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한동민이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 가을야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기억하기에 한동민의 첫 가을야구 각오는 더 남다르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동민은 가까스로 오른 팀의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8월 NC전에서 도루를 하다 발목 내측 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재활 3개월 소견을 받았고, SK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나선 그 때 한동민은 재활 4주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더 높은 곳으로 찾아온 기회, "후회 없이"
다행히 기회가 다시, 플레이오프라는 더 높은 곳으로 찾아왔다.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던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SK 좌타자 최초 40홈런에 115타점을 기록하는 등 여러 업적을 남기며 시즌을 완주했다. 그리고 프로 7년차 한동민의 첫 가을야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동민은 "처음엔 별로 실감이 안났는데 경기가 열리는 주가 되면서 점점 실감이 난다"면서"작년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할 때 관전하러 갔었는데 참 씁쓸하더라. 부상으로 이탈을 했고, 눈으로 지켜만 본다는게 아쉬웠다. 하지만 또 하면 되니까 열심히 준비를 했다. 상황에 맞게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제발 한국시리즈에 가달라" 노수광의 부탁
공교롭고도 애석하게, 시즌 막바지에 이탈하게 된 작년 한동민과 올해 노수광의 상황이 너무도 비슷하다. 노수광은 정규시즌 종료를 앞두고 오른손 새끼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한동민은 "시기도 그렇고 정말 비슷하다. 정말 웃긴 것이 올해 수광이가 못해서 내가 조언해주면 내가 못하게 되고, 수광이가 잘해서 내가 물어보면 수광이가 못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워낙 의욕적인 선수다. 며칠 전에 밥을 같이 먹었는데, 본인은 미칠 노릇이다. 나에게 '제발 한국시리즈에 가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SK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회복 상황에 따라 노수광도 출전 가능성이 있다.
한동민은 그런 노수광에게 '내가 잘한다고 되냐'고 말했지만, 한동민은 현재 노수광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어떤 좋은 말을 해줘도 귀에 안들어온다. 나도 그랬다. 다들 '액땜했다 생각하라'고 하는데, '액땜은 무슨 액땜' 이런 마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동민에게도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깨달은 것은 확실했다. 한동민은 "정말 액땜이었던 것이, 올해 결과가 나왔다"면서 자신이 다쳤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노수광에게 전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라는 것, 내가 다치면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내 몸을 더 소중히 하라면서, 내년에 더 잘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넥센 상대 타율 0.397, 11홈런 '자신감은 충분'
한동민은 플레이오프 상대 넥센을 상대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16경기 나서 23안타 23타점 17득점 3할9푼7리의 타율, 한 경기 4홈런 기록을 포함해 넥센전에서만 11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한동민이 "좋았다는 생각을 안해봤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한동민은 "넥센전에서 잘했고, 좋은 기억도 있다. 괜찮겠다 생각은 하지만 방심을 하면 안된다"라면서도 "자신은 있다. 넥센이 올라와서라기보다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었고,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후회없이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트레이 힐만 감독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도 또다른 동기부여가 된다. 한동민은 "5월에 내가 선수같지도 않게 야구를 할 때도 믿어주시고 기용해주신 덕분에 내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은인 중에 한 분"이라면서 "아쉽지만,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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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