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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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MF '기성용-김정우'와 '박지성-조원희'의 차이점

기사입력 2009.09.06 07:44 / 기사수정 2009.09.06 07:44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전성호 기자] 허정무호의 중원이 다양한 전술로서 무장하고 있다.

9월 5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호주를 상대로 평가전을 가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박주영-이정수-설기현의 연속골에 힘입어 3-1의 승리를 거두었다. 이러한 완승의 배경에는 대표팀 미드필더진의 변화무쌍한 전술 변화가 큰 몫을 했다.

전반: 기성용-김정우가 보여준 전형적인 4-4-2의 중앙 미드필더진

기성용과 김정우가 중앙 미드필더로서 호흡을 맞춘 전반전의 대표팀 전술은 전형적인 4-4-2였다. 4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가 나란히 1자로 포진한 가운데 기성용과 김정우는 측면 혹은 중앙 압박 및 공격 등의 경기 상황에 맞춰 공수의 역할과 임무를 공유하며 움직였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기성용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가며 플레이 메이킹에 나서고, 김정우가 그 뒤에 남아 상대 역습을 대비하거나 수비에 중점을 두는 횟수가 많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서로 반대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는 전형적인 4-4-2가 역할 분담 체제가 아닌 지역 분담체제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앙 미드필더가 한 명은 공격적인, 다른 한 명은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로 구성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 상황에 알맞은 공수분담을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김정우와 기성용 모두 뛰어난 공수 능력과 패싱 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기성용과 김정우가 중원을 장악해주면서 이를 바탕으로 두 골을 선취하며 전반을 2-1로 손쉽게 마쳤다.

후반: 다이아몬드 4-4-2의 박지성과 조원희, 그리고 김남일

허정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기성용, 김정우 두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뺐다. 대신 측면의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세우고 동시에 수비적 성향이 강한 미드필더인 조원희를 투입했다. 이로써 대표팀의 포메이션도 전형적인 4-4-2 대신 4명의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포진시키는 일명 '다이아몬드 4-4-2(또는 4-3-1-2)'로 전환됐다. 일명 '박지성 시프트'였다.
 
전반의 기성용이 폭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를 기반으로 한 플레이 메이킹을 선보이며 중원을 이끌었다면, 후반의 박지성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큰 활동 폭으로 공수를 넘나들며 팀에 기여했다. 박지성의 중앙에서 상대를 흔들어주는 플레이는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측면의 동료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전의 대표팀 감독들 역시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한 적은 있었지만, 중원에서의 수비 부담으로 인해 박지성이 플레이 메이킹에 온전히 힘을 쏟지 못하면서 측면에서 뛸 때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때문에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기간에도 주로 측면으로만 기용되었다.

그러나 조원희가 받쳐주는 중앙 미드필더 박지성은 달랐다. 조원희는 김정우가 기성용과 나란히 섰던 것과는 달리, 박지성의 뒤에서 포백 라인을 전문적으로 보호했다. 넓은 활동 반경과 투쟁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조원희 덕분에 수비부담을 벗은 박지성은 상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공간을 마음껏 휘저으며 공격에 나섰다. 이윽고 중앙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통해 공을 뺏어낸 박지성은 정확한 크로스로 후반 41분 설기현의 세 번째 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후반 중반 이청용이 빠지고 김남일이 기용되자 박지성이 다시 오른쪽에서 뛰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조원희가 오른쪽 인사이드 미드필더(RCM)로 자리를 옮겼다. 김남일이 조원희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들어가고 활동량이 많은 조원희와 염기훈이 인사이드 미드필더로서 폭넓게 움직이며 김동진-이영표 양 측면 수비수를 도와 견고한 수비를 구축했다.

이처럼 조원희는 풍부한 활동량과 탁월한 개인 방어 능력을 바탕으로 다이아몬드형 4-4-2 중원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측면 커버까지 훌륭하게 수행했다. 또한, 공격시에는 중앙 쪽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짧은 출장시간에도 불구하고 손색없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1년여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김남일은 코뼈 골절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크까지 쓰며 뛰는 투혼을 보여줬다. 김남일은 마스크 탓에 시야 확보가 어렵고 오랜만의 대표팀 출장에 긴장한 탓인지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향후 대표팀에서의 입지에 청신호를 보내는 부분이었다.

기성용이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김정우-조원희-김남일이 누구 하나 부족함 없이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함에 따라 대표팀 주전 경쟁은 점입가경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향한 이들의 선의의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대표팀의 전술적 가능성과 다양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며, 이는 곧바로 본선에서의 대표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사진 =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기자]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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