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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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벤, 무엇이 다른가?

기사입력 2005.07.18 09:36 / 기사수정 2005.07.18 09:36

손병하 기자
2005 피스컵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던 PSV 에인트호벤이 17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온세 칼다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승점 4점을 기록하고 있다.

1차전이었던 성남과 2차전 상대였던 온세 칼다스와의 경기를 놓고 보면 에인트호벤은 에레디비지 리그와 네덜란드 FA컵을 제패했던 팀으로서의 면모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지난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에 오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런 끈질기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더욱 찾기 힘들었다.

반 봄멜과 보겔이 빠져버린 미드필더 라인을 노장인 필립 코쿠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드넓었고, 박지성이 빠진 공격 라인도 힘이 없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한 마디로 전체적인 팀의 중심이나 컬러가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개막전 상대였던 성남과의 경기에서도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긴 채 부진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온세 칼다스와의 2차전에서 역시 시종 칼다스의 빠른 파상 공세에 밀리며 힘겨운 경기를 펼쳤었다. 오히려 2차전 같은 경우 비겼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

물론 다음 시즌을 위해 전력 보강도 아직 마감되지 않았고, 히딩크 감독의 머리 속에는 다음 시즌 구상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채 리빌딩이 한창이다. 거기에 선수 대부분은 리그 일정이 모두 끝난 뒤, 휴식을 즐기다 대회에 참가한 만큼 정상적인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쩜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 승점 4점을 기록하며 다득점에서 밀린 조 2위를 기록하며 대회 2연패를 향한 순항을 계속하고 있는 에인트호벤의 힘은 무엇일까?

에인트호벤, 역시 준비가 잘 되어있는 팀

우선 ‘04/0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던 에인트호벤은 그야말로 ‘준비’가 참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주는 팀이었다. 휴식기에 갖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흐름에 맞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개개인의 능력과 공에 대한 집중력 등은 지난 시즌 에인트호벤이 보여주었던 성적들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성남과의 개막전의 경우, 에인트호벤은 4:6 정도로 밀리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외간상으로는 성남이 김두현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진이 우위를 점하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볼 점유율은 성남이 앞섰지만 전체적인 경기의 질은 에인트호벤이 더 높았다고 말할 수 있다. 에인트호벤은 성남의 공세에 시종 밀리면서도 상대에게 경기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상대가 좋은 장면을 연출하고 공세적으로 나올 때, 그 흐름에 길게 끌려가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상대가 강한 공격을 바탕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쥐려 하면, 그런 흐름을 끊을 수 있는 역습으로 되받아 치며 균형을 잃지 않았다.

▲ 피스컵 개막전-에인트호벤:성남
ⓒ2005 남궁경상

전반 10분 김도훈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이후 10여분 동안 성남에게 일방적인 경기에 몰리자 전반 20분 파르판의 슈팅으로 분위기를 전환한 뒤, 21분 호베르트가 다시 앞서나가는 골을 만들며 경기의 판세를 다시 뒤집었었다. 줄기찬 공격을 퍼붓던 성남으로서는 찬물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

그리고 이후에도 전반 24분 성남 두두의 위력적인 중거리슛이 터지자, 곧 이어 에인트호벤의 파르판이 중거리슛을 쏘며 분위기를 반전 시켰고, 39분 김두현이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하자 에인트호벤의 이영표가 성남의 좌측을 완전히 허무는 돌파로 상대의 기를 다시 꺾어 놓았다.

경기 내내 성남이 공격의 주도권을 주며 거센 공세를 펼쳤지만 에인트호벤은 위기를 끊고 흐름을 돌릴 줄 알았으며, 결국 성남은 좋은 흐름을 길게 이어나가지 못해 추가골을 얻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에인트호벤 선수들 개개인의 경기 운영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17일 광주에서 열렸던 온세 칼다스와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칼다스의 카시에라와 소토에게 줄기차게 위기의 순간을 허용하며 경기를 힘들게 풀어 갔지만, 그야말로 결정적인 찬스는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 후반 나온 모레노가 골키퍼와 1:1의 상황을 만든 장면만 빼면 나머지 상황들은 에인트호벤 수비수들의 노련미가 돋보인 부분이었다.

이 날 경기에서 에인트호벤 선수들은 칼다스 공격진들의 파상공세에 밀리면서도 공간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에는 게을리 하지 않았다. 수세시에 상대에게 내주지 말아야 할 공간을 선점하고 항상 수비하기 유리한 측면으로 상대를 몰아갔다.

그 결과 상대는 각이 없는 측면에서 슈팅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고, 에인트호벤의 골키퍼 쥐테베르는 비교적 각을 잡기 손쉬운 상태에서 슈팅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 성남전 보다 더욱 밀리는 경기를 펼치며 고전을 하긴 했지만, 온세 칼다스의 골 결정력을 탓하기 보다는 에인트호벤의 노련함을 칭찬할 수 있는 경기였다.

두 경기를 놓고 종합해 보면, 에인트호벤의 선수들은 아직 체제 정비와 팀 전력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지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경기 경험, 그리고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효과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과 챔피언스리그에서와 같이 경기를 지배하며 이끌어가는 능력은 지금까지 치른 두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지만,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마음껏 보여 주었던 에인트호벤이였다.

오는 20일, 에인트호벤은 2년 만에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숙명의 라이벌’ 올림피크 리옹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앞서 보여주었던 두 경기와는 달리 경기를 지배하며 저력을 보여줄지, 세계 정상급 클럽으로 자리매김 한 에인트호벤의 모습이 기대된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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