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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히바우두-김기동, '다르지만 닮은' 노장의 황혼

기사입력 2009.09.23 16:30 / 기사수정 2009.09.23 16:3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한낮의 태양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것은 초저녁 붉게 물든 노을 속 빨간 태양이다.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JAR 스타디움에서 포항 스틸러스(대한민국)와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가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1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최근 K-리그와 우즈베키스탄리그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은 클럽 간의 맞대결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포항은 최근 K-리그에서 리그 12경기 연속 무패(8승4무)를 질주 중이고 컵대회에서는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13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선 한국 프로축구 사상 한 경기 팀 최다득점(8골)을 기록하며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시즌 3관왕(정규리그, ACL, 리그컵)이란 목표도 더 이상 꿈이 아닌 상황.

이에 맞서는 분요드코르는 2005년 7월에 창단한 신생팀이지만 이스마일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이자 억만장자인 굴나라 카리모바 구단주가 클럽의 운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일약 자국리그에서 '무적의 팀'으로 떠오른 클럽. 리그 23전 23승 무패에 71득점 9실점이란 믿을 수 없는 기록이 분요드코르의 전력을 가늠케 한다.

이렇듯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포항과 분요드코르의 대결에서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바로 두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아니 노장 히바우두와 김기동이다.

전혀 다른 커리어 - 그러나 그라운드 위에서의 열정은 같다

그렇다. 분요드코르의 공격수 히바우두는 당신이 아는 히바우두다. 전성기 시절 FC바르셀로나, AC밀란 등 유럽 최정상 클럽에서 활약하며 '왼발의 마술사'란 애칭을 얻었던 브라질의 전설적인 공격수. 1999년에는 FIFA 올해의 선수상, 발롱도르(올해의 유럽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하기도 했던 그 선수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호나우두와 함께 조국 브라질의 다섯 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선수 경력의 정점을 찍었던 히바우두는 이후 나이가 들면서 기량도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AC밀란을 떠나 루제이루, 올림피아코스, AEK 아테네를 거치며 내리막길을 걸은 히바우두는 올 시즌부터 2002 월드컵 우승 당시 감독이었던 '명장' 스콜라리의 지휘 아래 분요드코르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한물 갔다'는 평가는 어디까지나 그의 화려했던 전성기에 비교했을 때의 말이다. 현재 히바우두의 연봉은 분요드코르 전체 선수단 연봉의 60%를 차지하는 180억 원 정도. 히바우두의 팀 내 입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히바우두는 3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 리그에서 현재 23경기 19득점으로 득점 선두를 달리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비록 ACL에선 PK 1골이 전부지만, 그와 같은 '레전드급' 선수는 중요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한방이 있다.

더군다나 지난 리그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출장하면서까지 포항과의 경기를 철저히 대비하고 있기에 예의 날카로운 왼발을 과시하며 득점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히바우두가 화려한 전성기를 경험한 뒤 비교적 조용하게 선수 경력을 마무리하고 있다면, 포항의 미드필더 김기동은 정반대로 선수로서의 꾸준함과 대기만성형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동갑내기 1972년생인 히바우두와 달리 사실 김기동이란 이름은 K-리그를 즐겨보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팬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대표 경력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개인 타이틀을 차지할 정도로 맹활약을 보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기동은 1991년 데뷔 이래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자기의 맡은 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냈다. 포항에서 연습생으로 2년을 보낸 뒤 93년 유공으로 이적하면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김기동은 부천SK를 거치며 꾸준한 활약을 보였지만 눈에 띄는 슈퍼스타는 아니었다.

그리고 2003년, 김기동은 3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친정팀 포항으로 돌아온다. 누가 보기에도 선수의 마지막을 친정팀에서 보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기동은 결코 축구를 향한 열정을 접지 않았다. 투철한 프로정신으로 꾸준히 체력과 기량을 유지하며 포항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온 김기동은 2007시즌에는 K-리그 우승을 경험하며 무관의 설움을 떨쳐냈고, 2008년에는 30-30 클럽(득점 및 도움 각각 30개 이상) 클럽에 가입하고 FA컵까지 들어올렸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컵 포함 18경기에서 4득점 4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 중이다. 얼마 전 피스컵 코리아 2009 결승전에서도 골을 기록하는 등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팀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그라운드에선 '제2의 감독' 역할까지 수행한다.

동시에 김기동은 지금도 경기에 나설 때마다 K-리그 현역 최고령 필드플레이어, 역대 K-리그 필드플레이어 중 최다 출장 기록(462경기)을 갈아치우고 있고, 매번 공격 포인트를 올릴 때마다 역대 K-리그 최고령 득점(37세 244일) 및 도움 기록 역시 바꾸고 있다.

이러한 김기동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훈련 자세, 그리고 축구를 향한 열정은 포항 선수단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정점은 ACL 우승

이렇듯 히바우두와 김기동은 축구선수로서의 경력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향한 마지막 열정을 그라운드에서 불태우는 모습만큼은 똑 닮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축구 인생 마지막 정점을 찍어줄 위업으로서 ACL 제패를 노리고 있다. 눈부시진 않지만 숨막히게 아름다운 저녁 태양과 같은 이들의 축구를 향한 열정. 포항과 분요드코르의 경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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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포항 스틸러스 홈페이지]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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