 잔 부상에 시달리며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었다. 이런 그에게 지난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절호의 기회였다. 셀레상의 10번으로서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중원의 지휘자로 나선 카카는 원활한 볼 배급과 위기 상황에서의 직접적인 득점 가담을 통해 조국 브라질에 세계 최강 타이틀 획득에 큰 이바지를 하며 레알에 합류했다.
3. 호날두와 카카, 주인공은 누가?
우선, '갈락티코 1기'의 중추이자 두 스타의 롤 모델인 루이스 피구와 지네딘 지단을 살펴보자.
피구라는 우측면의 지배자와 지단이라는 완벽한 마에스트로를 손에 쥔 레알은 두 선수를 무리 없이 팀 전술에 녹아들게 하며 1번의 리그 우승과 1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룩. 성공적인 공존에 성공했다.하지만, 지난 2001-2002 챔스 결승에서 지단이 보여준 환상적인 결승골은 그를 보좌한 피구보다 지단을 갈락티코 1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갈락티코 2기의 주인공은 카카보다는 호날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7경기에서 9골을 득점한 호날두는 자신의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마드리디스타의 기대에 부흥하고 있다. 프리 시즌에서 보여준 덜 익은 그의 퍼포먼스가 본래의 리그에 돌입했을 때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호날두의 무서운 득점력과 함께 중시되는 것은 카카의 마에스트로 역할이다. 현존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카카는 밀란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적절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해 체력 안배를 할 수 있었고, -가끔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공격 흐름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이적료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며 진정한 크랙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화음을 만들며 연주를 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한 인물은 훌륭한 지휘자이다. 지휘자의 뛰어난 능력은 완벽한 음을 만들며 자신을 믿고 따르는 단원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지만 단원들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지 못하면 이는 무의미하다.
이런 점에서 카카와 호날두가 서로 의지하며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 것은 고무적이다. 서로 주연을 차지하기 위해서 무리한 개인 플레이를 펼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며 더욱 값진 성과를 얻을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한다지만 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올바로 수행하는 주인 의식을 버린다면 그 배는 멋진 출항에 성공할 것이다.
2007, 2008년 내로라하는 권위 있는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두 선수가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는 주연으로서의 역할보다 서로 화음을 맞추는 모습은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드러난 주연 없는 옴니버스 영화의 진가가 그라운드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사진=[갈락티코 2기의 핵심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카카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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