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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을 찾아서] 안첼로티는 제2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09.06.30 02:29 / 기사수정 2009.06.30 02:29

정재훈 기자



시즌이 끝나고 나면 선수만 새 유니폼을 갈아입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그를 다스려줄 감독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선수보다 유명세를 치르기도 하는 그 들.

돌아오는 시즌 유럽을 달굴 명장은 과연 누가 될까?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수많은 직업 중에 가장 어려운 직업이 무엇일까? 저마다 다른 의견이 있겠지만 축구 감독이 어려운 직업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중에서도 첼시의 감독이라면….

첼시의 성공시대를 이끈 주제 무리뉴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끈 아브람 그랜트도, 브라질을 이끌고 월드컵을 제패한 루이스 스콜라리도 모두 경질하며 전 세계의 모든 직업 중에서 가장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직업이 첼시의 감독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독이 든 성배' 혹은 '가시 돋친 장미'라고 평가되는 첼시의 사령탑으로 전 AC밀란의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가 부임했다. 이로써 안첼로티는 비알리와 라니에리에 이어 세 번째로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 이탈리아 출신 감독이 되었다. 첼시가 맞은 세 번째 이탈리아 출신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가 과연 큰 기대대로 첼시에서 성공시대를 써나갈 수 있을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하는 로만

로만 아브라히모비치 구단주가 가장 원하는 것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것은 더는 비밀이 아니다. 무리뉴가 로만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EPL 우승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첼시를 유럽의 정상급 팀으로 성장시켰지만 유럽 정상에는 등극하지 못해 결국, 경질되었다.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뒤를 이어 그랜트도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하는 공헌을 했지만 맨유에 우승컵을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며 로만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스콜라리마저도 실망스럽게 런던을 떠나고 말았다.

'구원투수'로 나선 히딩크는 휘청거리던 첼시를 FA컵 우승을 이끌며 단시간에 본모습으로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 문턱에서 좌절되고 말았고 약속대로 08/09시즌을 끝으로 첼시를 떠났다.

왜 안첼로티인가?

어떤 명장도 로만을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한 전제라면 안첼로티는 매우 적합한 인물임이 분명하다. 세리에 B에 머물던 레지나를 세리에A로 승격시키며 감독생활을 시작한 안첼로티는 파르마와 유벤투스를 거쳐 2001년 파티흐 테림의 뒤를 이어 부임해 AC 밀란의 지휘봉을 잡았다.

약 8년 동안 AC밀란을 이끌며 세리에A 정상 등극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같은 기간에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준우승 1회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토너먼트의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선수 시절에도 AC밀란의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유로피언컵(現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두 차례 거머쥔 안첼로티는 선수와 감독을 통틀어 무려 4번이나 유럽 정상을 차지했고 선수와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6명 중의 한 명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첼시로서는 우승경험이 풍부한 안첼로티가 매우 훌륭한 선택임이 틀림없다.

언어의 걸림돌

그럼에도, 런던 현지에서 안첼로티의 평가는 썩 좋지 못하다. AC밀란에서 8년간 성공적인 감독 생활을 하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거듭났지만 몇 가지 이유에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06/07시즌 이후, 리그에서 5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에도 실패했고 그나마 UEFA컵에서도 브레멘에 패하며 탈락하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또한, EPL에서의 감독 경력이 없다는 점도 안첼로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특히 영어를 못하는 안첼로티로서는 스콜라리와 토트넘에서 실패한 후안 데 라모스에 비췄을 때 그 전철을 그대로 밟을 공산도 있다. 언어적인 문제로 실패한 두 감독과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와 독일어등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히딩크의 성공과 비교했을 때 언어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시간을 줘야

언어에 대한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AC밀란에서의 업적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안첼로티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작지 않다. 물론 충분한 시간이 줘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실상 스콜라리가 경질되었을 때도 많은 전문가는 로만의 인내심을 지적하며 성급한 경질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전혀 다른 문화와 다른 팀을 맡았던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곧 실패를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첼시에서 성공적인 시간을 보낸 히딩크 감독은 "팀이 완성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감독을) 믿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다음 감독에게는 시간의 여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히딩크의 말대로 안첼로티에게 충분한 시간이 준다면 첼시가 원하던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꿈만은 아니다. 과연 안첼로티가 제2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다가오는 EPL을 관전하는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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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첼로티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캡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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