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6:24
스포츠

제2의 홍명보가 꿈…선명진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9.09.14 10:20 / 기사수정 2009.09.14 10:20

김지혜 기자

[엑스포츠뉴스=인천UTD기자단/김지혜] 선명진은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축구공을 찼다. 어려운 환경에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축구선수라는 꿈이, 이렇게 이루어질 줄은, 사실 몰랐다.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무리 축구를 뛰어나게 잘했어도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거예요." 그는 항상 감사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말한다. 남들과 조금은 달랐던 유년시절, 성공에 대한 남다른 꿈이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선명진

생년월일 : 1986년 12월 15일
신 장 : 180Cm
체 중 : 71Kg
출신교: 군산문화초-이리동중-이리고-건국대학교
프로 데뷔 : 2009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선수의 꿈은 언제부터 갖게 되었나요?

어릴 때부터 그냥 막연하게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일맥원(선명진이 지냈던 시설)에서 밥 먹고 나면 친구들이랑 매일같이 앞마당에서 축구공을 찼어요. 그때 유리창도 많이 깨 먹었는데, 이모들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고요.

-본격적으로 축구를 어떻게 시작한 지 궁금해요 시설에서 지냈으면 아무리 축구를 잘했어도 눈에 띄기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초등학교 때 시설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을 모아서 학원을 보내줬어요. 학원 끝나면 그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서 또 축구를 했는데, 그 학교 감독, 코치선생님 눈에 제가 들어왔나 봐요. 저를 스카우트하려고 두 분이 절 찾아오셨어요. 그 해. 축구부에 들어갔죠.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고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9월이었어요.

-사실 운동부가, 금전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잖아요. 축구용품이며 전지훈련도 그렇고… 축구부 생활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금전적으로 힘든 건 전혀 없었어요. 저는 사실 지금까지 학교를 공짜로 다닌 거나 마찬가지예요. 학교 선생님들, 축구부 부모님들, 교회분들 등등…. 절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가끔 시설 이모들이 용돈도 보내줬고요.

-사춘기… 아무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잖아요, 부모님이 없다는 것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저를 생각해주고, 후원해 주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특별히 힘든 건 없었는데요. 부러웠던 적은 많았어요. 중고등 학교 때에는, 경기 있을 때마다 친구들은 부모님들이 찾아오셨거든요. 경기 끝나고 다독여주는 모습이 제일 부럽더라고요. 하지만, 대학부터는 남부러운 적이 없었어요. 그때부터 양부모님과 함께 살았거든요. 저한테는 친부모님과 다름없어요.

-많은 분이 후원해 주신 것을 보면, 축구를 정말 잘했나 봐요

=저 뛰는 거 아직 못 보셨죠? 그럼 한번 보러오세요. 사실 프로 와서 보니까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근성이나 끈기, 악착같은 면은 뒤지지 않는다 생각해요. 저는 축구 이거 하나거든요. 앞으로 열심히 뛰고, 더욱 성장할 테니 앞으로 경기도 봐주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세요.

-이제 프로선수가 되었잖아요. 일맥원에서 유명인사가 됐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전부터 유명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할 때에도 지역 텔레비전 방송에 나간 적도 있고요. 다큐멘터리 식이었는데, 그때 저를 너무 불쌍하게 비춰주더라고요. 저는 제가 불쌍하다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죠.

-일맥원 방문은 자주 하나요?

=경기 일정이 있어서 매일은 못 가지만, 쉬는 날 자주 찾아가요. 가서 동생들 만나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요. (핸드폰에 담겨있는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요 아이들 이예요. 사실 동생들을 보면 좀 미안해요. 나만 잘 지내는 것 같고. 나만 행복한 것 같아요. 피만 안 섞였지, 우리는 진짜 가족이거든요. 나중에 마음 맞는 인천 선수들이랑 집(시설)에 가기로도 했어요.

-빨리 성공해서 아이들 더 맛있는 거 사줘야겠네요

그래야죠. 사실 그곳 여건이 꽤 어려워요. 아이들이 꿈이 있어도 우선 금전적으로 어려우니까 꿈도 쉽게 접어버리고요.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 홍명보 장학재단에서 도움을 받았거든요. 저도 홍명보 선수처럼 그런 장학재단을 하나 세우는 것이 꿈이에요.

-축구 포지션도 그렇고, 장학재단도 그렇고, 홍명보선수를 롤 모델로 삼고 있을 것 같은데

많은 것을 닮고 싶어요. 축구스타일도 그렇고요, 제가 보고 싶은 포지션도 중앙수비수거든요. 특히 리더십과 카리스마, 정말 닮고 싶어요.

-처음부터 수비수를 봤나요?

네.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수비였어요. 감독선생님이 '명진아 너는 저 선수 책임지고 잡아라.' 하시면서 저에게 맡겼어요. 근성이라던지 다부진 면이 저의 장점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제가 악바리 정신이 있어요. 한번 잡으면 놓치기 싫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있어요. 저는 수비수체질인 것 같아요.

 -인천에서 처음 뛴 경기는 어땠나요?

제가 프로에 입단해서 뛴 경기가. 2군 리그, 수원과의 경기였는데요, 그날 1:7로 졌어요. 그때 정말 좌절했었어요. 이럴 수가 있나 했는데, 그 이후로 계속해서 경기 뛰다 보니까 조금씩 적응이 되더라고요. 처음엔 긴장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됐는데 이제는 적응을 한 것 같아요. 몸도 많이 올라왔고, 겁도 없어지고요.

-인천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말이죠

우선, 제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기뻐요. 적은 액수이지만, 적금도 들었고, 주변에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도 줬어요. 이제부터 정말 시작이구나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랐잖아요, 앞으로 차근차근 올라서서 더 많은 사람 돕고 싶어요.

-하루빨리 1군에 올라가서 데뷔전을 치르고 싶을 것 같아요

누구나 다 1군 무대에서 뛰고 싶어 하죠. 하지만, 다 뛸 수는 없는 거고요. 막상 와보니깐 프로의 세계는 정말 냉정하고, 치열하더라고요. 내가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내가 밀려날 수밖에 없는. 1군이랑 2군이랑 함께 연습경기 할 때, 정말 죽어라 뛰어요. 피 튀게요. 프로 데뷔전을 치를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 이름 '선명진'을 하루빨리 알리고 싶어요. 많은 사람한테 성공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본인의 선수로서의 장점은 뭔가요

사실 제가 욕심이 많아요. 먹는 욕심도 많고요. 사람은 욕심이 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게임 뛸 때, 지는 것도 싫고, 제가 수비하면서 놓치는 것도 싫고요. 좀 악착같은 면이 있어요. 끈기도 있는 편이고요. 그리고 체력도 좋고요.

-축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때,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젠가요?

음. 지금이 가장 행복하지만, 사실 지금이 또 가장 힘들어요.

-혹시 친부모님은 찾으셨나요?

네 대학 때 찾았어요. '선' 씨가 흔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아버지 얼굴을 뵈었는데, 저랑 정말 많이 닮았더라고요. 얼굴을 보니 핏줄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딱 와 닿더라고요. 그리고 제 동생들도 있더라고요. 지금은 동생들이랑 연락도 하고 있어요.

-만약에, 축구선수가 안됐다면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요?

음, 평범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고요, 결혼을 일찍 해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도 잘하거든요. 음식도 잘하고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도 제 소망중 하나예요.

- 굉장히 밝고, 행복해 보여요. 그 비결이 뭘까요?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 하루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항상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 텔레비전에서 몸이 아픈 사람이 나오거나,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을 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해요. 난 이렇게 건강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으니까요.

글-사진 = 김지혜 UTD기자 (hide5-2@nate.com)



김지혜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