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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롯-기 동맹의 새로운 '시작'

기사입력 2009.08.12 16:05 / 기사수정 2009.08.12 16:05

손현길 기자



[엑스포츠뉴스=손현길 기자] 8개 구단으로 돌아가는 한국 프로야구 시스템에서 한 팀이 꼴찌를 할 확률을 따져보면 1/8이다. 

하지만, 2001년 이후라면 1/8의 확률이 아닌 1/3으로 줄어든다. LG, 롯데, KIA 이 세 팀이 사이좋게 돌아가며 꼴찌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엘-롯-기' 동맹으로 일컬어지는 이 팀의 꼴찌 다툼에 세 팀의 팬들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다가도 때론 서로를 위로하며 아픔을 공유하기도 했다.

LG-롯데-KIA가 동맹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 세 팀은 1982년 프로야구 창단 원년 멤버이자 대표 명문구단으로 꼽힌다. 또한, 이 세 팀의 관중 동원력은 여타 프로구단이 가진 관중 동원력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그러나 8년간 '롯롯롯롯기엘기엘' 이라는 꼴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지난 8년간 플레이오프에 모두 진출하지 못했던 것도 세 번이나 된다.

하지만, 올 시즌 '엘롯기' 동맹은 사실상 끝났다. 아니, 끝이 아닌 새로운 '엘롯기' 동맹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포효하는 호랑이 KIA

지난 11일, 광주에서 KIA가 롯데를 3-0으로 꺾으면서 시즌 10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나지완의 좌월 3점 홈런으로 승부가 갈린 이 경기로 KIA는 2003년 11연승의 기록을 세운 이후 6년 만의 기록이다. 더불어 이날 우천으로 취소된 2위 두산과의 승차를 2.5 경기로 벌리며 독주 체제를 예고했다.

어찌 보면 KIA의 올 시즌 상승세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실 외견상 화려한 이름값을 가진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KIA는 하위권에 머무를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 빠지면서 팀의 조직력이 무너졌다. 또한, 유망주들은 2군에서 전전하며 팀에 추진력을 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KIA의 올 시즌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1990년대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왕조를 건설했던 전신 해태의 모습을 빼다 박아놓은 모양새다. 투타의 완벽한 조화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한 방을 자랑하는 힘 있는 타선까지 쏙 빼닮았다. 덧붙여 유망주들이 제 몫 이상을 해주며 빛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8위-4위-8위-6위를 오르내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광주의 호랑이는 2009년 완벽히 잠에서 깨어났다.

'가을에도 야구하자 시즌 2' 롯데

지난 시즌, 사직 구장은 롯데를 응원하려는 부산 팬들로 연일 만원을 기록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100m 달리기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부산 팬들의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소원을 풀어줬기 때문이다.

부산 팬들의 캐치프레이즈인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문구는 지난 7년간의 롯데의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2001년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는 이후 3년간 최하위에 머물면서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보유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시즌과는 달리 부산 사직구장은 주말 낮 경기에도 텅텅 비는 모습을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프로야구의 최대의 화젯거리로 떠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한 롯데는 올 시즌 역시 프로야구의 큰 화두에 올랐다.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며 우승후보로 꼽힌다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즌 초반 20패에 가장 먼저 선착하며 예상을 뒤엎었다. 타선은 무기력했으며 탄탄하다고 평가받았던 선발진은 무너졌다.

하지만, 롯데는 7월 반격론을 내세웠던 로이스터 감독의 예상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선발진에 에이스 손민한이 부상에서 복귀했고 송승준과 장원준은 시즌 초반 좋지 않은 모습을 털어내고 자신의 컨디션을 찾았다. 더불어 무기력했던 타선도 폭발해주면서 롯데는 12일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다. 어느 해보다 4위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페이스라면 롯데의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이 그리 어려울 것이라 예상되진 않는다.

LG, '엘롯기' 동맹을 끝내자

지난 시즌 팀 역사상 두 번째 꼴찌라는 기록을 차지한 LG는 올 시즌을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으로 맞이했다. 지난 시즌 허탈하기만 했던 팬들은 거금을 들여 영입한 이진영과 정성훈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나아가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은 포지션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대형, 최동수, 박용택 등이 맹활약을 펼치며 시즌 초반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LG의 폭발적인 타선과는 달리 선발진에서의 문제점을 들어내며 12일 현재 7위를 기록하고 있다. LG의 선발진에서 그나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선수는 봉중근(8승10패 3.42)과 심수창(6승12패 5.31) 정도이다. 다른 선발 투수들은 채 5이닝을 버티기가 어렵다. 그나마 선발진 보강을 위해 새로 영입한 제레미 존슨(1승 1.26)의 활약이 있어 앞으로의 일정에 기대를 가져볼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엘롯기 동맹의 탄생?

LG가 10연패 이상을 기록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한화(31승65패)가 사실상 올 시즌 꼴찌를 확정지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미 '엘롯기' 동맹은 끝이 났다. LG-롯데-KIA 이 세 팀 중에서 2009시즌 꼴찌가 나올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창단 원년 멤버이자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구단으로써, 또 그동안 아픔의 세월을 함께 나누어 온 이 세 팀의 끈끈한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은 후반기 'LG-롯데-KIA' 이 세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꼴찌로 맺어진 동맹이 아닌 함께 영광을 누리는 동맹으로 새로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 = 송승준, 이대형, 안치홍 (C)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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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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