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데뷔 41년 만에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추가했다. 개그계의 대부 주병진 이야기다.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노래를 사랑 이야기로 엮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오! 캐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무명 코미디언 출신 리조트 MC 허비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새로운 도전이라면서도 연습 과정이 고통스러웠다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연습 과정에서 힘든 걸 하나하나 적응하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내가 이걸 느끼려고 도전한 거로 생각했어요. 집에서 잠도 안 와요. 도전하는 목표가 있어 행복하고 이겨낼 때 다른 행복함이 날 찾아 줄 거라고 봐요.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나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임했어요.”
'오 캐롤(Oh Carol)’, ‘유 민 에브리씽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스튜피드 큐피드(Stupid Cupid)’ 등 닐 세다카의 히트 팝을 녹여낸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주병진에게 넘버 소화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나쁘지 않았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습 중이란다.
“노랫말이 잘 외워져 나오기 시작할 때 보람을 느껴요. 1절만 세 번 부르거나 2절만 세 번 부르거나 다른 노래 가사를 베낄까 봐 굉장히 긴장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하나도 안 틀렸어요. 그런 것에서 보람을 느껴요. 그런데 나만 아니라 유명한 배우도 살짝살짝 틀리고 그렇더라고요. (웃음)
다른 사람에게는 (뮤지컬 배우를) 추천하지 않을 것 같아요. 보람도 있고 방송하면서 못 느낀 재미가 있어 기쁨과 성취감이 있는데 제명에 못살지도 몰라요. 하하. 보통 의지로 도전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가수 활동이나 연기하는 분들이 뮤지컬에 와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을까 하는 생각에 존경스러웠어요.”
주병진이 맡은 허비 역에는 서범석, 성기윤, 윤영석 등이 함께 캐스팅됐다. 주병진이 나오는 ‘오! 캐롤’을 봐야만 하는 이유를 묻자 “안 봐도 돼요”라며 쿨하게 답한다. 다만 위트와 친화력을 가진 MC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977년 MBC '개그 콘테스트'로 데뷔한 주병진은 1990년대 MBC 예능 ‘일밤(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부흥기를 이끌고 토크쇼 MC로 인기를 누렸다.
“허비가 4명이에요. 다른 분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내가 나온 회를 봐야 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진 않아요. 어느 때 와도 허비의 한이 스며든 연기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자신만의 매력? 없어요. 없는데 사회자로 나가서 ‘안녕하십니까.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찾아줘 고맙습니다’는 멘트할 때 익숙하고 사회를 봐왔던 사람인만큼 관객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진 않을까 희망은 있어요.”
뮤지컬에 출연한다는 생각은 전혀 해 본 적 없다는 그다. 하지만 고민 끝에 새로운 장르에 발을 들였다. 데뷔 41년의 뮤지컬 신생아인 주병진은 관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30년 전에 처음 미국 여행을 갔는데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본 게 ‘캣츠’였어요. 너무 재밌었고 다시 브로드웨이에 가서 ‘미스 사이공’을 봤어요. 너무 매력적이고 무대 장치도 충격적이었고 이런 게 다 있나 싶어 놀라웠고 마음에 품었어요. 한국에 와서도 틈만 나면 ‘오페라의 유령’이라든지 몇몇 뮤지컬을 보기는 했죠. 하지만 한 번도 내가 직접 출연을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어요. 이렇게 능력 없는 사람에게 관심을 줘 감사하고요.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 공연이 끝나고 잔디밭을 정리하는데 전기톱을 사면 쉽게 할 수 있는데 땀의 맛을 느끼려고 인터넷으로 낫을 하나 샀어요. 잔디 깎는 게 시간이 걸리거든요. 노래 연습을 하다가 찔려서 꿰매고 큰일 날 뻔했어요. 피를 보면서 노래를 연습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웃음) 단 한 사람의 관객이 싫어하더라도 개선시키려고 노력할 겁니다. 극장 문을 나가는 순간 모두 행복한 기운을 얻고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호락호락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긍정적으로 계속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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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