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01 11:00 / 기사수정 2009.10.01 11:00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안타까운, 또 다시 안타까운 패배였다.
아시아 챔피언을 향해 질주하던 'K-리그 1위' FC서울이 9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2차전 움살랄(카타르)과의 경기에서 1-1무승부를 기록, 합계 1무 1패로 4강 진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차전 이해할 수 없는 심판 판정에 승리를 놓친데다 2차전에선 이길 수 있던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 무릎을 꿇고만 서울. 말 그대로 '천신만고 끝에' 8강까지 진출했던지라 아쉬움의 크기는 더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K-리그 전문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울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찍었다. 주요 선수의 이적으로 전력이 약화된 리그 라이벌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에 비해 서울은 큰 전력 누수가 없는데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K-리그는 물론 ACL까지도 충분히 제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시즌 초 기자회견에서도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은 호기롭게 "전관왕에 도전하겠다."란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그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K-리그 개막전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6-1의 화력 쇼를 선보였고 ACL 개막전에선 스리위자야를 4-2로 물리쳤다. 모두가 '강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다.'라며 성급한 이들은 서울이 K-리그 점령은 물론 압도적인 모습으로 아시아무대를 호령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고비를 넘지 못한 경험의 벽
돌이켜보면 서울은 지난 시즌부터 중요한 순간마다 고비를 넘지 못해 챔피언 타이틀 획득에 실패해왔다. 2008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선 1차전에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하프타임 축하공연에서 한 색소폰연주자가 'We are the Champion'을 연주할 때만 해도 우승은 이미 서울에 가까이 온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서울은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다 동점골을 얻어맞으며 1-1무승부를 기록했고, 결국 2차전에선 상대에 끌려다니며 1-2로 패배, 때마침 흩날리는 눈발 속에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그리고 올 시즌, 또 다른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2009 피스컵 4강에 오른 서울의 상대는 포항 스틸러스. 서울은 포항에 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할 정도로 자신이 있었고, 결승에서 만날 팀도 올 시즌 약체로 평가되는 부산 아이파크였기에 결승만 오르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서울은 1차전에서 포항을 2-1로 꺾으며 유리한 고지에 올랐고, 2차전도 후반 23분까지 2-1로 앞서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우승의 기운마저 한껏 무르익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 선수들은 후반 자멸하고 말았다. 심판판정에 극도의 흥분을 보이며 경고를 9장이나 받았고 이 과정에서 주장 김치곤과 김치우까지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서울은 2-5라는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며 라이벌 포항에 피스컵 우승도 내주고 말았다.
또 다른 좌절의 무대는 ACL이었다. 서울은 움살랄과의 ACL 8강 1차전에서 전반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3 역전패를 당했다. 안태은의 명백한 골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운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더라도 마지막 5분을 남기고 순식간에 수비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두 골을 허용한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결국, 1차전의 패배는 2차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1-0, 2-1로 이기거나 두 골 차로 이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를 수 있던 서울이었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와 노골적인 시간 끌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1-1무승부를 거두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ACL 우승을 올 시즌 최우선 목표로 잡았던 서울이었기에 경기가 끝나자 그라운드에 누워버린 선수들부터 팬, 구단 관계자, 심지어 기자들까지도 허탈감에 한동안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야만 한다
서울은 이로써 올 시즌 참가한 정규리그, 리그컵, FA컵, ACL 4개 대회 중 정규리그 우승만이 가능하게 됐다. 다행히도 서울은 정규리그에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규리그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똑같이 5경기를 치른 2위 전북 현대와 승점은 1점차, 한 경기를 덜 치른 포항에겐 5점차다. 자칫 ACL 8강 탈락의 나쁜 분위기가 영향을 미쳐 리그에서 주춤하기라도 하면 한순간에 3위로 추락할 수 있다.
정규리그 3위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시즌 챔피언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을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야 하며 ACL 진출권은 정규리그 1,2위에게만 지급된다. 만약 6강 플레이오프나 준플레이오프에서 하위팀에 발목을 잡힐 경우 챔피언의 꿈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내년도 ACL 진출도 좌절된다. 지난 시즌 막판 서울, 수원과의 치열한 선두 경쟁에서 밀려나며 3위로 추락했던 성남이 가장 좋은 예가 되겠다.
'시즌 전관왕'의 꿈을 꾸던 서울은 자칫 '무관의 강자'에 그칠 위기에 처한 상황. 따라서 서울로선 남은 정규리그 일정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ACL 탈락으로 서울은 더 이상 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고 장거리 원정까지 떠나야 하는 '살인일정'에 시달릴 필요없이 차분히 정규리그에 임할 수 있다. 반면 선두 경쟁을 벌이는 전북과 포항은 각각 FA컵과 ACL 4강에 올라있어 거의 3~4일에 한 번꼴로 경기를 갖는 강행군을 치러야 한다.
서울은 K-리그에서 가장 평균연령이 어린 선수단을 갖고 있으면서 그만큼 재능 넘치는 선수들로 꾸려진 '젊은' 팀이었다. 물론 이는 동시에 고비 때마다 중요한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험'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은 언제까지 경험의 문제를 탓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서울의 젊은 선수들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챔피언결정전, 리그컵, FA컵, ACL 등 큰 경기에서 좌절을 맛보며 자신들이 가진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었고,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교훈을 실패를 통해 체득했다.
그렇기에 역으로 생각해보면 서울의 계속된 우승 실패는 '젊은 서울'에게 올 시즌 챔피언을 향해 더 큰 목표의식과 동기부여, 그리고 집중력을 선사해 줄 수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서울이 목표로 하는 K-리그를 넘어서는 아시아 최강의 클럽이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 겪어야 할 성장통이기도 하다.
서울은 이미 강하다. 그렇기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처럼 서울의 젊은 선수들이 지금의 좌절감을 극복하고 일어설 때 가장 큰 우승의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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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엑스포츠뉴스 김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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