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8.11 02:43 / 기사수정 2009.08.11 02:43
첼시와의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호날두가 팀을 떠난 뒤 첫 공식경기라는 점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였다. 맨유는 호날두가 이적한 뒤 마이클 오언과 안토니오 발렌시아, 가브리엘 오베르탕 등을 영입하며 나름대로 전력을 보강했다. 그러나 이들이 매우 좋은 선수들임이 분명하나 세계적인 선수인 호날두를 내보내고 데려온 선수들치고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선수영입에 목을 매지 않으며 기존의 선수들로 시즌을 꾸려나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고 많은 이들은 과연 누가 'NEW 호날두'가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NEW 호날두는 없지만 박지성은 있다
그러나 기존의 선수가 호날두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호날두의 포지션에서 뛴다고 하더라도 호날두가 갖춘 능력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커뮤티니실드 첼시와의 경기에서 박지성을 공격적으로 내세우며 최전방의 루니-베르바토프와 호흡을 맞추게 했다.
단 한 경기로 평가하기는 섣부른 판단이지만 첼시와의 경기를 통해 지켜본 박지성은 공격적인 재능을 과시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난 시즌까지 '디펜시브 윙어'라는 별명답게 윙어치고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던 박지성은 자신이 공격적인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술적인 임무였다는 것을 이 경기로 통해 증명했다.
박지성은 전반 16분 위협적인 발리슛을 날리는 것을 시작으로 베르바토프와 깔끔한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경기 내내 루니-베르바토프와 좋은 연계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위협적인 장면을 수차례 연출했고 전반 28분경에는 과감한 중거리슛도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성실함의 표본답게 수비에 가담하는 것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이전과 달리 수비지역까지 내려오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은 박지성의 뒤에 위치한 풀백의 성향으로도 알 수 있는데 공격력이 뛰어난 에브라 대신 수비에 중점을 두는 오셔를 박지성의 뒤에 받치게 하며 박지성의 자유로운 공격력을 시도했다.
비록 박지성은 호날두의 빠른 돌파와 타점 높은 헤딩, 강력한 무회전 킥을 갖추지 않아 호날두의 역할을 대신하기는 어렵지만 호날두가 갖추지 못한 다른 장점과 감춰진 공격본능으로 호날두 없는 맨유에 새로운 공격 옵션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박지성이 이런 역할이 어색한 것은 아니다. PSV 아인트호벤 시절 팀의 에이스 아르연 로벤이 첼시로 이적하자 프리롤에 가까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박지성은 경기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공격을 이끌었고 아인트호벤을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진출시키며 맨유에 입성한 전례가 있다. 또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도 이런 역할은 익숙하다. 박지성은 주로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도 오른쪽 미드필더인 이청용과 박주영-이근호와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공격을 주도했고 월드컵 예선 기간 동안 5골에 성공하며 팀 내 최다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전망
앞서 지적했듯이 단 한 경기를 통해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퍼거슨 감독이 마음을 굳혔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아직 이적시장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의 영입과 함께 박지성의 역할이 다시 변할 가능성도 여전히 농후하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상대팀이 다른 팀도 아니고 퍼거슨이 직접 우승 경쟁자로 거론한 첼시와의 경기였다는 것이다. 리그 내에서도 최고급 수비진을 자랑하는 첼시를 상대로 박지성을 맨유의 주요 공격루트로 사용했다는 점은 그만큼 박지성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고 팀 내 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도 리베리같은 특급 스타가 영입되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이상 박지성의 프리롤 역할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생각된다. 직접적인 경쟁자로 평가되는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경우 종적인 움직임에 장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박지성과 다른 유형의 선수이고 나니는 박지성과의 경쟁에서 이미 밀렸으며 오히려 그는 발렌시아와 경합을 하는 것이 더욱 수월할 것이다. 또 하나 주전 공격수인 루니-베르바토프의 플레이 특성상 전후좌우를 넘나드는 박지성과 함께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지성이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34분경 퍼거슨 감독은 주저 없이 박지성을 빼고 라이언 긱스를 투입시켰고 결국, 긱스는 수비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루니의 동점골을 엮어냈다. 득점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제외된다는 것은 여전히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한방에 신뢰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지성은 바로 이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제외되는 아픔을 겪을 공산이 있다. 그러나 도약에 성공해 PSV 아인트호벤 시절의 활약을 재현한다면 박지성이 맨유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 ▶ 박지성, 진가를 보일 때가 됐다
☞ '투 박' 박지성-박주영,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다
☞ 대표팀, 파라과이전 꼭 '박지성 차출' 해야 하나?
[사진='맨유 공격의 핵으로 떠오른 박지성' ⓒ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