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투모로우, 투모로우. 내일을 기다려. 내 꿈을 펼칠 거야."
청아한 어린이의 목소리가 이야기하는 내일은 왠지 다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주인공 애니의 순수함으로 힐링을 선사하는 뮤지컬 '애니'가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어린이에 강아지까지 좌충우돌 변수들이 발생하는 현장이었지만 확실한 힐링을 선사한다.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종합연습실에서 뮤지컬 '애니'가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애니'는 미국 대공황 시절을 배경으로 밝고 용감한 애니가 미스 해니건의 고아원에서 불행한 삶을 살지만 유명한 억만장자 워벅스와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좌충우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1976년 첫 공연을 시작해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이후 40년간 롱런한 '애니'는 1982년 영화화되며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해졌다. 특히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찬 내일을 노래하는 노래 '투모로우(Tomorrow)'는 다양한 매체에서 재생산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 12월 서울시뮤지컬이 한국에서 초연했으며, 이후 2011년까지 4회에 걸친 재공연을 펼쳤다. 올해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하며 7년 만에 돌아왔다.
'애니'는 고약한 원장 해니건이 운영하는 뉴욕 고아원에서 시작한다. 애니와 함께 살아가는 고아들은 모두 해니건에 의해 노동 착취를 당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어린 동생의 한밤중 칭얼거림에도 쉽게 짜증을 낼 정도로 지쳐있다.
애니 역에 더블캐스팅 된 유시현, 전예진 외에도 몰리 역의 정효원과 김세화, 김주원, 석주현, 심혜빈, 안현화, 오가현, 이화진 등 뉴욕 고아원 소녀들은 뛰어난 가창력과 군무 실력, 그리고 연기력으로 연습 현장에 에너지를 더했다.
'애니'에는 소녀들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활력소가 등장한다. 바로 고아원에서 탈출한 애니가 마주하게 되는 개 샌디. 이번 공연의 샌디는 골든레트리버 종의 모델견 달봉이가 맡았다.
올해로 4살인 달봉이는 연습 시작 때부터 동선과 다르게 움직이는 돌발행동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연 장면에선 애니 역의 전예진과 완벽하게 호흡하며 박수를 받았다.
시연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김덕남 연출은 "샌디는 뮤지컬 안에 두 장면 등장한다. 샌디 역의 달봉이가 나이가 세살이라 혈기가 왕성하다. 그래서 달봉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니와 친분을 쌓는 시간을 가졌다. 그저께부터 작품 연습에 투입했는데, 친해져가는 중이다"고 강아지를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전예진은 "달봉이가 같이 와야하는데 따라오지 않을 때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연습 중 고충을 이야기했고, 유시현은 "사실은 강아지 공포증이 있는데 달봉이랑 연습하면서 강아지 공포증을 극복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배우들과 강아지 외의 다른 배우들도 관객들에게 '힐링'을 안겨줄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먼저 '애니'로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변정수는 "성대 결절도 있었고, 갑상선 암도 치료해서 목소리가 낮다. 그러나 해리건의 노래는 많이 높다"며 노래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했지만 "현재 보컬 연습을 받으며 두성 쓰는 법을 공부 중이다. 음악 감독님과 박선옥 언니가 많이 도와준다.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흔 살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며 도전을 꿈꾸길 바란다. 실패하지 않도록 나도 열심히 하겠다"고 뮤지컬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혔다.
'애니'로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박광현에게도 '애니'는 특별한 작품이다. 애니보다 조금 어린 딸 하온 양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는 "아빠가 매일 같은 시간에 나가니까 어디 가는지 궁금해하더라"며 "뮤지컬에 나오는 '우리는 짝꿍'이라는 노래를 불러주면서 '아빠 '우리는 짝꿍 하러 가'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다녀와서도 또 같이 노래를 부르곤 한다"며 딸과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모두에게 힐링을 안겨줄만한 작품이지만, 하온이가 아직 만 3세이기에 만 5세 관람가인 '애니'를 볼 수는 없다고. 박광현은 "관계자들에게 부탁해서 리허설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집에서 벌써 공연중에 말하거나,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리허설에 방해가 안 될 것"이라며 애교섞인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초연부터 '애니'에 출연해 온 워벅스 역의 주성중과 해니건 역의 박선옥에게 '애니'는 가히 인생작이라고 할 만하다.
주성중은 "2006년 초연때부터 해서 다섯 번째 참여하고 있다. '애니'는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일 것 같다. 2012년 결혼 할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나 혼자라서 어쩔 수 없이 공연 중간에 공연도 하고, 장례를 치르고 왔던 작품이라 잊지 못할 작품일 것 같다. 사실 이거 올해는 안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또 하게 됐다. 드라마처럼 잘 흘러갈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노력중이다"고 오랜만에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박선옥 역시 "2006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나도 2006년 이 공연을 할 때 사별을 했다. 당시 초연중이었는데, 아무에게도 오지 않을 일이 나에게 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 고생을 했다. 몇번의 공연을 거쳐서 오랜만에 하게 됐다. 같은 작품을 열번을 하든 새로운 작품을 하든 늘 마음가짐은 새롭게 임한다. 그러나 조금 힘든건 관절도 조금 안 좋고 힘이 달리는 것 뿐이다. 그것 외에는 변함이 없다"며 각오를 말햇다.
한편 '애니'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총 4회에 걸쳐 사랑을 받아온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 작품이다. 12월 15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세종문화회관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