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러닝타임 137분 내내 담백하게, 또 담담하게 이야기를 그려낸다. '공작'이 윤종빈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잘 만들어진 첩보물의 정석을 보여줬다.
8일 개봉한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윤종빈 감독이 2014년 '군도: 민란의 시대' 이후 4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으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이 힘을 모았다.
'공작'은 1997년 대선 전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고자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 실화, 일명 '흑금성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작'은 보통의 첩보물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 전개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전해지는 고도의 심리전과 디테일한 배경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여타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형식임은 물론, 황정민과 이성민 역시 '공작'을 촬영하며 '대사를 할 때 마치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고 떠올릴 정도로 배우들이 전해주는 대사의 양이나 정보의 양이 적은 편은 아니다.
이에 초반에 이런 흐름들에 익숙해지지 못하거나 흐름을 놓친다면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때문에 대사들은 실제 사건의 대략적인 배경을 알고 본다면 더욱 잘 들리고, 또 와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각자 맡은 캐릭터에서 워낙 강렬한 몰입도를 자랑하는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자연스럽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꼼꼼한 자료조사, 고증 과정을 통해 이뤄진 1990년대 당시의 모습도 볼거리 중 하나다. 흑금성(황정민 분)과 리명운(이성민)이 처음 만나는 고려관, 흑금성과 김정일(기주봉)이 대면하는 결정적인 공간인 김정일 별장, 공작전을 기획하고 지시하는 주요 공간인 안기부 안가 등의 공간이 그렇다.
'공작'은 지난 해 1월 촬영을 시작해 7월 마무리 짓기까지, 99회차 동안 공들인 정성으로 긴장감과 재미를 적절히 조합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 당시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에게서 들었던 "강렬하면서도 대단했다"는 찬사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12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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