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2018 JTBC 드라마페스타 ‘탁구공’이 2부작 드라마의 의미와 저력을 보여주며 종영했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같은 드라마였다”는 호평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겼음을 증명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김득환(유재명 분)은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김영준(지수)은 무언가 깨달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개천 텐트를 떠났다. 노숙자 배씨(유병훈)를 살해한 범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여느 드라마처럼 출구 없이 막힌 엔딩도, 주인공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해피엔딩도 아니었지만, 드라마가 끝나고도 그 여운이 지속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득환은 영준이 자신에게 깊이 다가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판단, “왜 나한테 집착하고 힘들게 하고 그래?”라며 그를 싸늘하게 밀어냈다. 그러나 외진 곳에 쓰러져있던 자신을 찾아와 간호해준 영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다시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영준의 뜻에 따라 전 부인을 만나기 위해 깔끔한 모습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득환은 전 부인과의 만남의 순간이 다가오자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영준에게 대신 꽃 배달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주소의 집에서 나온 여자는 득환을 모른다고 했고 영준은 간이텐트로 돌아갔다. 하지만 득환이 공을 들여 꾸며놓았던 그 공간엔 소파와 테이블을 제외한 모든 흔적이 사라지고 없었다. 박스 한쪽에 세워져 있는 카드에는 “누가 더 멍청한 걸까”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그 시각 득환은 어딘지 홀가분해 보이는 모습으로 미소를 지은 채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영준은 뭔가를 깨달은 듯 편안해진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개천 텐트를 떠났다.
그렇다면 베일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완전히 알려주지 않고 진실의 경계만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탁구공’은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 이야기를 완결시키기보단 인물들이 각자 일인칭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범인이 누구인지, 누군가의 말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단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사실로 다른 사람의 진실을 평가하고 왜곡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또한, 영준은 득환이 떠나고 자기만의 착각으로 득환을 이해한다고 여긴 자신을 자조하지만, 이내 “누가 더 멍청한 걸까”라는 메시지만을 남기고 끝내 용기 내지 못한 채 떠난 득환의 뜻에 공감하게 되며 미약하게나마 이해의 가능성을 전했다. 극적인 장치로 감성을 자극하기보단, 담담한 표현으로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그리며 깊은 잔상을 남긴 것.
결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 득환과 영준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유재명과 지수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여 믿고 보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또한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원작을 극본으로 고스란히 담아낸 JTBC 2017 드라마 극본 공모 당선 작가인 박지원 작가와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은 김상호 감독의 연출은 잔잔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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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