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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은 기성용 '보낼 의무' 없다

기사입력 2009.08.26 09:39 / 기사수정 2009.08.26 09:39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세뇰 귀네슈 감독이 이끄는 FC 서울은 2009년 그야말로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K-리그 다득점 2위, 최소실점 1위로 최고로 균형잡힌 모습을 보이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피스컵 코리아 4강 진출에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포항과 더불어 8강에 진출해 있다. 노장과 젊은 선수가 적절히 결합하여 딱히 약한 면모가 없는 팀이 되었기에 이대로라면 정말로 이번 시즌 전관왕 달성도 꿈은 아니다.

그런 FC 서울의 단연 핵심이 되는 선수인 기성용이 최근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명문구단인 셀틱 FC의 영입 제의를 받아 국내축구계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소속팀 FC 서울 입장에서는 핵심 선수인 기성용을 이적시켜 상승세에 오른 팀 분위기를 저하하는 걸 원하지 않아 난색을 표하고 있고, 기성용 본인과 많은 팬은 기성용이 유럽으로 나가 멋진 활약을 펼쳐 대한민국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선수 본인의 커리어가 발전하길 원한다.

결론부터 말해 FC 서울은 지금 기성용을 보내줘야 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 많은 팬과 대표팀 감독인 허정무 감독은 선수 본인이 한 차원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기성용을 보내줘야 한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을 논하기 이전에 FC 서울은 프로 구단이며 국내 리그인 K-리그에서도 현재 우승을 노리고 있는 강팀이다. FC 서울은 '선수' 기성용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구단인가, 그렇지 않으면 기성용이 '팀' FC 서울의 발전을 위해 있는 선수인가?

기성용이 K-리그에서 활약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대표팀에 발탁조차 거론되지 않았을 선수이다.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이기에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었고, 그래서 해외 클럽들이 눈여겨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왜 FC 서울이 기성용의 앞날을 가로막는다고 비난하는가. K-리그의 클럽은 유럽 클럽들이 이적의사를 표명하면 모두 승낙해야만 하는 야망도 비전도 없는 구단들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FC 서울이 번번이 선수의 해외 진출을 막는 구단인가 하면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영표와 김동진, 박주영에 이어 이청용까지, FC 서울은 해외 구단에서 선수 영입 의사를 표명했을 때 국내 리그 어느 클럽보다도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아무 탈 없이 보내주었다. 하지만, 이번 기성용의 이적 건은 팀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서울 입장에서도 쉽사리 이적 동의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서울은 팀의 또 다른 핵심 멤버였던 이청용을 EPL의 볼튼 원더러스로 이적시키며 팀 전력 약화를 받아들였다. 대안으로 김승용과 어경준 등이 있다고 하지만 이청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볼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런데 왜 서울이 또다시 팀의 핵심 멤버를 단지 '유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넙죽 받아들이며 보내줘야 하는가? 이것은 여태껏 팀을 잘 이끌어온 FC 서울의 프런트와 귀네슈 감독을 바보로 만드는 처사다. 팀의 핵심 선수를 아무런 대안 없이 팔아버리는 것은 그 팀에 우승에 대한 야망과 비전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청용을 보낼 때와는 달리 대안도 없다.

기성용 본인으로도 남은 리그 일정과 대회 일정을 소화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이번 시즌 최대한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 향후 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지금 FC 서울의 기세는 충분히 전 대회 석권을 할 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유럽리그는 시즌이 시작된 뒤라 지금 유럽무대에 진출해 봤자 팀원들과 프리 시즌 훈련을 같이 소화하지 못해 손발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어차피 지금이나 K-리그가 끝난 겨울 이적시장이나 별다를 것이 없다.

서울도 이번 시즌이 끝난 직후라면 기성용의 이적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럽 진출에 대한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기성용의 나이는 고작 89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21세에 불과하다. 대표팀 팬들이 그토록 원하는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위해서라면 무리해서 유럽까지 날아갈 필요 없이 현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장 기회로 경기력을 유지하는 편이 낫고 그것이 월드컵에서의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셀틱보다 더 좋은 팀에게서 영입 제의가 올 수 있는 길이다.

게다가 기성용과 서울의 계약은 2010년 말 만료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기성용의 몸값은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점점 떨어지게 되어 있고 이것은 이적료 가격 경쟁에서 동급인 선수들에 비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이적 문제는 구단과 구단 간의 문제이지만 선수 본인의 의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만큼 FC 서울과 기성용, 그리고 셀틱 FC간의 현명한 해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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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셀틱 이적,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사진 = 최근 셀틱FC로의 이적설에 휘말린 FC서울의 '핵' 기성용ⓒ엑스포츠뉴스 DB 김현덕 기자]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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