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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인터뷰] '복덩이 외인' 한화 호잉 "배움에는 멈춤이 없다"

기사입력 2018.09.16 06:30 / 기사수정 2018.09.16 04:08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올 시즌 한화 이글스에 제라드 호잉이 없었다면 지금 한화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호잉이라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은 선수였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돌입하자 호잉은 공수주 모든 부분에서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한용덕 감독은 "한마디로 대박"이라며 넝쿨째 들어온 '복덩이' 호잉에게 흐뭇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호잉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호잉은 16일 경기 전까지 123경기에 나와 147안타 29홈런 101타점 76득점 20도루 3할2푼1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거의 모든 타격 지표에서 팀 내 1위를 기록하며 한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4일 수원 KT전에서는 시즌 20호 도루를 성공시키며 호타준족의 상징 20홈런-20도루를 완성했다. 호잉의 20-20은 한화 선수로는 여덟 번째로, 지난 2008년 덕 클락 이후 10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이제 호잉은 홈런 하나만 추가하면 30홈런-100타점 기록까지 달성하게 된다. 다음은 호잉과의 일문일답.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던 당시의 심정부터 되돌아본다면.

▲머릿 속이 굉장히 복잡했다. 비행기에 탔을 때는 잘 결정했다는 마음이었지만, 스프링캠프 기간 가족들을 못 본다는 사실부터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을 해야할 지까지 수만 가지 질문이 머릿 속에 있었다. 지금은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호잉 전체 커리어를 봐도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고 봐도 될까. 
▲100% 만족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벤치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주전으로서 뛸 수 있다는 게 컸다. 아마 미국에 있었다면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 사이를 왔다갔다 했을 것이다. 

-최근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한화에서는 10년 만에 나온 20-20 클럽 가입자였다. 팀의 역사를 쓴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나.
▲정말 기쁘다. 나는 매 시즌 20홈런과 20도루를 목표로 정한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타자라고 하면 파워 타자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데, 홈런 뿐 아니라 주루에서도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 그런 부분에서도 굉장히 뿌듯하다. (30-30에 대한 생각은?) 시간이 많이 없을 것 같다(웃음).

-결정적인 안타나 홈런을 정말 많이 때렸다. '임팩트 있는 타자'라는 평가에 본인도 공감하나.
▲어느 정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타점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도 최대한 상대 투수를 압박하려고 노력한다. (그 중에서도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다면.) 대전 두산전에서 홈런을 두 번 쳤는데, 7-6에서 7-7을 만들었던 그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날은 특히 부모님이 관중석에 계셔서 더욱 특별했다.


-늘 밝은 얼굴인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나.
▲나도 사람인지라(웃음).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특히 경기 중에 실책을 한다던지 삼진을 당한다던지, 나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고 생각이 들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나는 팀 승리를 위해 항상 노력을 하는 선수다. 승부욕이 강하다보니 지는 경기를 싫어한다. 최대한 많이 팀에 승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나.
▲어릴 때부터 항상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이 '내일의 해는 뜬다'는 것이다. 과거는 잊고, 최대한 멘탈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나아간다는 그런 마음으로. 사실 건망증이 있어서 잘 잊기도 한다(웃음).

-한용덕 감독은 호잉에게 '완벽하려고 하는 선수'라고 하기도 했다. 
▲그 말씀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야구장에서 두 가지를 컨트롤 할 수 있는데, 매 경기 노력하고, 그리고 최대한 즐기는 것이다. 워낙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시작 전부터 후까지 무조건 경기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하지만 경기가 끝난 순간부터는 경기 승패와 상관 없이 모두 잊어버리려고 한다.

-한용덕 감독이 그런 말을 했던 것이 고열 증세로 결장했을 당시였다. '텍사스 출신이라 더위는 문제 없다'고 얘기했었는데.
▲날씨에 영향을 잘 안 받는 편인데 당시에는 음식을 잘못 먹었는 지, 탈수 증상이 있었는 지 왜 그렇게까지 됐는 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정말 쓰러질 뻔 했다.

-그럼 유쾌한 이야기를 하자. 올스타전은 즐거운 경험이었을 것 같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올스타전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올스타로 뽑힌 것도 좋았고,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MVP를 놓친 것에 호잉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김하성 선수가 홈런을 두 개 쳤기 때문에 MVP를 받아 마땅했다. 기쁘게 축하할 수 있었다. 


-이제는 리그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보나.
▲배움에는 멈춤이 없다. 아직까지는 야구 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계속 배우고 있다. 리그에서 선수로서는 100% 적응한 듯 하다. (인상적인 투수와 타자를 꼽아본다면.) 두산의 김재환, SK의 김광현이다.

-가족들은 한국 생활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전에서 생활을 잘 하고 있다. 아내가 없었다면 적응을 잘 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아내가 대전의 맛집을 많이 알아 경기 후에 함께 맛있는 것들을 먹으러 가곤 한다. 아내가 모험가 스타일이다(웃음). 돌아다니면서 맛집들을 확인하곤 한다. 한국 음식은 아직도 적응하고 있긴 하다. 김치는 내 입맛은 아니고, 불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이제는 새로 합류한 헤일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가 됐겠다.
▲헤일과 야구장에서는 많은 대화를 하면서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헤일이 야구 외적으로는 신경 쓸 일이 없도록, 헤일의 아내를 위해 내 아내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호잉 만큼이나 딸 칼리도 인기가 많다.
▲그런가. 칼리가 귀엽긴 하다(웃음). 칼리는 아직 너무 어려 응원가나 선수들 이름은 잘 모르는데, 내가 타석에 설 때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빠' 하고 부른다고 하더라. 경기 중에는 볼 수 없지만 아내가 나중에 얘기해주곤 한다.


-선수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는 편인 것 같다.
▲코칭스태프와 필드에서는 당연히 야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 외에 일상적인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한다. 동료들과도 언어 장벽은 어느 정도 있지만 농담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팀이 단단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한화는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 시즌 합류한 호잉에게도 가을야구를 향한 팀의 열망이 느껴지나.
▲그렇다. 팀원들이나 코칭스태프들에게서 정말 많이 느꼈다. 스프링 캠프 첫 날부터 그랬다. '무조건 올 시즌 열심히 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런 열망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진출 이후 자신의 역할이 있다면.
▲보살을 하든, 번트를 하든, 홈런을 치든 무조건 팀을 위해 희생하고, 승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바라기도 하는 내용이다. 호잉이 내년 시즌에도 한화의 유니폼을 입게 될까.
▲나는 이곳이 정말 좋다. 물론 가족들과 상의 해야할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돌아오고 싶다. 한화 팬들도 정말 좋다. 야구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열성적인 팬들 앞에서 야구를 하는 자체가 처음이고, 정말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결정권은 구단 프런트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본다.

-호잉의 여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비시즌에는 미국에 가서 취미인 사냥도 즐기고 해야 하는데, 그래도 여권은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웃음).


eunhwe@xportsnews.com / 사진=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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