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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대기'에서 '슈퍼 서브'가 된 이제규

기사입력 2009.07.29 01:37 / 기사수정 2009.07.29 01:37

취재편집실 기자

[엑스포츠뉴스] [풋볼코리아닷컴=최영민/서혜민] 김호 감독의 경질과 구단 안의 내분을 어수선한 프로축구(K-리그) 대전 시티즌의 활력소가 되는 한 명의 신예가 있다.

유병수(인천), 김영후, 윤준하(이상 강원) 등 K-리그 신인 선수들의 신인왕 경쟁에는 끼어들 정도의 활약상은 아니다. 활약상은 미비하지만, 소속팀 대전에는 새로운 희망으로 보이기 시작한 그 선수의 이름은 이제규다.

올해로 24살이 된 이제규에게는 아직 K-리그는 어색한 무대다. 그라운드에서 나설때마다 어색함이 더 큰 이제규는 어느덧 11경기(컵대회 포함)에 출장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공격수인 이제규에게 아직 골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게 부담 아닌 부담이 됐다.

이러한 부담감 속에서 이제규가 드디어 지난 7월 4일(토요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 경기장에서 1:1무승부로 끝날 것만 같았던 순간. 이제규가 자신의 K-리그 데뷔 골로 팀에 승점 3점을 선사해내는 귀중한 데뷔골과 활약상을 펼쳤다.

대전의 희망으로 급부상한 이제규. 대전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준 이제규는 과연 어떤 선수일까? 그리고 그의 K-리그 도전기를 이제규에게 직접 들어보자.

◆ ‘서울키드’ 이제규, 지방에서 한 단계 성장하다.

= 서울 대도초등학교, 남강중학교, 경희 고등학교를 나온 이제규. 학창시절 사이드 미드필더, 윙 포워드 등의 위치에서 주로 플레이를 했었던 이제규는 대학교를 충북 청주에 있는 청주대학교로 오게 되면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변경하게 된다. 대학교에 오면서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키도 커지고 몸집도 불어나면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의 몸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규가 청주대학교에 재학했을 시절, 청주대는 인근 지역인 대전에 있는 프로팀인 대전 시티즌과 연습경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이제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유독 대전과 경기를 하면 잘했어요. 그 때 대전의 코치 스태프들이 ‘저 9번(청주대 재학 당시 등번호) 누구냐?’라면서 동료 선수들에게 묻기도 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청주대학교에 다녔을 시절의 일화를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느덧 대학 졸업반이 된 이제규는 설레는 마음으로 K리그 드래프트 신청을 했다. 이미 이제규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던 팀들이 몇몇 있다는 사실을 알고 드래프트에 참여했지만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한 명, 한 명 불릴 때마다 본인의 차례는 언제 올까 내심 기대했던 이제규. 하지만, 번외지명이 불리기 전까지 그의 이름은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당시를 이제규는 이렇게 회상했다.

“솔직히 실망스럽고 자존심이 상했어요. 드래프트에 참여한 축구선수들은 누구나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렸습니다.”

그때였다. 순위별 지명이 끝나고 각 팀이 번외지명으로 선수들을 뽑는 시간이 왔다. 그제야 이제규라는 선수는 프로선수가 될 수 있었다. 김민섭, 김한섭, 신준배 등의 선수와 함께 대전의 번외지명 선수로 선발된 것이다.

“번외지명까지 온 것이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었던 팀인 대전에 들어왔기에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번외지명 선수이지만 나중에라도 나의 실력으로써 인정받아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 ‘미완의 대기’에서 ‘슈퍼 서브’가 되기까지…

= 2009년 드래프트에서 대전 시티즌에 번외지명으로 지명되어 입단하게 된 이제규는 번외지명 선수라는 꼬리표 때문에 처음부터 그리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대전의 감독이던 김호 감독은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선수.”라면서 그를 꾸준히 선발 또는 후반 교체 맴버로 기용했다.

언론의 주목도에서도 그는 대전에 1순위로 입단한 청소년 대표 출신 박정혜에게 밀려 있었다. 축구팬들에게 그는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프로 경험이 부족한 ‘미완의 대기’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력하면 빛이 보인다고 했던가? 7월에 들어 그의 프로축구 선수로서의 인생은 확 바뀌었다. 3월 8일 광주와의 개막전에서 교체투입 되며 K-리그에 데뷔한 이후 줄곧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제규는 지난 7월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경희대학교와의 FA컵 16강전에서 그 빛을 보았다.

90분간의 경기가 끝나고 연장 전반까지 마친 후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고 그러던 연장 후반 2분, 수비수 김한섭이 공격진영까지 넘어와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이제규에게 크로스를 올렸고 그는 놓치지 않고 방향만 살짝 바꿔놓는 헤딩슛으로 팀에게 결승골을 안겼다. 그의 프로 데뷔 첫 골이 FA컵 16강전 결승골이 된 것이다.

“첫 골을 넣자마자 그동안 프로축구선수 이제규가 있기까지 많이 고생하셨던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어요. 그리고 나서야 골을 넣은 나를 반겨주는 코치 스태프와 동료 선수들, 그리고 열광해주는 홈 팬들이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3일 후, 전남과의 리그 경기가 열렸다. 대전이나 전남이나 모두 승리가 중요했던 경기인 만큼 후반 막판까지 서로 득점을 하지 못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후반 추가시간이 되기 전까지 득점하지 못했던 양 팀. 하지만, 대전의 ‘슈퍼 서브’로 거듭난 이제규는 이번에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멋진 슈팅에 성공하게 하면서 그간 겪었던 ‘무명선수’로서의 설움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 스트라이커 이제규, 이제 K리그를 점령한다.

= 대전의 새로운 ‘해결사’로 거듭난 이제규. 7월부터 ‘혜성’같이 등장한 이 대전의 스트라이커는 그간 팀이 어수선했던 때에 ‘단비’ 같은 플레이와 골로 대전의 홈 팬들은 물론 K리그 팬들의 이목도 단숨에 사로잡았다.

지난 7월 15일, 대전은 대구 FC를 FA컵 8강에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제규가 꿈꾸던 FA컵 우승이 이제 가시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2002년 초, 방송에 나온 대전의 FA컵 우승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도 꼭 대전에서 우승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서 나를 포함한 대전 선수들 모두의 사기가 충만해 있습니다. 저 역시도 정말 오고 싶었던 팀에서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에 설레고 떨리긴 마찬가지죠. 꼭 우승하고 싶습니다!”

우승을 하고 싶다는 이제규. 하지만, 그는 아직 젊다. 시즌 초 목표가 1골을 넣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가능성은 있지만 꿈이 아주 작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 그의 꿈은 더 커질 것이다. 대전의 ‘슈퍼서브’ 이제규의 목표는 이제 팀의 6강과 FA컵 우승을 향해 있다. 최근 소속팀 대전의 상승세를 이끈 장본인인 그가 팀 전체의 목표이기도 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그의 발로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앞으로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민(ymchoi@footballc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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