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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인랑' 강동원 "도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새로울 수 있겠어요"

기사입력 2018.08.05 07:20 / 기사수정 2018.08.05 02:34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강동원의 이야기는 에둘러 가는 길이 없다. 상대의 말을 눈을 맞춰 귀 기울여 듣는 것은 물론, 질문에 최대한 정확한 답을 내놓으려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한다. 담담하게 전하는 솔직한 말 속에는 진지함과 유머도 함께 묻어난다.

이 모습은 배우 강동원의 행보와도 닮아있다.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 후 '1%의 어떤 것', '매직'을 거쳐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스크린에서의 활동 속 16년간의 꾸준했던 발걸음의 방향은 어느덧 국내를 넘어 9월 촬영을 앞둔 '쓰나미 LA'까지, 할리우드로 넓혀졌다.

지난 7월 25일 개봉한 '인랑'은 어느덧 강동원의 필모그래피에 23번째 작품으로 남게 된 영화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작품.

지난 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7개월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했던 '인랑'의 여정 속에서 강동원은 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 역을 연기했다.


-'인랑'이 공개됐어요.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어땠나요.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요.(웃음) 재밌게 봤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아쉬운 지점도 있고, 또 좋은 지점도 있고요. 늘 그렇죠. 개인적으로 제 연기나 이런 것들, 언제나 조금씩 부족함이 느껴지니까요. '다음에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그런 거죠. 항상 똑같아요."

-'인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다른 분들 연기가 다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좋았어요.(웃음) (김)무열씨 연기도 진짜 좋게 봤고, (최)민호 씨도 그랬고요. 아, '인랑' 타이틀이 뜰 때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 강화복 안에 있는 사람, 저예요.(웃음)"

-(언론시사회 때도 얘기했었고) 강화복 안에 본인이 계셨던 것을 굉장히 많이 강조하시네요.(웃음)

"촬영 회차가 엄청나게 많았어요.(웃음) 엄청 많았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까 촬영 회차 대비 많이 안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강화복을 입고 거의 한 달 내내 계속 액션을 찍고 그랬는데, 얼굴이 안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아이언맨'같은 경우는 안의 얼굴이라도 보여주는데 그것도 안 보여주고.(웃음)"

-'임중경 캐릭터에 의문을 던진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네. 일단 인물 자체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거나, 이런 지점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본 것이 2013년쯤이었는데, 그 때부터 계속 캐릭터 준비를 조금씩 했었죠. 처음 촬영에 들어갈 때부터 캐릭터를 딱 잡고 쭉 밀고 가려고 했었고요."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원작은 봤었나요.

"네, 봤어요. 2012년 여름 쯤에 감독님이 함께 작업하자고 하셔서, 그 때 원작을 봤었죠. 제가 대학생 때였나? 언젠가 그 애니메이션을 보긴 봤었는데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같이 기숙사에 살던 친구가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해서 틀어놓으면 같이 보고 그랬었는데, 저는 (애니메이션보다는) 만화 광이어서, 움직이는 건 잘 못 보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다시 찾아서 보고 그랬었어요."

-임중경 역은 대사 없이 감정으로만 표현을 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죠.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요.

"사실 그런 캐릭터들이 쉽지 않은 지점이 있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고요. 대사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것이 정말 힘든데, 제가 그동안 이렇게 대사가 없거나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캐릭터를 안 해 본 것이 아니라서, '답답해하지 말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자'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들어갔죠."


-고생스러운 작업이 될 것을 예상했을 텐데, '인랑'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우선은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도전이기도 했죠. 감독님에게도 당연히 그랬겠지만, 저에게도 마찬가지였고요.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이런 코스튬을 입고 나오는 영화가 없었으니까요. '인랑'을 실사화한다고 했을 때 강화복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화복을 입고 고생했던 에피소드도 궁금해요.

"저희가 여름에 촬영을 시작했잖아요. 강화복을 입으면 엄청 더웠었거든요. 특히 작년 겨울이 진짜 추웠잖아요. 너무 추워서 촬영을 취소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에는 (강화복을 입고 벗는) 속도가 더디니까 입고 최대한 버텼는데, 나중에는 밥 먹는다고 하면 다 떼서 벗어버리고 그랬었어요.(웃음) 처음 입을 때는 40분 정도 걸렸는데 나중에 빨라지면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기도 하고요. 샷에 따라서 윗부분만 입고 찍기도 하고 그랬었죠."

-영화 배경이 2029년이죠. 스크린 속에 드러난 2029년이 현재와 많이 다른 점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2029년이라고 해도 설정 상 지금으로부터 5년 후 정도에 경제나 여러 가지 상황이 안 좋아져서 통일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서, 지금에서 거의 멈춘 상태라고 설정을 잡았고요. 거기에 이제 약 2024년~2025년경부터 경제 제재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경제가 더 후퇴한 설정이기 때문에, 저는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는데도 그것이 정말 좋았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2029년이라고 하면 무언가 날아다니는 차가 나오고 이래야 하는 것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이 달라진 것 같지도 않거든요.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지금부터 10년 전 서울 도심이라고 하면 롯데월드타워가 생긴 것 말고는 뭐가 달라졌는지도 잘 모르겠고요.(웃음)"

-원작이 워낙 마니아가 많은 작품이죠. 부담감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그런 부담은 사실 연기자로서는 좋은 부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담이 있으면 더 신나기도 하고요.(웃음) 예를 들어 (대중이) 엄청나게 기대를 하면 거기에 맞추면서 따라가는 즐거움이 있죠. 그게 결과적으로 어떤 사람은 싫어하고 또 좋아할 수 있을지언정, 부담스럽다고 도전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런 부담은 굉장히 즐기는 편이에요."

-올해 상반기에도 바쁜 일정을 보냈었죠.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도 깜짝 등장했었고요.

"네. 출장 가 있다가 기회가 맞았어요. 좋은 경험이지 않나 해서 가게 됐죠. 다음에는 영화로 가야되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웃음) '도대체 강동원이 왜 여기 있나'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더라고요. 왜냐하면 미리 초대를 받았던 것도 아니고, 한국 배우들 중에 이런 식으로 간 사람이 없잖아요."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등장은 당시에 국내에서도 많이 화제가 됐었어요.

"사실 영화제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약간 시상식 같은 것과 연관을 지어서 생각하니까요. 그런 것이 아닌데 말이죠. 배우들에게는 축제의 개념인데, 한국은 그런 쪽에 있어서 '저 사람은 왜 저기 간 거야?' 이런 시선도 약간 있잖아요. '영화제는 곧 시상식' 이렇게 굉장히 엄격하게 바라보는 면이 있으니까, 가기 애매한 부분도 있어서 처음에는 저도 가지 않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또 초대를 받았는데 안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약간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어도, 영화제라는 취지에 맞게 고민 그만 하고 가자' 이렇게 생각 많이 하고 간 거예요.(웃음)"

-(해외 진출 등) 생각하신대로 하나씩 다 목표를 이뤄가고 있네요.

"모르겠어요. 저는 생각한대로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하고 있나' 싶고요.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쓰나미 LA' 촬영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9월부터 들어가요. 원래 예정대로라면 이미 촬영이 다 끝났었어야 되는데, 일정이 밀리고 바뀌고 하면서 9월부터 들어가게 됐어요. 이제는 거의 세트도 다 지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에서 작품을 한다는 것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인 것이잖아요.

"그렇죠. '쉽지 않다'는 것의 한 부분이기도 한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 한국 작품을 못하고 몇 개월을 외국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제2의 언어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가서 막상 부딪히고는 있지만 '내가 정말 말이 안 되는 짓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내가 그냥 하던 대로만 했으면 잘 먹고 잘 살았을라나'라는 생각도 드는데,(웃음) 또 그렇게 하는 건 싫고요. 해봐야죠."

-많은 생각을 하셨던 것 같네요.(웃음)

"제가 미국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요.(웃음) 혼자서 차 타고 리허설 하러 갔다가 연기 수업하러 갔다가, 또  영어선생님 만나러 가고 하면서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 여한은 없겠다, 이게 실패할 수는 있을지언정 여한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실 '얼마나 재미있겠나, 쉬울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요, 막상 가니까 재미만 있지는 않더라고요. 미국이라는 나라가 굉장히 힘들고, 또 만만한 나라도 아니고요. 쉽지 않아요. '살아남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죠."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라는 것은 할리우드의 스태프들도 알고 있는 부분이겠죠?

"저는 이제 미국에서는 신인이니까요. 재미있는 것은, 그 곳에서도 이를테면 엄청나게 유명한 프로듀서나 감독님들도 저에 대해서 조사를 하신 후 또 굉장히 존중해주시는 부분이 있어요. '나는 네가 한국에서 이렇게 좋은 배우고 대단한 배우라고 아는데, 내가 너를 어떻게 망가뜨리냐', '나는 네가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것 이상을 해주고 싶지,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다' 이런 부분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책임감도 많이 느끼시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지점도 있고요. 아, 그런 존중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웃음) 사람마다 다르더라고요."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알고 있는 사람의 폭이 점점 더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부분은, 엄청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웃음) 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유럽, 미국도 그렇고요. 신기하더라고요."

-더 넓은 시장에서 활약한 것에 대한 의미를 꼽아본다면요.

"제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 생각해요.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고, 또 매일매일 한계에 부딪히고 있지만요.(웃음) 한국 배우로서 한국 영화로 해외 시장에 도전하고 이런 부분은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면서도 또 요즘에는 정말 한국영화로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는 것이 말은 굉장히 쉬울 수 있지만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고 있죠."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겠죠?

"배우로서도 그렇고, 한국 영화인으로서도 그렇고 사실 영화를 찍는 사람들 사이에 국경이 뭐가 있겠냐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고요. 도전을 계속 하려고 지금 이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는 것 같은데, 열심히 해봐야죠.(웃음)"

-(앞으로도 바쁜 일정이 이어질 텐데) 건강관리도 잘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건강이요?(웃음) 네, 건강한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는 많이 힘들고 멘탈이 점점 쉽지 않지만…(웃음) 육체적으로는 전혀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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