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추상미가 배우에서 영화 감독으로 10년 만에 돌아온 소감을 밝혔다.
23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에는 추상미 감독이 출연했다. 추상미는 "10년 만이다. 2008년에 미니시리즈를 끝으로 활동을 접었다. 잠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결혼 후 4년 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몸도 약했다. 몸을 만들며 쉬어보자는 이유가 컸다. 아이는 8살, 초등학교 1학년이다. 올해 학부모가 됐다"며 근황을 전했다.
추상미는 "아이를 가지려고 2008년부터 몸 관리하며 쉬다가 2009년에 임신했는데 유산했다. 충격이 굉장히 크더라. 갖고 싶은 아이었는데 유산이 됐다. 충격을 잊는 방법은 공부를 하는 거였다. 영화 연출은 십 몇년 전부터 간직한 오래되고 낡은 꿈이었다. 이 기회에 마흔이 되기 전에 머리가 굳어지기 전에 공부해야겠다 했다.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단편 영화를 두 편 만들고 국제영화제에 경쟁 부문에 출품한 뒤 덜컥 임신해 휴학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주변 가족에게는 걱정할까봐 얘기하지 않고 혼자 견뎠다. 아이에 대한 집착과 애착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잘못되는 악몽을 계속 꿨다. 심리적으로 혼자 분석해보면 아버지(추송웅)가 14살 때 돌아가셨다. 아침에 감기 걸려 병원에 가야겠다고 한 게 마지막이었다.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게 무의식에 있던 거다. 엄마가 되기 불안한 마음과 감정이 복잡하게 왔다"고 덧붙였다.
추상미는 "이겨낸 과정이 기적 같다. 산후우울증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일반 우울증으로 오래 간다. 계속 그런 감정이 남아 있다가 북한의 꽃제비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아이가 슬픈 비극의 주인공이고 울고 있으면 우리 아이 같이 느껴지고 같이 울게 되더라. 그냥 지나갈 수 있는데 분단이라는 현실이 이상하게 와닿더라. 국경 지역까지 3, 4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여기에서 300만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인근 나라가 가만히 보고 있었을까 했다. 되게 이상했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장편 영화의 소재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었다. 이 시기에 맞물려 친한 후배의 출판사에 갔다가 북한 전쟁과 관련된 자료를 찾게 됐다.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추상미는 31일 자신이 감독으로 나선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추상미의 장편 데뷔작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한국전쟁 중 폴란드에 보내졌다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된 전쟁고아와 이 아이들을 돌본 폴란드 교사들의 자취를 담은 영화다.
추상미는 "영화 초반에 산후우울증을 겪은 과정이 나온다. 아니면 너무 뜬금없을 것 같아 내 얘기를 삽입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폴란드로 가서 여러 리서치를 해야 한다. 폴란드 측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북한 고아를 양육한 폴란드 선생님의 연세가 아흔이 넘었다. 300명의 교사 중에 10명 정도만 생존해 있다. 이 소재를 아무도 모르더라. 저분들이 살아있을 때 육성으로 다큐멘터리로 기록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 국영TV의 어떤 기자가 동양 여자의 무덤을 시골에서 발견한다. 왜 땅끝 마을에 왜 이런 아이의 무덤이 있지 하며 기자의 촉으로 3년간 추적한다. 1,500명의 고아들이 왔다는 걸 밝혀냈다. 그 아이는 희귀병에 걸려 온지 1년 만에 죽었다. 그 소녀로 인해 모은 이야기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만들며 아버지 故추송웅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고 한다. "다시 태어나면 영화 감독이 될 거라는 그런 말을 하곤 했다. 그것 때문에 영화 감독을 한 건 아니지만 그 생각이 자주 난다. 영화 촬영 때 따라갔다. 걸음마 시작할 때부터 내 지정석이 있었다. 드라마 '달동네'는 내겐 마음이 아픈 기억이다. 똑순이 역이 내게 들어왔다. 아버지와 무대에 선 적 있는데 국장이 딸과 직접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어머니가 반대했다. 아버지가 바빴고 잘 볼 수 없는데 TV를 틀면 김민희를 무등에 태우고 뽀뽀하는 장면이 나왔다. 나와 나이가 동갑이다. 내가 삐치면 아빠가 방문 앞에 있었다"며 떠올렸다.
그는 "되게 좀 이상하다. 드라마 속 아버지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리다. 아버지가 41살인데 난 47살이다. 45살에 돌아가셨다. 상실감이 컸다. 그때 사춘기였는데 몰랐는데 세월이 흐를 때까지 계속 있더라. (추성웅 딸 수식어는) 부담이었다. 아버지와 같이 출연한 선생님들이 항상 있다. 늘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연기도 늘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털어놓았다.
남편인 뮤지컬 배우 이석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족들도 (영화 감독이 된 걸) 좋아한다. 남편은 힘들어했다. 언론에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내 행적에 대한 다큐를 만들어달라더라. 거의 혼자 1년 넘게 편집했다. 남편이 계속 모니터링을 해줬다. 100번도 넘게 보며 모니터 고문을 당했다. 나중에는 자기도 판단 못하겠다고 하더라. 내가 바쁘니까 집안일을 많이 도와준다. 아들은 나중에 원한다면 배우가 되도 되지만 지금은 아빠의 연극도 잘 안 보여준다. 본인이 선택할 때까지는 무의식 속에 스며들지 않게 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KBS 1TV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