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03 01:13 / 기사수정 2009.09.03 01:13
[엑스포츠뉴스] [풋볼코리아닷컴=최영민] ‘한국의 앙리’라고 불리던 조원광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 실업축구(내셔널리그) 천안시청 축구단에 입단해 주전으로 맹활약 하고 있는 조원광. 한 때는 ‘한국의 앙리’라고 불리며 16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프로구단 진출, 유럽 진출, 청소년대표팀에서의 활약 등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여겨지던 선수였다.
하지만 K-리그 인천에서 국내에 복귀를 했을 때도 출전 횟수를 그리 많이 갖지 못하면서 결국 방출되고 말았고, 유럽 생활과 어린 나이에 프로선수 생활을 했던 조원광은 결국 내셔널리그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내셔널리그행은 그의 축구인생에 있어서 결코 나쁜 일 만은 아니었다.
‘풋볼코리아닷컴’에서는 현재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의 윙 포워드에서 주전 윙백으로 보직을 옮긴 조원광에게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에 진출한 이야기, 프랑스에서의 이야기, 인천에서 내셔널리그로 왔을 때의 이야기 등을 들어보면서 25살 조원광의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축구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알고 싶다. 또 이른 나이에 프로(안양LG)에 진출했는데 중학교를 중퇴하고 프로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축구를 일찍 시작한 편이다. 초등학교 3학년 가을에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1남 5녀의 막내이다 보니 누나들 때문에 내 성격이 여자처럼 되지 않으려 태권도부터 시작해 안 해본 운동이 없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공을 처음 잡았다. 처음에 어머니는 무척 반대가 심하셨지만 축구선수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셨고 뒤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그리고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독일의 FC퀠른으로 축구유학을 갔던 적도 있다.
중학교 때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고등학교 몇 팀에서도 제의가 왔었고, K-리그팀 수원과 안양에서도 제의가 왔었고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에서도 제의가 왔었고, 일본의 고등학교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중 안양에서의 제의가 가장 좋았고 또 아버지의 의견도 안양 쪽으로 많이 기울며 결국 안양을 선택하게 되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프로로 갔을 때는 그 때 당시만 해도 군 면제 대상이었다. 지금 잉글랜드 볼튼에 가 있는 이청용도 거의 마지막으로 그 혜택을 받은 케이스다. 그러한 요인도 프로행을 결정하는데 큰 작용을 하였다.
◆ 안양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 듣고 싶다. 어린 나이인지라 팀에서 귀여움을 독차지 했을 것 같은데 맞는지? 막내라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
= 안양에서의 생활은 모든 것들이 다 신기했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프로 선수들이 나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또 그 때 당시 안양 소속이던 정광민, 이영표, 최태욱, 김동진 등 최고의 맴버를 자랑하는 선수진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여태껏 축구를 해오면서 가장 실력이 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이 때인 것 같다. 특히 16살에 프로를 간 후 17~18살 때 가장 실력이 늘었었다.
◆ 조원광선수는 이른 나이에 K-리그 진출, 청소년대표팀 생활, 유럽리그 진출 등 선수생활을 하는데 있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 중 본인이 축구선수로써 성장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때는 언제인가?
= 아까도 말했듯이 안양에서의 생활이 축구선수로써 성장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안양에서의 생활이 본격적인 축구선수로써 성장하는 계기였다면,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에 온 것은 올해로 성인축구 경력 9년차가 되는 나로서는 또 다른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곳에서 나의 포지션 변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했었고, 하재훈 감독님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지금이 앞으로 내가 쭉 선수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주는 시기라고 말하고 싶다.
◆ 포지션 이야기가 나왔다. 하재훈 감독은 전기리그 막바지 조원광 선수의 포지션 변화(공격수에서 수비수로)에 대해서 만족감을 나타낸바 있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 또한 포지션 변화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프랑스에 있을 때도 공식 경기에서는 하지 않았지만 연습경기에서 종종 봐왔던 자리이여서 그리 낯선 자리는 아니다. 또한 주력이 있는 나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이어서 선수 본인인 나도 그렇고 코칭스테프도 만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도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까지도 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어느 팀을 가서든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프랑스에서의 생활도 안 들어볼 수 없다.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유럽에 가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언어와 음식 등 타지생활을 할 때면 나타나는 일종의 ‘향수병’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 안양에 있을 당시, 프랑스에서 공식 초청장이 왔다. 그리고 프랑스로 건너가 곧장 테스트에 참가했다. 테스트 당시가 리그 경기가 있은 후 경기를 뛰지 않은 선수들의 회복훈련이 있는 날이어서 그 훈련에 참여해 테스트를 치렀다. 프랑스에서 가장 깜짝 놀랐던 것은 유럽 선수들의 황소 같은 체구와 몸싸움 실력이었다. 한번은 훈련을 하면서 동료 선수와 몸싸움을 했는데 순간 황소와 부딪히는 줄로 착각했을 정도로 몸이 단단했다. ‘역시 유럽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 히딩크 감독과의 짧은 만남을 기억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PSV와 2003년 피스컵 훈련할 때의 이야기 좀 부탁한다.
= 히딩크 감독과의 만남도 내 축구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다. 피스컵에 참가하기 전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했었다. 중계방송도 있었던 경기였는데 내가 그 경기에 PSV 소속으로 출전한 것이다. 아마 나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그때 PSV 소속인 선수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그 때의 나는 많이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다.
사실 그 전에 소쇼로 가기 전, PSV에서 에이전트를 통해 테스트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나서 피스컵 때 다시 합류한 것이다. 피스컵을 마치고 히딩크 감독이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히딩크 감독은 “널 PSV 선수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현재 너의 소속팀에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니가 자유로운 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면 그 때 오라.”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난 (박)지성이형, (이)영표형과 팀 동료가 되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 가슴 아픈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인천에서의 생활과 인천에서 나와서 현 소속팀인 천안시청으로 왔을 때의 느낌은 어떠했는가?
= 인천으로 갔을 때는 참 좋지 않은 타이밍이었다. 소쇼에서 나와서 국내로 돌아온 후 인천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미 선수 인원수가 꽉 차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천의 안종복 사장님이 날 잘 알고 있어 인천으로 가기가 수월했다. 인천에서 비록 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나오긴 했지만 인천에서의 생활이 가슴 아픈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노원 험멜에 소속되어 있는 동갑내기 서성철이라는 선수와도 잘 지냈고, 김치우, 여승원, 동원 형제와도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사람도 많이 사귀었던 때이니 만큼 인천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있어서도 괜찮았던 시절이었다.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에 왔을 때는 감독님이신 하재훈 감독을 믿고 왔던 것이 컸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내셔널리그가 나의 선수생활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도 나를 좀더 다듬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훈련 시설이나 코칭스테프, 동료 선수들 모두 너무 좋아서 지금 천안시청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 천안시청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프로라는 틀 안에서 K-리그와 프랑스리그를 경험했던 조원광이 느끼는 내셔널리그의 실력은 어느 정도 인가?
= 경기적인 측면에서 말하면 우선 경기 템포가 느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럽에서도 있어 보았지만 유럽에서는 볼을 받고 패스를 하는 타이밍이 무척 빠르다. 보통 원터치 이후 바로 쉽게 패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 템포도 빠르고 박진감 있게 경기가 진행된다. K-리그도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분 투터치, 쓰리터치 이후에 패스가 진행되어 내셔널리그보다는 빠른 경기진행을 보여준다. 하지만 내셔널리그는 선수 본인이 패스를 받은 후 어찌 할 줄을 모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드리블을 많이 하며 질질 경기를 끄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템포적인 면에서 내셔널리그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의욕적인 면은 그 어느 리그와 비교해 보았을 때 손색이 없다. 이곳에서 열심히 해서 프로로 진출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도 있고, 개개인 나름대로의 목표가 뚜렷이 선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프로에서 ‘쓴맛’을 본 젊은 선수라면 내셔널리그에서 본인의 기량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 많은 팀을 오갔던 선수이니만큼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도 안할 수 없다. 젊은 나이지만 많은 지도자들을 만났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듣고 싶다.
= 여태까지 내가 만났던 지도자를 세어 본다면 약 20명 안팎정도 된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이 좀 어렵기는 하지만 굳이 선택한다면 지금 천안시청의 감독인 하재훈 감독을 꼽고 싶다. 개인적으로 하재훈 감독님은 프로의 감독들 보다 더 열정이 있는 감독으로 평가하고 싶다. 열정 하면 인천에 있을 때 만난 장외룡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하재훈 감독과 장외룡 감독을 비교하자면 그 두 사람의 차이점은 하재훈 감독은 성격이 차분하다는 점이고, 장외룡 감독은 열정적인 성격을 가진 감독이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중 하재훈 감독님은 평소 내가 생각했던 지도자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당히 꼼꼼하고 선수들 하나하나에 세밀하게 신경을 쓰는 감독이다. 선수들은 이런 감독에게 신뢰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런 신뢰감이 쌓여 있어야만 팀이 잘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선수 본인의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
= 특별히 목표라고 할 것은 없다. 그저 지금의 조원광이라는 선수는 잠시 움츠리고 있는 단계일 뿐이다. 나는 아직 젊고,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는 더 큰 무대를 향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지금 나는 내셔널리그라는 틀 안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특별히 어떤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엔 아직은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
◆ 정말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 프랑스에 가 있는 친구 박주영과 후배 선수 남태희에게 먼저 프랑스에 갔던 선수로써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 (박)주영이는 워낙에 실력이 좋은 선수라 금방 적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모나코에 가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보기가 아주 좋다. 후배 선수라 할 수 있는 남태희도 발렝시엔에서 얼마 전 계약한 걸로 아는데, 아직 그 선수의 플레이를 본 적이 없지만 청소년대표도 했었고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이기 때문에 곧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선배로써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은 우선 어린 나이이니까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많이 보라고 해주고 싶다. 그래야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민(ymchoi@footballcorea.com) / 사진 제공 = 내셔널리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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