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11 11:20 / 기사수정 2009.07.11 11:20
'전설'이라 불리며 끝없이 회자되는 그 들에 대한 이야기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우리나라 국민에게 있어 가장 친숙한 스페인 축구 감독은 과연 누구일까?
스페인 축구를 좋아하는 많은 팬 사이에는 여러 이름이 나오겠지만 일반적인 국민에겐 아마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이끌었던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이 우선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물론 2002 한일 월드컵도 7년 전 이야기라 카마초라는 이름은 생소하겠지만 당시 8강에서 우리와 상대했던 푸근한 인상의 감독 혹은 겨드랑이에 땀이 흥건해질 정도로 열정적이던 감독으로 설명한다면 즉시 떠올릴 것이다.
요한 크루이프를 상대했던 카마초
'땀'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우리에겐 그저 재밌는 인상으로 기억되는 카마초 감독이지만 스페인 현지에서는 스타 출신의 감독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감독보다 선수 시절 이룩한 성과가 대단한 라 리가를 대표하는 전설 중 하나다.
1955년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에서 태어난 카마초의 선수 시절은 레알 마드리드 이 여섯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1973년 라 리가 데뷔부터 89년 은퇴할 때까지 무려 17년간 레알 마드리드의 부동의 왼쪽 풀백이었던 카마초는 414경기를 소화하며 무려 9번의 리그 우승을 클럽에 안겼다.
특히 선수 시절 카마초가 막아야 했던 선수들이 최고의 공격수였던 요한 크루이프와 카를레스 렉사흐, 요한 네스켄스(이상 바르셀로나)였다는 점에서 카마초의 선수시절 활약상이 어떠했는지 짐작게 한다.
리그에서의 활약은 고스란히 대표팀으로 이어졌고, 카마초는 주장의 직책으로 유로 84에서 스페인을 준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1975년부터 스페인의 붉은 유니폼 라 로하(La Roja)를 입고 A매치에서 81경기를 뛴 카마초는 은퇴 1년 전인 1988년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선수와 달랐던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
은퇴 후 레알 마드리드의 코치로 활약하던 카마초는 1992년 라요 바예카노의 사령탑을 시작으로 선수 시절 못지않은 감독으로서의 첫 출발을 알렸다. 그 후 에스파뇰과 세비야를 이끌던 카마초는 1998년 친정팀인 레알 마드리드로 복귀하게 된다.
1998년 6월, 당시 레알 마드리드 회장인 로렌소 산스에 의해 감독으로 부임한 카마초는 단 2주 만에 사임하는 예상치 못한 일을 겪는다. 그 후 스페인 대표팀과 포르투갈의 벤피카를 이끌며 지도력을 검증받은 카마초는 2004년 다시 레알 마드리드의 사령탑으로 선임된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후임으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다시 돌아온 카마초였지만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과의 불화로 취임 단 4개월 만에 또 다시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감독 카마초는 선수 시절 화려했던 카마초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셈이다.
강등 위기의 오사수나를 구한 해결사
2번이나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일찍 해임되며 자존심을 구긴 카마초는 2002년부터 2년간 재직했던 벤피카로 돌아갔지만 2번의 리그 준우승과 1번의 컵 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1년 만에 사임하게 된다.
이렇듯 부진이 계속되며 일선에서 잊혀가던 카마초의 승리 본능을 다시금 일깨운 클럽이 바로 오사수나다.
작년 10월, 호세 앙헬 시간다 감독이 이끌던 오사수나는 라 리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최악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자 오사수나는 감독 경질이라는 강수를 뒀고, 후임으로 카마초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오사수나의 강수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카마초는 시즌 막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최하위에 처져있던 오사수나를 15위까지 끌어올리며 강등 위기에서 오사수나를 구해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카마초의 지도력이 다시금 빛난 순간이었다.
간혹 어느 종목이건 '스타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문구가 자주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카마초에게 있어서는 틀린 말임엔 틀림없다.
선수 시절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고의 수비수에서 위기의 팀을 끌어올리는 재주를 가진 최고의 명장으로 변한 카마초. 단 90분간 펼쳐지는 경기에서 옷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축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전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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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 오사수나 구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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