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06 07:45 / 기사수정 2009.09.06 07:45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전성호 기자] '박주영-이동국 투톱'이 대표팀의 또 다른 신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스리톱이 주를 이루면서 한동안 볼 수 없던 투톱 체제였지만, 허정무호 출범 이후 4-4-2가 자리 잡으면서 대표팀은 지난해 이근호-정성훈의 '빅 & 스몰' 투톱, 올해 초중반의 '박주영-이근호' 투톱 등을 선보였다. 전자가 절반의 성공에 그치었지만, 후자는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이며 대표팀의 확실한 카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주영과 이근호의 투톱만으로는 본선을 대비하는 대표팀에겐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타겟형 스트라이커를 포함하는 새로운 공격 조합의 발굴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었고, 허정무 감독은 이를 위해 최근 K-리그에서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던 이동국을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그리고 9월 5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 대한민국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박주영-이동국 투톱이란 새로운 조합을 선택했다. 지난 파라과이를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 이동국은 전반 45분 동안 이근호와 짝을 이뤄 공격에 나섰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때문에 이날 이동국이 박주영과는 어떤 조합을 보여줄 것인지에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도 이동국은 전반 45분 만을 소화했지만, 파라과이전과는 달리 가벼운 몸놀림과 의미 있는 활약을 보여주며 본선 무대에서 유용한 공격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동국은 중앙에서 고립돼 있지 않고 측면으로 자주 움직임을 가져가며 수비수를 달고 다녔다. 이를 통해 창출된 공간을 박주영은 물론이고 박지성, 이청용 등이 공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등진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 공중볼을 따내고, 좌우에서 파고드는 동료에게 연결하며 전방에서의 공격 흐름이 유연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다른 공격수들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며 제 역할을 한 셈이다.
전반 18분과 29분에는 이동국이 따낸 공중볼을 박주영이 받아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부지런한 움직임은 전반 30분에 상대 골문 앞 좋은 위치에서 기성용의 위협적인 프리킥으로 이어지는 파울도 얻어냈다.
세트피스 상황에선 이동국의 움직임에 수비수 두세 명이 달라붙으며 이정수, 김동진 등 수비수들에게 찬스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동국이 전방의 궂은 일을 도맡으며 기회를 열어주자 박주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다시 한번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전반 4분 이청용의 전진 스루패스를 받기 위해 수비수 두 명 사이를 파고드는 박주영의 움직임과 이를 선제골로 성공시킨 부드러운 발목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유럽 진출 이후 눈에 띄게 제공권이 좋아진 박주영은 장신의 수비수들과 맞붙어도 공중볼을 따내는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기회가 나면 주저 없이 정확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비록 둘 사이의 콤비 플레이를 통한 직접적인 득점 기회는 없었지만, 박주영-이동국 투톱은 첫 만남에서 수준급의 호흡을 보여주며 다음을 향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한편,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 질문에 대해 "잘했지만 아직은 모자라다."라며 유독 이동국의 대해서만큼은 냉정한 평가를 내려온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선수 본인(이동국)에게도 직접 이야기해줬지만, 지난 경기보다 몸싸움, 몸놀림 등이 상당 부분 나아졌다."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는 기대치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니며, 좀 더 해줘야 한다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라며 이동국을 향한 질책이 결코 '비난'이 아닌 발전을 기대하는 애정어린 '비판'임을 은연중에 암시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각기 다른 대륙에서 진출한 강팀들과 맞붙게 된다. 이들을 상대로 우리 역시 다양한 공격 조합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동국-박주영' 투톱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부분이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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