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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찾아서] 분데스리가를 빛낸 위대한 별, 오토 레하겔

기사입력 2009.07.12 22:20 / 기사수정 2009.07.12 22:20

강승룡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승룡]
분데스리가를 빛낸 스타들은 상당히 많다. 게르트 뮐러, 프란츠 베켄바우어를 비롯하여 마테우스, 메멧 숄, 올리버 칸…. 독일 축구와 분데스리가의 역사에서 화려하게 기억되고 있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에서 오랜 기간 동안 맹활약을 펼친 감독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선수 시절의 대스타도 감독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명문 클럽을 맡을수록 팀 성적의 순간의 하락에 매우 민감하기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분데스리가에서 그의 업적은 더없이 빛나기만 하다. 더군다나 분데스리가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의 변방이었던 그리스를 유로2004의 우승까지 이끌었으니 말이다. 바로 오토 레하겔 現 그리스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오토 레하겔은 1960년 로트-바이스 에센의 수비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였고, 분데스리가의 출범이 있었던 1963년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했으며,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카이져슐라우테른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겸하였다.

분데스리가에서 201경기에 출전하며 22골을 넣는 활약이 있긴 하였으나, 그의 선수 생활은 그다지 크게 부각되진 못하였다. 레하겔은 서른네 살이었던 1972년에 현역에서 물러나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키커스 오펜바흐, 도르트문트, 빌레펠트, 뒤셀도르프 등의 감독을 역임했지만 팀 성적이 신통치 않아 중도에 물러났다.

1981년 4월, 레하겔은 당시 2부리그로 강등되어 있었던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 레하겔은 브레멘을 1부리그에 복귀시킨 후 그의 지도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브레멘은 1부리그에 복귀한 이후 준우승을 세 번이나 차지하면서 분데스리가를 놀라게 하더니, 1988년에는 바이에른 뮌헨을 밀어내고 23년 만에 분데스리가의 정상에 등극하게 되었다.

또한, 상위권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유럽 대항전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나게 되었는데, UEFA컵에서 두 번의 4강 진출을 이뤄냈고, 1992년에는 유럽 컵위너스컵 우승으로 유럽 무대에서도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레하겔은 브레멘을 맡으면서 성적뿐만 아니라 독일 축구의 좋은 인재들을 양성하였다. 1980년대와 90년대 독일 축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루디 펠러, 칼-하인츠 리들레, 마르코 보데, 마리오 바슬러 등이 브레멘을 거쳐갔다.

그리고 레하겔이 14년 동안 브레멘을 맡으면서 남긴 가장 소중한 자산이 있었으니, 現 브레멘의 단장인 클라우스 알로프스와 現 브레멘의 감독인 토마스 샤프이다. 이들은 레하겔 감독의 사임 후 위기에 처한 브레멘을 맡아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 일조하였고 레하겔 시절 못지않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1995년, 레하겔은 14년 동안 정들었던 브레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으로 부임하였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그가 지휘했던 팀들과는 차원이 틀렸다. 스타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선수들의 통제가 쉽지 않았고, 그가 원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팀 내의 불화로 인하여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실패를 뒤로하고, 레하겔은 선수 시절 활약했던 카이져슐라우테른에서 위대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2부리그에 있던 카이져슐라우테른을 1부리그에 복귀시켰는데, 1부리그로 복귀한 97/98시즌에 카이져슐라우테른의 리그 우승을 이끈 것이다. 이러한 기록은 분데스리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보잘것없는 팀을 맡아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는 그의 역량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독일 밖에서 가장 위대하게 드러나게 된다.

유로2004에서의 그리스의 우승은 유럽 전역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그리스의 우승 신화의 중심에는 오토 레하겔이 있었다. 2001년 그리스 대표팀을 맡은 레하겔은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수비 축구를 구사했고, 이러한 그리스의 탄탄한 조직력 앞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스페인, 프랑스, 체코가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포르투갈을 맞이하여서는 당시 브레멘 소속의 하리스테아스의 결승골로 승리하며 유럽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천 경기가 넘는 출장 기록을 가진 레하겔은 브레멘과 카이져슐라우테른에서 이룬 업적을 바탕으로 독일을 떠나서 '유럽 챔피언'이라는 더욱 화려한 커리어를 남겼다. 비록 유로2004를 기점으로 그리스의 성적은 좋지 못했으나, 그리스 축구협회는 그의 지도력을 인정하고 대표팀 감독으로 여전히 신임하고 있다.

일흔이 넘은 레하겔에게 남은 과제는 그리스팀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출전시키는 것이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남아공 월드컵이 감독 생활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분데스리가의 위대한 감독'레하겔이 마지막까지 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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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분데스리가의 전설, 오토 레하겔은 그리스에서도 전설로 남을 수 있을까(C)그리스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캡쳐]



강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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