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SK 와이번스 힐만 감독과 선수단, 그리고 팬들이 슬프지만 행복한 '우승' 이별 선물을 받아들었다.
SK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연장 13회 접전 끝에 5-4로 꺾고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3승 2패로 앞섰던 5차전 후,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인천에서 마지막 경기를 마친 소회를 전했다. "필드에서 팬들에게 수화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며 울컥했지만, 잘 참았다"며 웃은 힐만 감독은 "시즌 내내, 지금까지도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SK, 그리고 인천 팬들과 함께 했던 2년의 시간을 뒤로 하고 힐만 감독은 이제 KBO리그를 떠난다. 노부모와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팀과 작별하게 됐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힐만 감독 아래 SK는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더 나아가 8년 만의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선수단은 "감독님 가시는 길에 우승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힘을 모았고, 이는 현실이 됐다.
힐만 감독이 SK에 남긴 것은 우승반지 그 이상이다. 이긴 날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고, 패한 날은 상대를 칭찬하면서도 동요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게도 전염됐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내내 승패와 상관없이 모두가 평온했고, 경기를 즐겼다.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면서도 상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을 상대로 1,2차전을 가져갔지만, 3,4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5차전에서는 9회 실책과 박병호의 투런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벤치와 선수단의 집중력은 더욱 빛났다. 10회초를 1실점으로 막아낸 후 10회말 김강민-한동민의 극적인 백투백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결정지었다.
질책보다는 격려가 앞섰고,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라인업 제외, 2군행 지시 등에도 충분한 이유가 뒤따랐다. 시즌을 2군에서 시작하며 고생스런 한 해를 보냈던 김강민은 플레이오프 시리즈 MVP로 선정된 후 "감독님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시간은 없었을 것"이라며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내가 변화했다"고 돌아봤다. 와신상담한 김강민은 한국시리즈까지 만점 리드오프로 활약하며 SK 타선을 이끌고 있다.
힐만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압도적인 정규시즌 1위 두산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는 선수단을 크게 칭찬했다. 5차전 후 두산에게 1승씩 앞설 수 있는 이유를 묻자 "선수들에게서 원동력이 생긴다. 선수들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고, 베테랑과 코칭스태프가 앞장서고 있다"고 답했다. 공적 속에서도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단을 먼저 앞세우고, 열띤 응원을 보내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모두가 행복한,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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