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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향한 대표팀 MF의 '무한경쟁'

기사입력 2009.09.03 04:00 / 기사수정 2009.09.03 04:0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대표팀 미드필더진의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주전은 바로 나!



4-4-2를 주 포메이션으로 사용하고 있는 허정무 호에서 가장 입지를 다지고 있는 미드필더는 역시 '캡틴' 박지성과 '젊은 피' 기성용이다.

사실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존재감과 무게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냄은 물론 월드컵 예선기간 중에는 14경기에 출장해 대표팀 최다 득점(5골)을 기록했다.

그라운드에선 존재만으로도 동료에겐 힘이, 상대에겐 두려움이 된다. 대표팀의 또 다른 주축 선수인 이영표조차 "박지성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대표팀 전술의 핵심이다.

기성용은 대표팀 중 가장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재다능함을 앞세워 중원사령관으로서 대표팀의 공수를 조율하고 있다.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활발한 운동량은 물론, 전담 키커로서 빠르고 예리한 각의 위력적인 크로스와 날카로운 슈팅까지 구사하며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모습이다.

박지성과 기성용 못지않게 대표팀 미드필더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선수는 이청용과 김정우다. 지난해 월드컵 3차 예선 요르단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이청용은 줄곧 대표팀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며 왼쪽의 박지성과 함께 허정무호의 강력한 측면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그 기량을 인정받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으로 이적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김정우는 기성용과 더불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기성용과 김정우는 둘 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어느 한쪽에 고정되는 면이 없이 유기적인 중앙 미드필드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앙 미드필더의 균형잡힌 공수능력을 중시하는 대표팀의 전술상 기성용과 김정우에 조금 뒤로 밀린 감이 있지만, 조원희 역시 풍부한 활동력과 탁월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경쟁력을 구축하며 주전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주전 선수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왕년의 주전' 설기현과 김남일이다.

설기현과 김남일은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각각 대표팀 부동의 주전 공격수와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하락세가 '쌍용'의 상승세와 맞물리면서 점차 입지가 좁아졌고, 급기야는 월드컵 최종예선 명단에서조차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이번 호주전을 앞두고 둘 다 1년여 만에 전격 발탁되면서 다시 한번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비록 현재 대표팀 주전급 선수들보다는 다소 경쟁에서 밀려난 상황이지만, 두 번의 월드컵과 각각 A매치 86경기, 79경기를 치른 이들의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 허정무 감독 역시 이런 점들이 어린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코뼈가 부러진 부상에도 불구하고 태극 마크를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김남일의 모습은 젊은 선수들에게 대표 선수로서의 자긍심과 책임감을 몸소 보여주는 귀감이 되고 있다.

나만의 존재가치로 승부한다

치열한 주전 경쟁에 직접적으로 뛰어드는 것 대신 '틈새시장'을 노리는 이들도 있다.

'스피드 레이서' 이승현이 대표적이다. 이승현은 A매치 데뷔전이었던 지난 파라과이전에서 후반 교체 출전하여 박주영의 결승골을 이끌어내는 도움까지 올리며 맹활약했다. 경기 후 허정무 감독 역시 "대표팀에 큰 활력소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그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승현은 그의 별명답게 순간적인 스피드와 탁월한 돌파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이 지친 후반에 강력한 조커 역할을 담당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치우와 염기훈도 자신들만이 가진 능력으로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김치우는 왼쪽 미드필더와 수비수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중앙 미드필더 등 어디에 기용되더라도 제 몫을 다 하는 멀티 플레이어여서 허정무호의 전술적 가능성을 다양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얼마 전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부상을 당한 이후 전체적인 컨디션이 올해 전반기만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

염기훈은 비록 왼발잡이지만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모두 뛸 수 있다. 왼쪽에서 뛰며 양질의 크로스를 올릴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왼발잡이면서도 중앙으로의 움직임이 좋아 종종 오른쪽 측면에서 뛰며 강력한 왼발 슈팅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아르옌 로벤(네덜란드)처럼 뛸 수도 있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한방 역시 갖추고 있다.

또한, 둘 다 모두 뛰어난 왼발 프리킥 능력까지 있어 데드볼 상황에서도 중요한 공격 옵션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김치우와 염기훈은 혹시라도 박지성, 이청용 등이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할 경우 이들을 훌륭하게 대체할 수 있는 측면 카드임이 틀림없다.

점점 치열해지는 대표팀의 미드필드 경쟁에서 살아남아 최종적으로 남아공 티켓을 거머쥘 선수는 누구일까. 이들의 경쟁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얻어낼 때 팬들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꿈의 무대' 월드컵에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 허리에 서기 위한 치열한 경쟁

오른쪽의 '터줏대감' 이청용, 무한경쟁 속 살아남나 

'스피드 레이서' 이승현, 허정무호 진정한 새 병기로 거듭나나 

[사진 (C)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남지현 기자]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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