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01 03:11 / 기사수정 2009.07.01 03:11
애제자를 타지로 보낸 스승의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두산의 김경문 감독 역시 야쿠르트의 이혜천을 보는 마음이 애틋함 반 아쉬움 반이다.
이혜천은 지난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FA 대박(2년간 총 260만달러)'을 터뜨리며 현해탄을 건넜다. 국내 통산 평균자책점이 4.16에 불과한 그가 야쿠르트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좌타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빠른 볼을, 매우 역동적인 폼으로 던지기 때문이었다. 국내 최고 좌타자인 양준혁, 이승엽조차 이혜천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지난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93)
올 시즌 갈비뼈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1군과 2군을 전전하던 이혜천은 최근 요미우리와의 3연전에 복귀해 2경기서 2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특히 이승엽을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며 '좌타자킬러' 본색을 드러냈다.
팀도 올해 상승세를 타며 요미우리에 이어 센트럴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요새 야쿠르트 분위기 좋더라. (임)창용이가 워낙 세니까.."라며 운을 뗀 후 "근데 (이)혜천이가 폼을 바꾼 것 같더라. 다듬은 것 같다"며 이혜천의 투구폼에 대해 언급했다.
"혜천이의 와일드한 폼은 (제구가) 잘될 땐 좋아도 안 될 땐 많이 나쁘지 않나. 그래서 구단측에서 혜천이의 폼에 수정을 가한 것 같다"며 나름대로 예상한 뒤 "폼이 조용해지니까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혜천이가 와일드한 폼으로 던져야 타자들이 겁을 먹는데.."라며 이혜천의 투구폼 수정에 다소 안타까운 견해를 밝혔다.
올해 극심한 '좌완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두산. 두산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SK에서 방출된 용병 좌완투수 니코스키를 영입했다. 두산이 얼마만큼 좌완 선발투수를 원하는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멀리 가서 던지려면 적응기가 필요하다. 혜천이도 적응하면 잘 던지지 않겠느냐"며 애제자를 응원하는 말로 끝맺은 김경문 감독. 일본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원래의 폼까지 바꾸는 이혜천을 보며 김경문 감독이 그리웠던 것은 그의 폼뿐만 아니라 두산 유니폼을 입고 광속구를 뿌려대던 '좌완투수'였지 않을까.
[사진=김경문 감독(C)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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